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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2.2.29
예브게니 오네긴
- 글쓴이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저
열린책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은 러시아의 시인이자 러시아 국민문학의 창시자이다. 그는 러시아 문학사상 최초의 리얼리즘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예브게니 오네긴』을 쓰기 시작한 무렵 그 당시 유행하던 낭만주의 한계를 의식하게 된다. 그의 고민의 깊이만큼 이 작품은 7년여에 걸친 오랜 집필과정 끝에 탄생하였고 시와 소설의 장르적 한계를 탈피하여, 반복적인 시의 리듬과 순차적인 소설의 전개가 공존하는 <운문소설>이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선보임으로써 문학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창시절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은 『대위의 딸』이다. 읽을 당시에는 그저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봤었는데, 세부 분류가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역사 소설인 것을 보니 그 속에 러시아 역사가 총망라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최초의 운문 소설이라는 『예브게니 오네긴』을 읽으면서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아마도 우리의 문학 중에 판소리와 같은 유사한 장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치 예브게니 오네긴이라는 판소리 여러 마당을 함께 한 느낌이랄까. 시인이라는 칭호답게도 한 편의 장대한 서사시같기도 하다.
아! 사람들은 인생의 밭고랑에서
비밀스런 신의 섭리에 따리
순간적인 추곡처럼
싹트고 여물고 시들어 가고
그 뒤를 또 다른 이들이 좇아간다…. (76쪽)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음의 전개가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곳곳에 아름다운 시어들이 가득해서 참 아름다우면서도 흥미로웠다.
겨울은 찾아와 산산이 흩어졌다.
눈은 몽글몽글 참나무 가지에 걸리고
들판에, 언덕 주위에
파도치는 양탄자 되어 누워 있다.
강에 덮인 눈 이불은
얼지 않는 제방에까지 닿아 있다.
서리가 반짝였다. 어머니 겨울의
장난이 우릴 즐겁게 한다. (216쪽)
이야기는 주인공 예브게니 오네긴과 따찌야나의 엇갈린 안타까운 사랑이 주축을 이루지만 그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과 귀족들의 허식이 가득한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오네긴의 사소한 행동에 대해 친구 렌스끼의 질투를 불러 일으키고 결국 결투 끝에 렌스끼를 죽이게 되는 불행을 낳는다.
이러한 내용은 마치 뿌쉬킨의 삶을 예견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는 실제로 아름다운 나탈리야에게 반하고 여러 차례의 구애를 통해 결혼하게 되지만 그녀의 미모는 그의 삶에 비극의 시초가 된다. 이 책에서 오네긴이 아닌 렌스끼의 운명처럼, 뿌쉬킨은 자신의 아내와 염문을 일으킨 프랑스인 단테스와의 결투 도중에 치명상을 입고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도 사망한다. 그가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고 좀더 오래 살았더라면 주옥 같은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었을텐데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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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