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법, 또는 중의적 표현이란

어떤 문장에 쓰인 낱말이 2가지 이상으로 해석되는 경우를 말한다.

중의법이 사용된 대표적인 문장이 황진이의 다음 시조이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이 시조의 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작배경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조선의 명기인 황진이가 개성(송도)에 살고 있을 무렵에

벽계수(수는 대군, 군 다음 등급의 종친 칭호)라는 종친이 있었는데

그는 품행이 방정하고 여색을 멀리 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위 시조는 그런 벽계수가 개성에 왔을 때,

황진이가 부른 노래이다.

벽계수는 이 노래를 듣고 황진이와 정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면 이 시조에 사용된 표현을 왜 중의법이라고 하는가?

다음 2가지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1) 낱말 그대로 풀이했을 경우

푸른 산속을 흐르는 맑은 시냇물아 빨리 간다고 자랑하지 마라.

한번 바다로 들어가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기 어려우니

밝은 달이 산에 가득 비추고 있는데 쉬어간들 어떻겠느냐?

2) 낱말의 의미를 비유로 풀이했을 경우

깨끗하다고 자처하는 벽계수님 도도하다고 자랑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한 번 늙으며 다시는 청춘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황진이가 좋은 경치속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저와 함께 잠시 즐기시면 어떻겠습니까?

벽계수는 종친의 이름, 명월은 황진이의 기명으로 보면

2번 같은 풀이가 가능해진다.

중의법이 사용된 다른 예문을 몇 가지 들어 보겠다.

여기는 평양, 지금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1972년 8월 30일 제1차 남북 적십자회담을 위해서 
우리 대표단이 북한에 갔을 때 어느 신문의 표제였다.

이것은 다음 2가지로 해석되면서  감동을 주었다.

1) 실제로 그 때 평양의 날씨는 비가 내렸으므로, 순수한 기상 정보이다.

2) 굳게 닫혔던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을 표현했다. 

이슬비를 북녘땅에 스며드는 자유의 기운으로 비유했으며,

그런 남북의 만남을 통해 베일에 쌓였던 북의 실상이 조금씩 들어나면서

남북 교류가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말 없는 사자가 되어 누워 있는 성난 사자들!

1960년 사월 혁명 때 어느 신문의 표제였다.

이승만의 부정 선거에 분노하여 정의의 함성을 지르다가

경찰의 총탄을 맞고 희생된 학생의 영전을 묘사하는 내용이다.

사자는 맹수의 왕인 동시에

한자어로는 죽은 사람(死者)이라는 뜻도 된다.

독재에 항거하여 용감하게 일어선 젊은이들은

맹수의 왕인 사자같이 용맹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흉탄에 쓰러져서 주검이 된 그들은

죽은 사람(死者)이기도 했다.

맹수와 죽은 사람 모두를 뜻할 수 있는 사자라는 표현이 매우 절묘했다. 

아 강낭꽃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수주 변영로의 시 <논개>에 나오는 시구이다.

이 시에서 '물결'은 글자 그대로 논개가 적장과 함께 죽은

진주 남강의 물결일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역사를 비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논개의 충성스러운 마음과 행위는

이 나라의 아름다운 역사가 되어 전해지리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아름다운 역사를 청사라고 하니,

푸른 그 물결과 잘 어울린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치있게 활용된 중의법은 읽는이에게 감동과 감탄을 주기도 하나,

지나치게 사용하면 문장의 품격을 떨어뜨리므로 유의해야 한다.   

* 자료 출처 : 2005년 10월 6일 등 예전 답변을 일부 고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