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5중주 '송어'는 4악장에서 가곡 '송어'의 주제가 사용되어 유명한 작품입니다. 물론 1악장에서부터 주제부가 살짝 살짝 선보이지만 4악장의 변주곡에의 익숙한 리듬이 클래식에 가깝지않은 분들고 즐겁게 만드는 곡입니다. 슈베르트가 즐거운 여행에서 돌아와 유쾌한 마음으로 단숨에 작곡한데다 그의 청년기 작품인 탓에풋풋하고 싱그러운 매력이 느껴지는 명곡입니다. 더구나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에 제2 바이올린이 빠지고 더해진 더블베이스가 풋풋함 속에 묵직함이 깔끔하게 조화되어 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2악장은 슈베르트 특유의 애잔함이 은은한 어찌보면 이곡의 가장 아름다운 악장인 듯 합니다.

피아노가 핵심이 되는 5중주 특성상 유명 피아니스트의 녹음이 풍부한 곡입니다. 흔히 바두라-스코다와 바릴리4중주단의 연주, 알프레드 브랜델과 클리블랜드4중주단의 연주가 가장 선호되고 있고 클로포드 커즌, 에밀 길레스의 음반 역시 항상 추천에서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연주!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와 보로딘4중주단의 실황연주는 음반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던 터라 유명세에서 다소 밀려있던 곡입니다. EMI RED LINE이라는 아주 싼 가격메리트에 리히터라는 이름에 혹해서(?) 부담없이 구입해서 듣게 된 이 연주는 과연 리히터라는 감탄이 나올 법 합니다. 슈베르트의 부드러움이나 감미로움이 적극적으로 표현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리히터 특유의 강렬한 표현과 과감한 터치, 보로딘 4중주단과의 절묘한 조화는 이 연주의 가치를 다시 한번 더 부각시키게 합니다.

거기에 덤으로 환상곡 '방랑자'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곡은 리히터의 역동적인 연주가 가장 도드라진 최고 명연의 하나입니다. 강한 터치에서 나오는 묵직함으로 방랑자의 기질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느린 부분에서 나타나는 서정미는 리히터만의 절제가 드러나는 매력입니다.

리히터라는 이름이 가지는 위엄에 싼 가격으로 금방 금방 품절이 되는 음반입니다. 물론 염가반 특성상 내지가 빈약하고 CD자체도 볼품없이 노란색 범벅입니다만 음질이 조악하지는 않으니 부담없이 하나 소장하기엔 안성맞춤인 듯 합니다.
이 가을 리히터의 연주로 슈베르트에 푹 빠져 보심도 좋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