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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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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저
해냄
평균
별점9 (553)
toy5fermata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진다. 달리던 차들이 일제히 멈춘다. 잠시 후 파란 불이 켜져 다시 차들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중간 차선의 선두에 있던 차 한 대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뒤쪽에 늘어선 차들은 미친 듯 경적을 울려대고, 급기야 일부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멈춰 선 차의 창문을 거세게 두드려댄다. 안에 있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한 마디, 아니 정확히 세 마디를 내뱉는다.
 
"눈이 안 보여!"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이 남자를 시작으로 그와 접촉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이 멀기 시작한다. 그를 집까지 바래다 준 어느 시민과, 그의 아내와, 원인을 알기 위해 찾아간 안과의 의사 및 다른 손님들까지 릴레이로..
눈 앞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전염성 실명이 급속도로 퍼지자 정부는 눈먼 사람들과 그들과 접촉했던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탈출하려는 자는 무차별 사살한다. 그들을 감시하는 군인들은 수용소 밖에서 지키고 있을 뿐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즉, 눈먼 사람들의 수용소에는 법과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강제수용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자 작가의 상상력의 실험실이라고 할 수 있다. 수용소 안에서는 일단 사회에서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권력을 가졌었는지,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정부로부터 배식된 음식을 나눠먹는 똑같은 눈먼 자들일 뿐.
 
그럼 눈먼 자들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 곳에서의 생활이란 아주 안타깝고 참담하며 추악하다. 그들은  우선 화장실을 잘 찾지 못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그 곳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상 방뇨, 방변에 따른 악취와 질퍽한 바닥. 그 뿐이면 다행이겠지만 눈먼 사람들은 그걸 밟고 다니고 옷에 묻히고 다니며 결국엔 자신의 침대 또한 그들의 신발과 별반 다를게 없어지고 만다. 수도는 끊겨 씻을 길이 없고 혼란스러운 바깥 사회 사정 덕분에 배식 마저도 일정치 않다.
 
부족한 식량일지언정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서로 돕고 살면 그나마 아름다운 생활이 구현되겠지만 법과 제도가 없는 이 곳에서는 당연한듯이 식량 약탈, 공갈협박, 강간 등이 만연하여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게 만든다.
 
저러면서까지 계속 살아야 할까? 생각이 드는 이 곳에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녀는 눈이 먼 남편을 혼자 수용소에 보내기 싫어 눈이 멀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들어온 안과 의사의 아내이다. 지상 지옥이 따로 없는 이 곳에서 그녀는 차라리 눈이 멀었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로 제 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지만 눈먼 사람들을 안내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던 중 정부로부터의 배식이 아예 끊겨 버린다. 그 이유는 수용소 밖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렸기 때문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수용소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서로간에 마지막 전쟁을 벌이고 그러다 수용소에 화재가 발생한다. 무장한 군인이 지키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눈먼 자들은 그 곳을 탈출해 바깥 세상으로 나가고 눈이 보이는 의사의 아내 또한 그 곳에서 함께 생활했던 몇 명을 이끌고 수용소를 나선다.
 
세상에 있는 단 두개의 눈인 의사의 아내는 참혹한 광경에 놀란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도시는 전기, 물, 교통 할 것없이 모든 사회적 시스템이 멈춰버렸고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한 도로는 끔찍하기만 하다. 이제는 오물로만 보이는 눈먼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음식을 찾아 배회한다.
 
내가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즈음 의사 아내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눈먼 자들 사이에 인간애가 조금씩 회복되고 그들이 타인과 자신을 위해 사는 법을 깨달아 갈때 쯤 마침내 다시 눈을 뜨게 된다...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
이 작품은 여러모로 새롭다. 대화와 서술을 구별하지 않는 문장 형식, 수미표와 마침표를 제외한 모든 문장부호의 생략..
그의 손에 의해 펼쳐지는 언어의 잔치는 긴박한 스토리와 함께 한 번 집어든 책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하는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한정되어 있는 물자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휴머니즘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뿌리째 뒤흔드는 충격적인 이 작품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도시에는 두려움과 증오와 절망만이 가득하다. 감춰져 있던 인간의 모순들이 실명 상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 책에서의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없다. 모두 의사, 의사의 아내, 도둑,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등의 일반 명사로 불리운다. 인간의 개별성을 드러내 주는 이름을 지워버린다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개개인의 인간이 아닌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인간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이 책이 알레고리 형식을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생활은 개인 생활과 사회 생활로, 그리고 물리적인 생활과 정신적인 생활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생활과 물리적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고, 자고, 입고, 배설하는 인간의 기본 생리적 활동이 보장되지 않을 때 사회 생활과 정신적 생활이 어떤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다시 시력을 회복했을 때,
눈먼 자들의 도시를 두 눈을 통해 목격한 의사 아내는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말을 던진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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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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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

    작성일
    2009.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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