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후니
  1. 연필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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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시아버지가 있었는데 끼니 때마다 눈썹 가지런히 제미(齊眉)하여 밥상 올리는 며느리가 하도 예뻐서 어느날 그만 망녕되이 쪽, 하고 며느리의 젖을 빨고 말았습니다.


 


혼비백산 버선발로 뛰쳐나온 며느리가 제 서방에게 이 변고를 울음 반 말 반으로 토설(吐說)하였습니다. 분기탱천한 서방이 사랑문을 열어젖히고 아버지께 삿대질로 호통인즉,


 


"남의 마누라 젖을 빨다니 이 무슨 망녕입니까!"


 


아버지 왈,


 


"너는 이놈아, 내 마누라 젖을 안 빨았단 말이냐!"


 


되레 호통이었답니다.


 


(229쪽, 신영복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옥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곧고 반듯한 사색을 단정하게 펼쳐 놓고 있는 신영복선생의 글에서 문득 만난 이 야설(野說)에 나는 박장대소하고 웃었습니다. 그래, 이래서 남자들이 모두 남의 마누라 젖 빨기를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한참 웃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게는 '남의 마누라' 젖을 빤 기억이 없었습니다. 무남 독녀 딸아이를 줄곧 소의 젖(牛乳)으로만 키웠으니 아내 역시 '남'에게 자신의 젖을 내준 적이 없고요.


 


어쩌면 그 결핍이 지금까지도 아내와 나를 굳게 묶어주고 있는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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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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