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 배운다.
coolmom77
- 작성일
- 2010.11.20
할머니의 연애시대
- 글쓴이
- 벌리 도허티 저/선우미정 역
창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자꾸자꾸 잊어버리는 일...엄마도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도...꿈같은 로맨스를 꿈꾸던 소녀였던 시절이...파티에 잘 차려입고 나가 으스대고 싶어하던 청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p201...그리고 그제야 나는 엄마도 내 나이 때 화장을 하고 시내에 나가 춤을 추고 싶어 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하게 된 '제스'는 그저 상처받기 쉬운 '여자애'에 불과하다.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게 된 제스를 위해 열린 축하파티에서 우연히 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게 되는데...
p23...그제야 엄마는 나를 쳐다봤다. 엄마의 눈빛은 내가 이 모든 비밀 이야기와 모든 사랑 이야기, 그리고 이 모든 무시무시한 이야기들까지 함께 나눈 뒤에야 집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빅뱅과 소녀시대를 동경하듯이, 서태지에 열광했고...남진, 나훈아에 눈물 흘리는것은 세대간을 넘어 언제나 늘 '젊음'에게 주어진 특권 같은 것이다. 그 시절이 아니면 결코 다시 누릴 수 없는 자유스러운 감정들...
어쩌면 우리 할머니 세대는 요즘의 우리 아이들 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 오신것 같은데도 우린 자꾸 현재의 우리만이 꿈과 사랑을 가진것처럼 잘난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p165...이따금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남 얘기와 남 걱정으로 보낸다는 게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짐작으론, 그들 삶에는 계속해서 되씹을 만큼 굉장한 사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것 같다.
이 책을 읽고나면, 한 가족의 역사를 속속들이 들여다 본 것처럼...아니, 나 역시 그들과 함께 가족의 한 사람이 된것처럼...가족을 잃은 아픔과 젊은 시절에 있음직한 사랑과 아픔들...그리고 추억들을 되새겨 보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극적이고 황홀한 순간을 선물해 주지만 옳다고만은 할 수 없는 사랑을 선택할 수 도 있을 것이고...조금 뒤처지는 외모와 머리를 가졌지만 그저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감정만을 믿고 평생을 평범하게 살거라는것을 알면서도 편안한 삶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것이 옳고, 그른 선택이 될 수는 없다. 때론 실수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우리는 그저 계속 우리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p222...그의 모습은 점점 멀어졌고, 기차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어서 가자. 그것은 바로 내 어린 시절, 떠나가는 기차가 내게 늘 들려주던 소리였다. 하지만 나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리고 절대로, 결코, 두 번 다시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지 못할 터였다. 뱀이 드디어 허물을 벗은 것이다.
오늘의 제스가 언젠간 엄마가, 먼 훗날엔 할머니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것이 바로 시간인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그리고 사랑이 단지 살과 살을 부비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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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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