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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iyadaum
- 작성일
- 2010.12.12
한비자
- 글쓴이
- 한비자 저
글항아리
대체로 동양 고전 중에 한비자는 잘 읽지 않는다.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읽고 마음이 맑아 지고 반성하기 위해 읽는 데, 내용이 대부분 살벌한 정치적 삶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이다. 일단 남을 믿지 말아라, 같은 이야기들.
하지만, 잘 따져 보면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대부분의 책이 그렇다. 장자를 보라. 결국, 조심해라, 조심해라, 로 귀결되지 않는가. 까딱 잘 못 하면 목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든 일단 목숨은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 조심하고 조심하는 것 밖에 달리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장자의 말대로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걸어 가는 것처럼 사는 방법 이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다만, 다른 점은 방법론적인 문제다.
한 가지 더. 위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책이라면 텍스트를 곧이 곧대로 읽기 보다는, 조금 적극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책 대로 살다 보면 어디 산 속에 토굴 파 놓고 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더. 한비자는 철저하게 군주를 위해 쓰여진 책 같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쓴 책이다. 다만, 거기서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새겨 들을 얘기들이 있기 때문이 여전히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새겨 들을 이야기들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금 까지 다른 책들에 비해 덜 읽혀 졌지 않았을까.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 간다. 다른 책, 논어나 맹자, 장자나 도덕경에 비하면 정말 재미가 없다. 개인차라고?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믿지 마라. 아 여기서 중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믿고 쓸 사람과 안 쓸 사람을 구별하라. 어떻게? 직관에 의해서? 아니. 엄격한 규칙에 의해. 규칙을 분명히 정해 놓고 상벌을 가하면 믿고 쓸 사람과 안 쓸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책이 대체적으로 일방적인 법 만능주의인데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는 있다. 왜 법인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책의 주 독자는 군주이고, 군주 자신이 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 백성들은? 또 수 많은 백성들을 일일이 자상하게 고려하며 정치를 하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럴 때 제일 유용한 게 법대로이다. 군주의 입장에서.
권력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의심해야 한다. 법대로 하면 모든 게 절로 된다고? ㅋ 그 법은 누굴 위한 법인가.
책을 지나치게 삐딱하게 읽었는 지도 모르겠다. 책 중간 중간에 초기 소설의 모습을 지닌 글들이 보이기도 하고, 법가의 철학적인 면, 장자와의 공통점도 보인다. 자세히 읽으면, 흥미로워 할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엘리트 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모르나, 나 같은 잡배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 책이었다. 법대로란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모순이다. 자기에게 맞으면 현실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상이기 때문이다. 안 그런 책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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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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