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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 작성일
- 2012.10.20
템테이션
- 글쓴이
- 더글라스 케네디 저
밝은세상
유명한 작가,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싶지만 10년 동안 단 한편의 작품도 인정받지 못했던 남자가 10년의 공백기를 거쳐 드디어 성공의 대열에 들어섰다. 배우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며 글만 쓰려 하는 전업작가인 남편 덕에 생활비와 아이 학비를 벌어야하는 것은 온통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 샐리가 너무나 하기 싫었던 텔레마케터로 자리잡아가면서 생활비를 벌다보니, 제대로 된 생계유지를 할 생각을 않고 자신의 꿈만 좇는 남편에게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였다.
그 옛날 소크라스테스의 아내 히폴리타가 악처로 소문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최고의 철학자이긴 하였으나 가정을 돌보지 않은 남편 덕에 생계 유지가 그녀의 몫이어서, 바가지를 긁을 수 밖에 없었다는, 어쩌면 평범한 아내였을수도 있었겠다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믿기지않을만큼의 놀라운 행운은 연달아 찾아왔다.
그의 원고 초고가 방송국에 팔리고, 그 드라마가 연달아 만들어지면서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촉망받는 작가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게 되어, 집도 좋은곳으로 옮기고 차도 바꾸자, 아내도 즐거워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힘들었던 날의 앙금들은 쉬 가라앉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아니, 제대로 치유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이제 나를 버리겠군.
이제 나를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조강지처 샐리의 예언 아닌 예언대로, 실제 데이비드는 빼어난 외모에 프린스턴 학벌, 잘나가는 폭스 텔레비전의 젊은 이사로 각광받는 샐리 버밍엄이라는 여자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서로 공통화제가 많고, 이야기가 통하다보니 외모뿐 아니라, 그의 지금 생활을 잘 이해해줄 샐리라는 여자를 만난 것이 그에게는 행운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딸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키 어려웠으나 이미 마음이 멀어져버린 아내 샐리를 떠나는 것은, 상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생각만 있을뿐, 당연한 결과처럼 생각하던 그였다.
그의 바람을 눈치챈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샐리에게로 가는 마음이 행복하기만 해야하는데 어딘가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부간의 사랑과 윤리 등을 강조하고 살아오는 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 등은 물론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는 소재를 위함인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간단히 신뢰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곤 한다. 이혼을 하고,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치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식의 가벼운 이야기로 (심각한 갈등과 스트레스 등이 있을 법 하지만 작품에서 그것까지 제대로 그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글러스가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전락해버리는 것에서 가정의 소중함이 너무나 무참히 깨져버리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한 가득이었는데, 더글라스는 가정의 소중함을 무척이나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서양에서라면 더더욱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속되지 않고, 무책임하게 인생의 사랑만 좇는 사람들이 많을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 소설은 (물론 데이비드의 행동은 가정을 저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서구 사람들에 대한 그릇된 내 색안경을 벗겨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붙잡자마자 네시간동안 눈도 못 떼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내 잠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린 이 매력적인 소설은 인간의 성공에서부터 빈털터리도 쉽게 전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을 모두 잘 그려내고 있었다. 부자가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는 인기 작가가 된 데이비드와 방송국 이사의 만남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어주는 파워커플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돈이 너무나 많은 필립 플렉이라는 기업가가 러브콜을 보내온다. 그러나 그 남자가 수정해달라고 보내온 원고는 놀랍게도 자신이 유명해지기전 과거에 썼던 원고에 뻔뻔하게도 필립의 이름만 적어넣은 원고였다. 표절도 아니고 완벽한 도둑질에 화가 났으나 오히려 그의 주변 사람들, 샐리에서부터 에이전시인 앨리슨, 자산 담당자인 바비 등이 모두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원고에 필립의 이름이 그대로 실린채 영화로 제작되도 나쁠 것은 없지 않냐고 연예계의 생리에 적응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탐탁치는 않았지만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필립의 전용 휴양지인 개인 섬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에미상에 오르는등 최고의 성공을 맛본 그였지만,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연달아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오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조강지처였으면 그가 몰락했어도 그의 곁을 지켰겠지만, 그의 부와 지위를 보고 선택했던 샐리는 그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버리고 만다.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얼른 떨쳐내기 급급했던 그녀였다.
가끔이나마 만날 수 있었던 딸 아이조차, 아내는 아예 못 보게 법원에 청원을 넣고 말았다. 그가 자신을 몰락시킨 기자를 찾아가 멱살을 잡은 것이 아내와 딸에게 위해를 가할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순간에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리고, 아무 것도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없었으나, 무명이었을때부터 그의 에이전시였던 앨리슨만은 그를 도와주려 애를 썼다. 일로써 만난 사람들은 그의 표절로 인해 직장에서 잘리거나 잘릴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 아예 그와 인연을 끊고 그에게 원고비 반환 청구를 하는 등 그의 몰락은 끝이 없는 듯 하였다.
그 모든 것은 그가 잠깐 걱정을 하긴 하였으나 이리 큰 문제가 될지 몰랐던 어느 하룻밤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말이다.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는 다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이건 사실 거의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정말 소설처럼 놀라운 기회를 그는 다시 얻을 수 있었다.
바닥을 다시 경험한 그에게 영원할 거라 착각한 부와 명예는 아주 백짓장처럼 가벼운 것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젠 그 옆에 가족도 없고, 다시 빠져들 수 있는 거라곤 일만 잔뜩 남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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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