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노트

부린이
- 작성일
- 2012.12.21
사서가 말하는 사서
- 글쓴이
- 이용훈 등저
부키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들
#1. 사서와 출판편집자의 공통점은?
“무슨 일을 하세요?”
“출판사에 다녀요.”
“아아, 그럼 책을 참 많이 읽으시겠어요?”
“음, 책을 많이 읽지는 않고요, 많이 보고 많이 분석하지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내가 흔히 하는 문답이다.(나는 출판편집자다.)
비슷한 질문을 사서 분들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어떤 분은 “책 표지를 많이 보는 편이죠.”라고 대답하고, 또 어떤 분은 “은행원이 만진 모든 돈이 다 자기 돈이 아닌 것과 같아요.”라고 대답한다는 이야기에 나는 ‘공감 백배’를 누르며 혼자 키득댔다.
물론 『사서가 말하는 사서』에는 책이 좋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통해 감동을 받고 더 나은 인생을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서가 된 이들이 더 많이 나온다.
#2. 시작은 달라도 그 끝은?
그러나 나는 깨알 같은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다. “그냥 책 향기가 좋아”서, “주변 풍광이 좋은 도서관”에서 일해 보고 싶어서, 심지어는 요즘 같은 고용 불안정 시대에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이라 생각돼서…. 또 어떤 이는 ‘문헌정보학과’가 무슨 과인지도 모른 채 대학에 갔지만 그게 운명이었는지 자기에게 딱 맞는 일을 찾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계기야 어쨌든, 그들 모두 현재는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책을 권해 주며 도서관에서의 첫 경험이 즐겁도록 안내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서에서부터 기업도서관 사서를 거쳐 교수가 된 이, 국회 내 최고위직인 2급 사서공무원이 된 이(심지어 ‘어머니’다),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 대통령기록물을 수집하는 이, 장서각에서 문화재 및 고문헌을 다루는 이, 인터넷포털 데이터기획자에 이르기까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 방송국이나 사이버도서관 등에서 특화된 정보와 자료를 다루는 이는 두말할 것도 없다.
21세기는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가 빛나고 전문가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의사도, 회계사도, 금융인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듯 사서도 그 영역이 넓고 자신만의 특화된 전문 분야가 있다.
같은 사서들끼리도 대학도서관 사서와 디지털도서관 사서, 방송국 사서는 각기 다른 책과 콘텐츠를 다루며 하는 일도 달라서 서로 섞이기 어렵다.
또 공공도서관과 기업도서관의 역할이 다르듯 사서도 이제는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야만 하는 것이다.
#3. 왜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하냐면...
하지만, 단 하나 모든 사서들에게 똑같이 기대되는 역할이 있다.
바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도서관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와 자료를 잘 찾아낼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사서는 한자나 외국어를 공부하고 과학이나 한국사 같은 공부를 하기도 하고 또 동화책을 읽거나 청소년 상담 관련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노력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기에 더욱 따스하고 빛이 난다.
실제로 사서들은,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할 것”을 사서의 첫 번째 자질로 꼽기도 한다.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사서”라니,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4. 가감 없는 솔직함이 빛났던 그들
『사서가 말하는 사서』를 만들면서 직간접적으로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도서관문화비평가이자 도서관 관장으로서 도서관운동에 앞장서고 계신 이용훈 사서,
후배 사서들을 국회 상임위원회 조직에 참여시켜 법안과 정책의 계획부터 시행까지 전 과정의 자료를 집대성해 사람들에게 서비스하고 싶다는 임미경 이사관,
학생들의 마음을 쉬게 하고 꿈을 찾게 해주는 천국 같은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이덕주 사서교사,
역사의 한 페이지기도 한 대통령기록물 수집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임근혜 사서사무관,
한국학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잘 알리고 싶다는 강미경 하버드옌칭도서관 사서,
그리고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박완, 이지선, 김은미, 이지영, 이재준, 신정아, 노경란, 김희정, 장금연, 윤지현, 김수정, 송영희 사서와 이정수 관장까지. 또 사서로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헤매고 방황하다 현재는 대학도서관 사서로서 일가를 이룬 김휘출 사서와 아무 생각 없이 대학에 들어가고 사서란 직업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을 다독이고 안내해 주는 배경재 교수까지….
그들이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인생과 직업 이야기는 아마도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빛이 되고 길이 되어 주지 싶다. 그리고 『사서가 말하는 사서』를 꼭 내야 한다며 두 눈을 빛내던 이 책의 기획자이자 필자이자 전직 사서였던 장선화 기자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
사서는 여러 의미로 참 좋은 직업이라며 감탄하고 있는
부키 기획편집부 클로버 씀.
덧.
『사서가 말하는 사서』,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열다섯 번째 권으로 21명의 사서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늘의 사서 생활 보고서이다. 우리가 공공도서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서들은 물론이고 학교도서관이나 대학도서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국가기록원, 기업도서관, 방송국, 인터넷포털, 디지털도서관 등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서들과 국가 고위공무원으로 활약 중인 사서, 해외에서(하버드옌칭도서관)에서 활약 중인 사서까지 책과 함께 전문가의 길을 가는 다양한 사서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부디 많이 사랑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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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