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n
  1. 소설&에세이

이미지

도서명 표기
죽은 시인의 사회
글쓴이
N.H클라인바움 저/한은주 역
서교출판사
평균
별점9 (183)
Dean

그래요. 세상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같을 거에요.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그 마음.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그 마음. 그런데 말이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해 보신 적은 있나요? 어른들의 잣대로 사회의 잣대로 아이의 행복을 정의해버린 것은 아닐까요? 저희 부모님 역시 그러했었죠. 어린 시절부터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고, 공부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셨었죠. 반장 선거를 위해 연설문을 써서 외우도록 시키시고, 방학숙제나 글 쓰기는 도맡아 대신 해 주셨죠. 극성 어머니. 딱 한 마디로 정의가 됩니다. 안 다녀본 학원이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얼핏 들으면 복 받은 것 같기도 하네요. 누군가는 하고 싶어도 못 했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것 역시도 공부를 위한 기초 소양 쌓기를 위함이었답니다. 저는 단 한 개의 학원도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재미가 없었거든요. 시험이 끝나면 노력의 정도보다는 성적으로 평가되던 그 시절. 제 마음 속에 반항심리가 이미 싹트고 있던 것 같네요.


전 반항기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부모님의 통제가 심할 수록 반항도 심해졌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야 할 상황이 되자마자 전 엇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와 사춘기가 맞물리며 비뚤어지기 시작한 거죠. 아. 오해는 마세요. ^^ 제가 그리 된 것이 부모님 탓은 절대 아닙니다.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인생이지요. 어쨌든 제 학업성적은 계속 떨어지고 성격은 폐쇄적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웃는 것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요. 그 무렵의 아이들이 그렇듯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놀러 다니고 나쁜 짓(?)도 하고, 모임 이름도 만들고 했었습니다. 모임 이름이요? '우새짱'이었답니다. '우리가 새마을 짱이다'. 새마을은 잠실에 있는 동네 시장의 이름입니다. 엄청 유치하죠? ^^ 네. 그 유치한 이름을 지금까지도 쓰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여전히 제 절친으로서 인생의 동반자들로 남아있고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책을 보면서 문득 제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아마, 대다수 분들이 제가 떠올렸던 학창 시절의 기억처럼 모습과 형태는 다를지 모르지만, 친구들과의 추억들을 가지고 있으실 거에요. 정도는 다르지만 반항심리도 있었을테구요. 저희 세대는 두발단속, 교복 착용, 야간 자율 학습이 거의 의무처럼 생각되던 시기입니다. 선생님들의 체벌은 일상이었고요. 선생님의 권위가 강했던 시절이죠. 학교의 평가는 좋은 대학을 몇 명 보내느냐로 결정되었고, 모두가 획일화 된 주입식 교육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돌출행동을 하는 학생들은 문제아로 낙인 찍혀 관리 대상이 되었었죠. 학교는 자연스레 숨막히는 공간이 됩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임에도 답답함을 느끼면서 어쩔 수 없이 다녀야 된다니...... 참 슬픈 현실입니다.


이 책은 미국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과학고등학교쯤 되겠네요. 학생의 대부분이 아이비리그에 진학합니다. 그를 위해 기숙사에서 통제된 생활을 하고 종일 책과 씨름해야 하죠. 학교의 목표는 학생들의 대학 진학. 교육 방식은 살인적인 일정의 주입식 교육. 어떻게든 이 학교에 자식을 입학시키기 원하는 부모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상황이 묘사됩니다. 짜인 일정 내에서 기계처럼 공부만 해야 하던 아이들은 새로이 부임된 '존 키팅'이라는 국어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독특한 교육방식과 진솔한 그의 말로 인해 자아의 변화를 겪게 되지요. 


여기서 그 유명한 말이 등장합니다. 'Carpe Diem'. 오늘을 즐기라는 이 말은 아이들의 머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그들을 움직입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6명의 소년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고민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과거 키팅 선생님이 재학시절 소속되어 있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모임을 발견하고, 그것을 재 결성하게 되지요. 이 모임은 힘든 일상의 탈출구이자 삶을 반추하고 변화를 꿈꾸는 희망의 장이 됩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장 하고 싶던 일인 연극배우를 꿈꾸던 닐이 아버지와의 극심한 대립으로 자살 후, 학교 측의 진상조사와 압력으로 모임은 해체되고 키팅 선생님이 해당 사건의 직접적인 책임자로 몰려 학교를 떠나게 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찾아서 보았습니다. 과거에 마지막 장면만을 우연히 보게 되었었는데, 마지막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거든요. 영화의 장점은 내가 상상으로 그려내 던 머리 속 이미지를 시각화 할 수 있다는 점이겠죠. 책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복잡한 문학 이론들이 쓰여져 있는 책장을 찢어버리라고 지시하며 시 자체를 느끼라던 장면, 책상 위에 학생들을 올라서게 하고 세상을 다양한 각도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장면은 제게도 가르침을 주었죠. 키팅 선생님이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학생들이 책상에 올라서서 '오 마이 캡틴'을 외치는 모습과 그를 바라보는 로빈 윌리암스의 눈빛은 진한 감동과 함께 소름까지 끼치게 만들더군요.


어른들의 기준에서 제 어린 시절은 반항적인 문제아일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에서는 공부 안하고 일탈을 반복하는 학생이었으니까요. 대다수의 어른들은 진지하고 진실되게 제 생각을 묻고 이해하려 애쓰기 보다는 자신만의 잣대로 저를 평가했었죠. 처음 보는 날부터 눈빛이 반항적이라며 주시하겠다고 말하던 선생님들이, 별 것 아닌 일로도 심한 말을 쏟아내던 그들이, 억울한 마음에 성적을 올려놨더니 다시는 건드리지 않더군요. 심지어,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용서를 하더군요. 성적만 좋으면 술을 마시든 담배를 피우든 폭력을 행사하든 크게 개의치 않던 그 분들의 행동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크나큰 복입니다. 키팅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날 수 있다면 소설 속 아이들이 변화했듯 인생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조타할 수 있겠지요. 


제 어린 시절이 그리 모범적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부모님 뜻대로 살았다면 더 여유 있고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네요. 저는 제 학창시절이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으니까요. 누구나 자신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스스로 자각하고 변화하는 시기가 옵니다. 말썽만 피우던 제 친구들도 시기는 다르지만 각자 자리를 잡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성적이라는 획일화 된 잣대로만 평가를 한다는 것은, 성공의 기준이 돈, 권력, 명예이고 그를 조금 더 쉽게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좋은 학벌이며, 그것이 너희가 목표해야 할 행복의 기준이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들은 뒤늦게야 이루지 못한 꿈을 추억하며 후회하게 되겠죠. 혹은 똑같은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같은 인생을 강요하고 있던가요.


가면 갈 수록 물질지상주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게 옳지 못함을 인지하던 사람들조차도 삶에 허덕이다가 물들어 가지요. 그 풍조에 맞춰서 사회구조와 의식이 또 교육방식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책과 영화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 속의 메시지들은 선생님들이...... 부모님들이...... 학생들이...... 꼭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떠나는 키팅 선생님을 보며 책상 위에 올라서서 '오 마이 캡틴'을 외치던 학생들이 얻은 깨달음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얻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Carpe Diem"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39488971"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좋아요
댓글
18
작성일
2023.04.26

댓글 18

  1. 대표사진

    Dean

    작성일
    2013. 1. 29.

    @깽Ol

  2. 대표사진

    헤시오도스

    작성일
    2013. 1. 30.

  3. 대표사진

    Dean

    작성일
    2013. 1. 31.

    @헤시오도스

  4. 대표사진

    금비

    작성일
    2013. 2. 5.

  5. 대표사진

    Dean

    작성일
    2013. 2. 7.

    @금비

Dean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13.10.3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13.10.30
  2. 작성일
    2013.10.22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13.10.22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13.10.17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13.10.17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7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