-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5.5.10
음악과 생명
- 글쓴이
- 후쿠오카 신이치 외 1명
은행나무
후쿠오카 신이치라는 이름을 보고 읽게 되었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에 반했다. 물론 류이치 사카모토를 아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독서계만 따지고 보면 후쿠오카 신이치 쪽에 기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후쿠오카 신이치의 책들은 생물학 분야에서 적지 않은 인지도를 쌓아왔고, 또 난 그의 (책에 대해) 팬이기도 하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많이 들어왔다. 난 그의 음악의 단아함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 독후감을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일부러) 틀어놓고 쓰고 있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폭넓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예상외다. 과학에서도 다윈의 진화론은 물론 윅스킬에 대해서, 양자역학의 슈뢰딩거에 대해서도 언급을 할 정도다. 그밖에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결코 얕지 않은 안목을 보여준다.
제목은 ‘음악과 생명’이다. 일본어 원제도, 우리말 제목도 똑같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가이고, 후쿠오카 신이치는 생물학자이니, 그들의 대화집은 ‘음악과 생명’에 관한 것이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음악과 생명’에 관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음악’에 대해서, ‘생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이야기가 겨냥하는 것은 ‘음악’이나 ‘생명’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바탕을 두는 것도 다른 것이 있다. 바로 ‘로고스’와 ‘피지스’.
실은 ‘로고스 vs. 피지스’라고 해야 하는데, 로고스가 언어나 논리, 알고리즘과 같은 어떤 체계저인 것을 의미한다면, 피지스는 그와 반댜의 것을 의미한다. 류이치 사카모토와 후쿠오카 신이치는 바로 이 로고스와 피지스를 두고, 로고스에 지나치게 가치를 두고, 그것을 지향하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피지스를 복원하자는 데 서로 공감하고 있다.
그 결과는 류이치 사카모토에게는 <async>와 같은 음악이고, 후쿠오카 신이치에게는 ‘동적 평형’에 관한 연구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음악도 어떤 정해진 틀에 의해서 작곡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고, 대세였다면 그것을 벗어나 일회성을 중시하고, 자연의 소리를 최대한 담는 음악을 추구해왔다고 한다. 후쿠오카 신이치는 자신의 과거 연구, 즉 분자생물학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통해서 이른바 ‘베르그송의 호’와 같은 보다 통합적인 생물학의 원리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화는 부럽다. 그들이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부럽고, 그들이 나눈 이야기의 주제에 대해서도 부럽다. 물론 이들이 다른 주제가 그렇게 신선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표현하는 방식은 다를지라도(과학자를 포함해서) 여러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악가와 생물학자를 여러 차례 만남을 갖도록 주선하고, 그들이 그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의 분야를 넘어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작년 말, 올해 초쯤 알았던 것 같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받으면서였다. 일흔이 좀 넘은 나이였다. 이른 나이다. 더 많은, 좋은 음악을 세상을 남겼을 텐데... 좋은 생각을 세상에 더 많이 남겼을 텐데, 또 다른 분야의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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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12
- 작성일
- 2025. 5. 15.
@17시26분
- 작성일
- 2025. 5. 15.
- 작성일
- 2025. 5. 15.
@thkang1001
- 작성일
- 2025. 5. 16.
- 작성일
- 2025. 5. 16.
@유담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