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518
  1. 셀수없는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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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안주
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9.3 (32)
ne518

하루내내 봤던 《흑백》은 그것에 맞춰서 바로 쓰려고 애썼는데, 사흘 동안 본 《안주》는 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몇 시간을 그냥 버렸다. 책을 보고 그것에 대해 잘 쓰는 사람이 부럽다. 미시마야의 흑백방에서 이루어지는 별난 괴담 대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미시마야의 조카딸인 오치카다. 《흑백》에서는 오치카한테 어떤 일이 있었다는 말로 시작하고 나중에야 그 일이 나오는데, 《안주》에서는 바로 나왔다. 이게 다음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순서 관계없이 봐도 좋다는 말이 있어서 이런 말을 썼다. 하지만 잘 모르고 《안주》를 보고, 《흑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사람도 있으리라고 본다. 순서 관계없이 봐도 괜찮다는 말은 그런 사람을 위한 말이 아닌가 싶다. 모르고 봤다가 나중에 알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니까 말이다.

오치카는 그저 신기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인데, 그것을 해결까지 해준다고 여긴 사람도 있었다. 본래 이야기가 잘못 전달될 수 있기는 할 것이다. 아니, 해결해주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말로 해결이 되기도 했다. 첫번째 이야기 <달아나는 물>을 보니, 《나츠메 우인장》이 떠올랐다. 여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필요할 때는 신으로 모셨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신을 잊어버렸다. 신을 믿는 마지막 한 사람이 죽었을 때 신도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달아나는 물>에 나오는 신은 마음이 그렇게 넓지 않았다. 사람들한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랬지만 결국 헤이타와 본래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물을 먹어서 해를 입지 않게 해주는 오히데리 씨는 헤이타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런 헤이타 말을 듣고 신한테 부탁해 보자고 한 사람이 오치카다. 어떤 부탁이냐 하면 우물물을 마르게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물이 많은 곳에서는 오히데리 씨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물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헤이타는 한동안 미시마야에 있으면서 견습점원 신타와 친구가 되었는데, 오히데리 씨를 위해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 오히데리 씨 힘이 도움이 되는 곳으로.

두번째 이야기 <덤불 속에서 바늘 천 개>는 사람 마음이 만들어 낸 저주와 같았다. 나쁜 것을 쫓아 내준다는 부적과도 같은 사람 오카쓰를 썼다. 오카쓰는 천연두에 걸렸던 자국이 얼굴에 남아 있었다. 이때 사람들은 그런 사람한테 귀신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오치카는 오카쓰한테 관심을 가지고 자기 곁에 있어주기를 바랐다. 그래서 오카쓰는 미시마야에 일하는 사람으로 들어갔다. 오치카는 흑백방에서는 듣고 버리고, 이야기하고 버리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관계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짚신 가게 에치고야의 세이타로와 혼담 이야기가 오간 일이 있었다. 오치카는 아직도 자기 마음속에 어둠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도 사람한테 관심을 가지기는 했다. 그 사람은 미시마야에서 견습점원으로 있는 신타가 다니는 습자소에서 만난 친구 나오타로의 예전 선생 아오노 리이치로였다. 좀 복잡하구나.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세번째 이야기 <안주>는 좀 슬프다. 나는 슬프게 느꼈다. 무엇이든 이 세상에 나면 언젠가는 사라지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을 생각하게 했다. 사람을 그리워하던 집이 만들어 낸 검은 덩어리(구로스케)는 사람이 그 집에 오자 살아가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구로스케는 사람을 찾아왔다. 그 집에 살던 사람은 구로스케를 위해서 그 집에서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집이 불에 타서 없어진 것과 함께 구로스케도 없어졌다. <으르렁 거리는 부처>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한식구를 죽게 하려고 하고, 그 사람이 마을에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오치카는 앞으로도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는 나이 들어가는 오치카를 그리겠다고 했다.



희선




☆―

멀리 떨어져서 살더라도 늘 너를 생각하고 있을 게다. 달이 뜨면, 아아, 이 달을 구로스케도 바라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게다. 구로스케는 노래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꽃이 피면, 구로스케는 꽃 속에서 놀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비가 내리면, 구로스케는 집 어딘가에서 이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얘야, 구로스케.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게다. 하지만 이제는 외톨이가 아니란다. 나와 하쓰네는 네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4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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