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한이야기들

민음사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2.8.6
『위키드』 02 초록색 마녀 엘파바는 어떻게 생겼을까?
엘파바 역의 젬마 릭스(왼쪽)와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
소설의 묘사에 따르면, 엘파바는 긴 검은 머리에 턱이 뾰족한 아이로 남의 시선에는 눈곱만큼도 신경 안 써서 오히려 너무 튀는 외모이고, 글린다는 금발 곱슬머리를 자랑스러워하고 최신 유행에 뒤지는 걸 수치스러워하는 외모지상주의자라 할 수 있습니다. 시즈 대학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엘파바에 대한 첫인상은 이렇습니다.
그 소녀는 야단스러운 돌림무늬를 넣은 빨간 드레스를 입고, 노인네나 신을 법한 무거운 장화를 신은 거지꼴로 방 뒤편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 갈린다는 빛의 장난으로 덩굴과 이끼에 덮인 이웃 건물들이 반사되어 잘못 본 줄 알았다. 그러나 엘파바가 양탄자 천으로 만든 여행 가방을 들고 앞으로 나오자,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야위고 뾰족한 얼굴의 소녀는 썩어 가는 초록색 피부에 이국적인 검고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위키드 1 : 엘파바와 글린다』
“썩어 가는 초록색”이라니, 작가도 너무합니다, 주인공을 이렇게 묘사하다니요. 4년째 엘파바 역을 맡아 오고 있는 젬마는 쇼케이스 때 자신의 손을 보여 주면서 특수 크림으로 분장을 지워도 초록색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며 자신의 고충을 즐겁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글린다는 이런 기겁할 외모의 엘파바와 룸메이트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합니다. 꿈 많은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깊은 좌절을 느낀 셈이죠.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 말 많고 탈 많은 학창 시절을 지내면서 점차 깊은 우정으로 발전해 갑니다. 비록 서로 다른 성품과 이상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없게 되지만, 글린다는 엘파바의 순수함과 의지력에 끌려 친구를 존경하게 됩니다.
글린다는 오랫동안 엘파바를 보지 못하는데, 한참 뒤에 리르를 보자마자 엘파바의 아들임을 단박에 알아봅니다. (『위키드 3 : 리르 이야기』의 줄거리입니다.) 일단 리르가 엘파바의 망토와 빗자루를 가지고 있었는데, 단순한 글린다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리르가 엘파바의 아들이라는 증거였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리르의 표정을 보고 확신을 얻었습니다. 7월에 출간하게 될 5권에서 글린다가 리르에 대해 묘사된 내용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도대체 엘파바의 표정은 어땠을까요?
아무튼 리르는 엘파바의 빗자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르가 엘파바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음 뺏긴 곳이 있는 것 같은 심란한 그 표정, 그로 인해 멍하니 정신을 놓은 듯하면서도 동시에 집중하고 있는 그 얼굴. 건조한 겨울날 미처 손을 대기도 전에 손가락과 하인 부르는 철제 종 사이의 빈 공간을 건너질러 따닥 하고 튀어 날아가는 정전기 불꽃 같은 표정.
―『위키드 5 : 레인 이야기』
아직 책을 못 다 읽으신 독자나 뮤지컬을 보신 분들은 깜짝 놀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엘파바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의 아들일까요? 결말도 뮤지컬과 소설은 살짝 다른 견해를 피력합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차차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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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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