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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
- 작성일
- 2010.6.11
군주론
- 글쓴이
- 니콜로 마키아벨리 저
을유문화사
손자병법. 중국 춘추시대 때 손무가 쓴 병법서다. 어떻게 적을 맞아야 하는가, 어떻게 싸워야하는가에 대해 기술된 책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이외에 다양한 상황에서도 흔히 손자병법을 응용하곤 한다. 가령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한 구절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겐 “출제자의 의도를 알면 고득점은 문제없다.”라는 식으로 응용된다. 이는 분명 손자병법이 사회, 사람의 일에 대해 비범한 견해를 갖고 있음에 기인할 것이다.
서양에도 이와 유사한 책이 한 권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본래 메디치가문의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에게 헌정된 이 책은, 그 이전의 역사와 그 시대의 상황을 정리하여 예로 들며 “군주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군주들이 손자병법의 충실한 제자였듯이 나폴레옹, 히틀러, 무솔리니 등 당대의 걸출한 영웅이나, 권력가들 역시 군주론의 충실한 제자였다. 물론 그들이 이 책 한권만 읽고 그런 위치에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는 데에 군주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이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역사를 바라보는 비범한 견해를 바탕으로 쓰여 졌는데,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모든 권고들은 크게는 나라의 경영에서부터 작게는 한 인간의 처세까지 그 적용의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경영하는데 있어 마키아벨리의 권고를 따를 수 있는데, 군주를 경영자로, 인민을 노동자로, 적을 경쟁사로 치환한다면 훌륭한 경영서가 될 수도 있고, 경쟁에 있어 군주를 나로, 인민을 심사위원으로, 적을 경쟁자로 치환한다면 최고의 참고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이 어떤 집단의 행적에 관한 평가기준이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명박대통령정권을 평가해보고 싶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당시의 군주제의 입장과 민주주의사회인 현재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진보냐 보수냐의 입장을 떠나서 MB정권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이명박대통령은 당선이전부터 큰 실수를 범했다. 군주론에 따르면 개혁은 또다른 개혁이 일어날 여지를 남긴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노무현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거대야당이라는 힘을 이용해 탄핵소추발의라는 개혁을 일으켰다. 이밖에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여당을 몰아세우기 위해 국민소환 등 민주주의개념을 강조하고 강조했다. 사실 민주주의는 정치함에 있어 걸림돌이 되는데, 어리석게도 다음 대선에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그 모든 돌덩이에 걸려 넘어지게 되었다. 언 발에 오줌을 눈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게 되었고 6.2선거를 통해 대여소야가 소여대야가 되는 개혁을 맞게 되었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자신이 미움과 멸시의 대상이 되는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한다. 이명박대통령은 여기서 또 큰 우를 범하게 되는데,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을 외면했고, 탄압했다. 경제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국가적인 사업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켰다. 일례로 미국산 소고기수입이 그러하다. 우리에겐 MCD즉 광우병으로 잘 알려진,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이라는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서, 한 인터뷰에서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 아니냐, 일단 수입을 하면 시장이 알아서 할 것이다.”라는 무책임한 말을 던졌다. 그리고 미국산소고기수입을 반대하기위해 비폭력적인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에게 물대포를 쏘았고, 주동자를 검거했으며, 모든 인터넷과 언론 매체를 감시했다. 이렇게 국민들의 미움이 쌓여가자 국민들은 야당정치인들의 청렴문제가 제기되고 수사 받거나 진보적인 성향을 띤 유명연예인이 일을 그만두게 되는 사건들을 보며 여당의 정치적인 쇼, 발악이라고 생각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군주는 신망을 받기위해 위대한 과업을 수행하고 비범한 모범을 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대통령은 취임시기부터 BBK등 여러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수많은 조사를 받아왔고, 재산의 불투명함이 계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취임 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2년간 끌어왔다. 공공연히 비리문제가 거론되는 대통령을 포함한 여당 의원들이 야당의원들의 청렴함을 문제삼는 것 자체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고, 자기에게 돌아올 화살을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이명박대통령이 군주론의 입장에서 잘 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들을 공포로써 다스리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계급사회가 붕괴되고 군림과 지배라는 단어가 희미해진 현대사회에는 적절치 못한 방법일테고, 무덤에서 마키아벨리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 해도 추천하지 않을 방법이다.
군주론은 분명 人事에 관해 비범한 통찰력을 갖고 쓰여진 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배제하고, 모든 사람을 적으로 인지해 너무 삭막한 인간관계만을 계산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인간은 생각보다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살인범일지라도 제 어미아래서는 한없이 나약한 자식일 뿐이다. 감정적으로 대처해 예외가 생겨나는 것이 인간의 일이고, 그 때문에 인간의 일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가 없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 한 가지 충고하자면, 읽어보되 광신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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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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