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문학

goodchung공식계정
- 작성일
- 2011.8.15
배빗
- 글쓴이
- 싱클레어 루이스 저
열린책들
《배빗》,
미국 중산층의 이기적이고 속물주의 가득한 한 남자의 순진하고 나약하며 외로운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싱크레이 루이스의 장편소설이다. '배빗'은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인 고유명사이지만, 이 소설을 계기로 '중산계급의 교육없는 속물'을 의미하는 일반명사가 되어 버렸다. 이 소설에서 우리의 주인공 '배빗'은 중산층의 관습과 이상에 일부 반항해 보지만 결국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종래의 인습에 순종하는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의 내용만 간단히 살펴보자. 주인공 배빗은 미국 중서부 상업도시인 제니스에서 부동산 소개업을 하고 있는 중년의 성공한 실업가이다. 시간적 배경은 1차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대 초반이다. 전후복구 과정에서 미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경제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시기이다. 유럽의 귀족계급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낼 수 있는 특별한 제도가 없었던 미국사회에서 경제적 성공이 사회적 신분을 대변하던 그런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다.
배빗은 자신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실업가라고 우쭐대지만, 그의 삶은 나약하고 우습고 속물적인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닮고 있다. 자신을 도덕적 인물이라고 떠벌이지만 부동산 사업을 하면서 남을 속이고 약자를 무자비하게 밟아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런 인물이다. 매일 술과 담배를 끊을 거라고 말하지만, 한번도 금주,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의 인간이다. 그가 속한 클럽, 교회, 정치활동은 결국 그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에게는 이웃이나 친구의 사람됨이 아니라 연봉이 그의 가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가 된다. 한 마디로 속물적 인간을 대변한다.
이런 그에게도 삶의 가치와 존재에 대한 회의가 몰려온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회의에 빠지게 된다. 사실 그는 어릴적 법률을 공부에 정치가가 되는 꿈을 안고 살았다. 그러나 사회에 적당히 타협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되었고 그의 꿈은 어디로엔지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도시생활과는 다른 또다른 삶의 가능성을 느껴보기도 하고, 기존사회의 가치에 대해 반란을 시도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사회적 인습에 순종하는 그런 사람으로 돌아온다. 물론 그는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이상실현을 아들 테드를 통해 실현해 보려고 하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주인공 '배빗'의 모습은 경제적 이득, 사회의 도덕적 원칙, 잃어버린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시공간적 배경이 우리와는 한참 떨어져 있지만 여러 장면에서 감추고 싶은 내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아마 이것이 위대한 고전의 힘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달성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도 해보지 않고, 사회적 압력에 굴복해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배빗의 삶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같은 시대적 배경을 가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떠오른다. 게츠비나 배빗이나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20년대 미국인을 삶을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보다는 <배빗>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사회적 풍자의 형식을 딴 <배빗>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을 지적하는 것처럼 가슴을 후벼파고 지나가기 때문일까?
- 좋아요
- 6
- 댓글
- 1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