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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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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꼬네집에 놀러 올래
글쓴이
이만교 저
문학동네
평균
별점8 (20)
kosinski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경쾌한 제목의 글을 무척이나 재밌게 본 적이 있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듯한 문체와 대사의 간결함,상상력에서 상상력으로 널을 뛰는 듯한 전개가 인상 깊었다, 그리고 가벼움까지. 바로 그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소설을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가 않았다. 파안대소의 미학. 미소의 미학이 아니라 쾌할하고 목청껏 드높여도 좋은 통쾌한 폭소의 미학. 웃으면 폐활량이 늘어나고 엔돌핀의 생성으로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현대인의 건강, 독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매우 공공적인 미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형, 큰누나, 매형, 작은누나, 외할머니, 사돈어른까지를 한 식구로 하여 살아가는 집. 도시의 팽창과 함께 산좋고 물좋던 어느 변두리 지역에 위치한, 난개발 속에 도시 속의 섬처럼 고립되었으되, 

"결국 우리 가족은 먼셀 24색이나 TFT화면 따위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저 아름다운 빛깔의 저녁노을과 마음을 눌러주던 평원, 그리고 그 어떤 에어컨이나 부채바람보다도 가늘고 길고 섬세하여, 한여름에도 냉랭한 애인마냥 차갑고 쌀쌀하기 그지없던 뒷산의 산들바람에 대한 권리들까지도 고스란히 포기하고야 말았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활달한,나를 중심으로 한 이들 머꼬네집 사람들의 경쾌한 일상사. 미시적 일상들 사이로 끊임없이 솟아 오르는 애잔한 즐거움. 

"가스통이 터지면 119라도 부를 수 있지만 전화통에 볼나면 119도 못불러 이것들아!"

라고 외칠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들. 까짓거 지지고 볶고 희뻔득거리고 빽빽 울어대도 살아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하는 듯한 처연한 유머들의 연속. 하지만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롭고 냉소적인 시선. 

"일단 조재해준 약을 드셔보세요."
의사는 또 하나 마나 한 소리를 뇌까렸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나요?"
형수가 물었다.
"저로선 장담은 못합니다. 그때는 좀더 큰 병원으로 가보셔야 될 거예요."
의사는 작은 병원에서나 내릴 수 있는 의견을 냈다. 큰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면 왜 좀더 일찍 오지 못하셨어요? 하는 식으로 병의 원인을 찾을 작자일 게 틀림없었다.

IMF와 함께 현재의 직장을 잃고, 다시금 옛날이 한 등급 낮은 직장으로 옮겨 가고서도 잃지 않는 이들 생명력 가득한 사람들의 일상사.

"형과 작은누나는 전철역까지 걸어가서는, 전철이 역내로 들어올때쯤 철로로 뛰어내렸다. 그리곤 치달려오는 전철에 깔리지 않으려고 걸음아 날 살려라, 똥 빠지게 뛰고 또 뛰고 하는 방법으로 출퇴근을 해서 교통비를 아꼈다. 덕분에 아랫배가 쑥 꺼져 내려가고 심폐기능까지 강화되었다고 세 사람 모두, 그 중에서도 형수가 제일 좋아했다..."

그리고 생명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모두 포함한 애정어린 유머. 

"멀건 대낮에, 혹은 오밤중에,식구들이 모두 밖에 나갔거나 아니면 다들 곤한 잠에 빠져서 사위가 적막한 때에, 집이 혼자서 덜덜덜, 몸을 흔들며 웃어대는 게 느껴지곤 했다. 웃겼던 순간들을 다시 생각하며 혼자 웃는 모양이었다."

이런 왁자지껄한 집안에 하나 또다른 즐거움으로 태어나자마자 웃음꽃을 잉태한,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사돈어른이 이게 뭐꼬? 라고 부른데서 연유한 머꼬의 탄생과 자잘한 성장의 기쁨.

"한 달 전쯤 일어나 앉더니 지난 주부터는 붙잡히는 것만 있으면 잡고서 일어나는 거였다. 그러더니 어제부터는 붙잡아주면 걸음도 떼는 거였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나가면 올해 안으로 날 수도 있을 게 틀림없었다.나는 베개에 녀석을 태워서 마루와 안방과 부엌까지 날아다니는 연습을 하루 열 번도 넘게 빼놓지 않고 시키는 중이었다..."

'슬픔이 주량보다 많으면 누구나 지랄을 내는 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작가가 한바탕 만담으로 휘저어놓는,현대적 소시민의 코믹한 일상에 대한 나름의 공경이 잔뜩 배어 있는 소설이다. 안 보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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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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