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1. 일본 소설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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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8.9 (26)
도련님

  늘 드는 생각이지만, 미미 작가는 참 반듯하고, 선량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혹은 작풍이 혹은 글에서 엿보이는 가치관이 그러하다. 이런 섣부른 단정을 내리는 근거는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상을 통해서이다. 물론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 군상에는 추악하고, 찌들은 인간들이 등장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욕심을 부리고, 아랫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모든 인물들을 품어낸다. 그리고 그들의 지난한 삶속의 미미한 온기를 크게 불씨를 키워내듯 불로 키워내선 독자에게 그 온기를 나누어 주는 듯 하다.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고, 긍정하자는 메시지를 풀어내는 듯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이번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처음이었던 듯 하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이면서 시대물도 잘쓰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약간 '폭풍의 언덕'을 모티브로 한듯한 구조를 선보인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괴담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전체 작품의 화자가 되는 이의 숨은 사연은 그런 골격으로 짜여져 있다. 물론 참담한 대접을 받다, 번쩍번쩍 성공해서 등장하는 히드클리프의 모습은 없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혼령으로 떠도는 무시무시한 이가 등장해 주인공을 슬프고, 비참하고, 넋이 나가버리게 만들어 버리지만, 그의 절절한 사랑이 완곡하게 잘 녹아들어있어 베게가 젖도록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주인공은 자책한다. 자신으로 인해서 2명의 목숨이 사라졌다고..... 그 끔찍한 상황의 목격자가 되어서 목숨을 구걸했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친척집에 은거하며 하녀생활을 자처하면 자신을 알게모르게 징벌하는 삶을 살아가려 작정하고, 침울한 삶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숨은 사연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고,스스로 외면하고자 했던 사건을 곰곰 생각하고, 후회하면서도 결국 우유부단한 호의와 애정이 얼마나 몹쓸 결과를 초래하는가 깨달으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이를 회상하게 된다.


  살인사건과 무시무시한 귀신이 등장하면서도, 묘한 온기가 있는 작품이었다. 어정쩡한 친절의 참담함을 반성하면서도 가족처럼 친애한던 이의 부재와 상실로 힘들어하는 주인공은 시뻘겋게 벌어진 상처를 벌려 썩은 고름을 짜내고 선홍빛 피가 배어 나오도록 독기를 빼내 마침내는 혼령과도 교감하고, 용서와 화해를 이루게 된다.


  가족과도 서먹서먹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열의까지 잃었던 이가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서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는 전체 스토리와 개별적인 괴담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수작이었다. 더더욱 작가를 존경하게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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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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