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
  1. 깃털 달린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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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차가운 밤
글쓴이
바진 저/김하림 역
시공사
평균
별점8.5 (64)
수연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아 뭐 이런 정말 개한테 줘도 안 집어갈 개뼈다귀보다도 더 못한 인생이 있단 말이더냐, 눈을 감고 잔인한 장면을 보지 않으려고 해도 살짝 실눈을 뜨면서 볼 거 다 보며 든 생각은 그랬다. 헌데 바진의 [차가운 밤]에 등장하는 왕원쉬안의 인생 역시 복남이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을 하는 두 남녀, 복남과 원쉬안은 성별이 다르고 국적이 다르다는 차이점을 제외한다면 쌍둥이와 마찬가지다. 그래도 아내 수성의 사랑을 받았던 적 있는 왕원쉬안, 그리고 그녀가 떠날 때까지 아니 죽은 후에도 아내를 사랑했을 왕원쉬안의 인생이 조금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제일 옆에서 깊이 사랑을 해줘야 할 배우자란 녀석들이 제일 상처를 주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대씩 꿀밤을 주고싶을 정도. 여기는 공적인 공간이니까 나이브하게 꿀밤으로 표현을 한다. 영화를 볼 때 역시 가슴 속에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을 어찌 하지 못했는데 소설은 가장 강한 세기로 에어컨 바람을 틀어준다. 따지고들자면 아니 따지고들 것도 없이 가족이라는 존재가 제일 깊이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건 어디에서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다. 그저 피부로 느껴 아는 것이다. 살아보니 그건 절대 틀릴 수 없는 당연한 진리, 즉 물리 법칙과 같은데 칼을 깊이 쑤셔박는 인물들 또한 여지없이 그 사랑을 주고받는 가장 절친한 관계, 즉 가족이다.


 


어머니와 아내가 끊임없이 부딪히는 이런 상황에서라면 나 같아도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햄릿의 대사를 저절로 읊을 것만 같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불쌍한 왕원쉬안은 아내에게서 버림받고 어머니의 품 안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는데 그 장면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포스터와 비슷하리라. 뻔한 이야기는 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이게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넓게 나아가서 제도의 문제로 본다면 좀 쓸만한 제도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면 복남과 원쉬안의 불쌍한 인생길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 왕원쉬안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복남이의 공간적 배경을 싸악 무시하고 보자면 이 이야기는 우리 이웃, 우리 친구, 우리 가족에게서 항상 일어나는 실제 사건이다. 그저 넋 놓고 딴나라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라고 볼 수만은 없는데 그 이상의 이야기는 여기에서는 무리일 거 같다.


 


시련은 인생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서 그 고난을 겪은 인간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비관주의로는 그 인생은 지옥에 닿아서도 끝끝내 울부짖을 것만 같다. 한 많은 인생들이란 으레 그러기 마련이기에. 끔찍한 장면이라 해도 실눈 뜨지 말고 당당하게 두눈 부릅 뜨고 지켜봐야 하리라. 사랑을 잃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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