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소설

kosinski
- 작성일
- 2002.4.11
열정의 습관
- 글쓴이
- 전경린 저
이룸
“키스를 하면 비장이 흥분하여 더 깊은 그리움이 생기고 두 몸이 서로 안으면 폐가 흥분하여 온몸이 깨어나고 간장이 흥분하면 신경이 짜릿하여 감미로워지고 심장이 흥분하면 피가 뜨거워져 열정으로 타오르게 되고 피가 뜨거워지면 뇌신경이 수축되고 소장이 흥분하면 빨고 싶고, 콩팥이 흥분하면 뇌를 자극해 여자의 질에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질이 젖으면 남자를 깊숙이 뿌리 끝까지 빨아들이며…… 그리고, 극단적으로 수축된 뇌신경이 더이상 긴장을 유지할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서 돌발적으로 이완되는 현상이 오르가슴이다…….”
오랜만에 전경린을 읽는다. 소설은 미홍이라는 여인을 중심에 놓고 그 옆에 친구들인 가현과 인교를 포진해 놓은 성숙한 여인들의 성에 대한 밀착 취재 보고서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부분은 오르가슴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 부분인데, 인용의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그 원전이 나오지 않아 그것이 작가의 생각인지 작가의 생각을 닮은 다른 사람의 생각인지 알 수는 없다.
전경린을 비롯해 여성 작가를 읽는 즐거움의 많은 부분은 그 과도하다싶은 표현의 울렁임에서 비롯된다. 아줌마의 배를 향해 “...자신과 피부 사이의 틈이 느껴졌다.”라고 하거나 그 피부의 틈을 좀더 벌려 “지퍼처럼 칼로 등을 열면 그만 커다란 원피스처럼 아래로 주르르 흘러내려 발등에 떨어질 것만 같은 외피.”라고 말할 때는 가히 섬뜩하다.
하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의 접근밖에 허용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여성의 섹스와 그 느낌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어 도무지 좀처럼 그 감상이 바짝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궁극은 섹스야.’라고 하는 부분에서 그건 그냥 남녀 연애의 궁극이 그렇다는 말이겠지, 딴지를 걸어보거나 정액 냄새와 밤꽃 냄새를 샤라락 엮는 부분에서는 맞아 이 둘을 사람들이 비교하고는 하는데 정작 밤꽃 냄새가 기억이 안 나는군, 투덜대는 정도.
그래서 이 글을 읽은 여자들의 감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와의 섹스. 남자와의 섹스에서 느끼는 디테일한 그들의 느낌. 육체와 육체가 접하는 순간 그녀들이 느끼는 감정. 한꺼풀 벗긴 듯한 그 섹스의 느낌과 감정이 실재인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대학 이학년 때 이후 매우 정기적으로 여성들과의 관계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그 부분에 대해 너무 문외한인 것 아닌가, 덜컥 겁이 나게 만드는 소설이라니. 그래서 난 그녀들에게 “진성을 눈앞에서 보지 않으면 미홍은 세상에 그런 남자가 실재한다는 사실이 이내 의심스러워졌다...”와 같은 느낌의 남자는 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것이다, 쿡.
ps. 소설의 내용 중 미홍이 자신에게 몰두하고 싶다는 의사를 향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니까 많은 여성들이 사랑하고 싶지 않은 남성을 향해 써먹어도 무방하다 싶어 옮긴다.
“당신이 그처럼 몰두할 여자를 찾고 싶다면, 먼저 여자에 대해 알아야 해요. 당신은 여자를 사랑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여자에 대해 무지해요. 경험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지식도 이론도 없어요. 그렇죠? 당신은 어느날 갑자기 나를 떠올린 거예요. 무턱대고.”
오랜만에 전경린을 읽는다. 소설은 미홍이라는 여인을 중심에 놓고 그 옆에 친구들인 가현과 인교를 포진해 놓은 성숙한 여인들의 성에 대한 밀착 취재 보고서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부분은 오르가슴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 부분인데, 인용의 형식을 띠고 있음에도 그 원전이 나오지 않아 그것이 작가의 생각인지 작가의 생각을 닮은 다른 사람의 생각인지 알 수는 없다.
전경린을 비롯해 여성 작가를 읽는 즐거움의 많은 부분은 그 과도하다싶은 표현의 울렁임에서 비롯된다. 아줌마의 배를 향해 “...자신과 피부 사이의 틈이 느껴졌다.”라고 하거나 그 피부의 틈을 좀더 벌려 “지퍼처럼 칼로 등을 열면 그만 커다란 원피스처럼 아래로 주르르 흘러내려 발등에 떨어질 것만 같은 외피.”라고 말할 때는 가히 섬뜩하다.
하지만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의 접근밖에 허용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여성의 섹스와 그 느낌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어 도무지 좀처럼 그 감상이 바짝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남자와 여자의 궁극은 섹스야.’라고 하는 부분에서 그건 그냥 남녀 연애의 궁극이 그렇다는 말이겠지, 딴지를 걸어보거나 정액 냄새와 밤꽃 냄새를 샤라락 엮는 부분에서는 맞아 이 둘을 사람들이 비교하고는 하는데 정작 밤꽃 냄새가 기억이 안 나는군, 투덜대는 정도.
그래서 이 글을 읽은 여자들의 감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여자가 생각하는 남자와의 섹스. 남자와의 섹스에서 느끼는 디테일한 그들의 느낌. 육체와 육체가 접하는 순간 그녀들이 느끼는 감정. 한꺼풀 벗긴 듯한 그 섹스의 느낌과 감정이 실재인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대학 이학년 때 이후 매우 정기적으로 여성들과의 관계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그 부분에 대해 너무 문외한인 것 아닌가, 덜컥 겁이 나게 만드는 소설이라니. 그래서 난 그녀들에게 “진성을 눈앞에서 보지 않으면 미홍은 세상에 그런 남자가 실재한다는 사실이 이내 의심스러워졌다...”와 같은 느낌의 남자는 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는 것이다, 쿡.
ps. 소설의 내용 중 미홍이 자신에게 몰두하고 싶다는 의사를 향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니까 많은 여성들이 사랑하고 싶지 않은 남성을 향해 써먹어도 무방하다 싶어 옮긴다.
“당신이 그처럼 몰두할 여자를 찾고 싶다면, 먼저 여자에 대해 알아야 해요. 당신은 여자를 사랑하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여자에 대해 무지해요. 경험도 없고 상상력도 없고 지식도 이론도 없어요. 그렇죠? 당신은 어느날 갑자기 나를 떠올린 거예요. 무턱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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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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