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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권의 역사
글쓴이
브루스 커밍스 저
서해문집
평균
별점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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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이다. 이 책만 제대로 읽는다면 미국이 지닌 힘의 원천을 알 수 있겠군 싶었다. 두께만큼 긴 시간을 잡고 있었던 책인데, 내 독서의 결말은, 읽기 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점점 떨어져서였을까, 괜히 심술이 났다.



 



결국 전쟁이다. 전쟁의 역사이다. 전쟁을 일으켰거나 일으키게 하거나 남의 전쟁까지 기웃거리면서 전쟁으로 인해 얻는 이익, 그 이익의 절대치를 누린 나라, 미국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태생부터 인디언과의 전쟁으로 비롯되어 생긴 것이니, 이긴 자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거다.



 



작가가 대단해 보이기는 한데, 우리나라 연구가로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모양이지만, 나는 작가의 역량을 평가할 주제가 못된다. 이 책을 제대로 못 읽었다고 해야 하니까. 앞서 심술이라고 했지만, 짜증이 더 많이 났다. 넓은 땅, 먼저 익힌 기술로 있던 사람 물리치고 차지하여 전 세계로 넓힌 국가력. 무기로 돈으로 온갖 싸움에 이기면서 얻은 패권. 일찍이 대충으로 알고 있던 그런 나라, 그게 미국이었고, 미국민보다는 미국 정치 세력에 더 몰두하게 되다 보니 도무지 호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힘'이라는 게, 아량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힘'에 그런 속성을 기대할 수 있기나 할까. 이 책을 읽고 미국의 실체를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이 어디에 쓰이게 될까. 우리의 '힘'을 제대로 갖추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할까. 그래도 결국 '힘'과 '힘'은 다시 부딪히는 것이 아닐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또한 결국 부딪힘이어야 하는 것인지.



 



미국 역사 공부는 유쾌하지가 않다.



 















141-142



멕시코 전쟁은 미국이 장차 전형적으로 사용한 전쟁 방식의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는 적의 도발을 유도하거나 적이 먼저 공격하도록 기다리는 방식이다. 월등히 힘이 센 나라로서는 흔히 약한 적이 먼저 공격해 오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여러 지도자가 이 전략의 우수성에 대해 언급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공격하기보다는 수비하기가 쉽다"라고 논했고, 저우언라이가 전하는 마오쩌둥의 경구도 "상대가 선제공격하도록 하면 상대를 통제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즉 원격장치로 조종하듯 멀리 떨어져 적이 스스로 알아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팽창 정책에 비판적인 수정주의 역사학자들은 미국의 계책을 보여주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이 전쟁을 할 때마다 적을 교묘히 구슬리거나 교활한 계략을 이용해 공격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탠실은 링컨이 속임수로 남부군의 섬터 요새 공격을 유인했다고 주장한다. 1898년 아메리카 에스파냐 전쟁에서 루시타니아 호의 침몰을 둘러싼 논쟁도 그렇고, 루스벨트나 스팀슨이 일본의 선제공격을 기대했던 진주만의 경우도 그러하다. 한국전쟁 반년 전에 있었던 애치슨의 프레스 클럽 연설과 1964년의 통킹 만 사건은 또 다른 예다. 미국인의 이런 생각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우는 스팀슨의 친한 친구이자 애치슨의 사위의 형제인 번디다. 1965년 2월 베트콩이 플레이쿠 해군기지를 공격하면서 미국과 베트남 간의 전쟁이 급격히 고조되자, 번디는 "플레이쿠는 전차와 같다. 지금 한 대가 올 거라고 예상되면 기다렸다 올 때 바로 올라타면 된다"라고 했다. 미국 역사에서 나타나는 이 모든 음모론의 최초 선구자는 바로 포크 대통령이었고, 멕시코는 어리석게도 미끼를 덥석 물었던 것이다.



 



182



캘리포니아의 정복은 금의 발견과 거의 동시에 일어났고, 금의 발견이 가져온 변화는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금의 발견으로 이곳에 매우 생산적인 경제가 만들어졌고, 세계사 속에서 볼 때 이는 때늦게 일어난 것이기는 했지만 나머지 미국 경제의 지속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제공되는 선물이며 에덴동산과 아르카디아의 주제를 영원히 지속시켜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게 하는 꿈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는 새로움이 계속 솟아나는 곳이어서 자연 그대로의 금, 다인종의 터전 샌프란시스코, 철도, 지중해 같은 미국의 바다, 거대한 수확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금빛 곡식 낟알, 향 짙은 오렌지와 레몬나무 밭, 과일 통조림,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것들이 나온다. 미국은 이제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형태의 원거리 무역을 형성했고, 이를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무역으로 확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 대륙이 물리적으로 합쳐졌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하나의 깃발 아래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영토를 통합한 나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없기 때문이다.



 



253-254



루스벨트나 그의 가까운 친구였던 헤이와 로지는 미국의 새로운 영토 획득을 전설 속의 동양으로 접근하는 징검다리로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극동의 닫힌 지역이 이제 '개방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실제로 영토적 식민주의의 종말을 선언했다. 식민지를 대신하여 문호 개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지만, 식민지 개척 이래로 미국이라는 신흥 세력이 사용한 논리적 전략은 경제 구역의 폐쇄를 의미했고, 미국은 이제 어디서나 그리고 어떤 상대와도 맞서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미국은 하와이의 문호를 완전히 닫음으로써 미국산 설탕 생산자를 보호했다). 미국이 세계를 자신의 이미지대로(혹은 폭넓은 중산 계급의 이미지대로) 만들려고 하면서 더러운 권력 정치를 대신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의 계몽적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이 세워질 때부터 존재했던 자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재규정하면서 이제 전 세계를 그 영역으로 삼게 됐다. 문호 개방도 역시 행정적, 군사적, 강압적 수단을 적절히 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식민지 권력의 재정 누수를 막을 수 있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지도자들이 한때는 세계의 유일한 헤게모니의 주체였지만 이제는 내리막길로 접어든 대영제국을 미국의 제도 속으로 끌어들였다는 사실이다.



 



364-365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지만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은 종식되지 않았다. 냉전기 동안 FBI는 중국과 한국의 여러 정치 집단들에 깊은 의심을 품었고, 독자적으로 정밀 감시를 진행하는 한편, 타이베이와 서울의 독재자들이 지역 공동체를 염탐하고 때로는 겁주는 것을 방치했다. 두 정권 모두 신문사에 자금을 댔고, 이런저런 기념일에 축하연을 개최했으며, 대학생들을 주시했고, 독재자를 비판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협을 가했다. 그러다가 민권운동 덕분에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동진'은 눈사태처럼 시작됐다. 1965년에 이민의 7퍼센트에 불과했던 아시아계 미국인은 1970년엔 모든 이민의 4분의 1을 헤아렸고, 1975년에는 반 이상이었다. 한국인이 로스엔젤레스로 몰려왔고, 이곳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주요 장소가 되어 곧 일본을 앞지르게 됐다. 1990년대의 실리콘밸리 열풍까지 더해져 인구의 4분의 1이 아시아계 미국인이 되었고, 버클리와 UCLA 그리고 다른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은 신입생의 거의 절반을 아시아계로 맞이하게 됐다. 1965년까지는 거의 백인 일색이었던 오렌지카운티에는 중국인, 베트남인, 한국인 마을이 몬터레이파크, 웨스트민스터, 가든그로브 등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마침내 '동진해온' 아시아인은 평등을 쟁취할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여전히 딱히 소속되어 있지는 않은 느낌이......



 



540



내시는 사회적 변화에 중점을 두었지만,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1940년대는 미국 역사에서 놀랄 만한 출발점이었다. 서부는 하룻밤 사이에 산업화되어 록히드나 보잉과 같은 세계 일류의 최첨단 기업, 캘리포니아 공대나 로스앨러모스의 실험실과 같은 최신식 기술 실험실과 연구 센터, 공장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갖춘 수백만 명의 남녀 근로자와 이후 제대군인원호법을 통해 대학 교육을 받은 수백만 명의 제대 군인들처럼 새로 흘러든 막대한 인적 자원으로 채워졌다. 그뿐 아니라, 전쟁은 세계 역사에서 최초로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통합된 경제를 갖춘 대륙국가를, 또 상처 입지 않은 채로 전쟁에서 빠져나와 세계 산업 생산 전체의 50퍼센트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유기적인 전체'를 창조했다. 또 미국 역사에서 최초로 태평양 연안 주들과 서부 지역이 석유, 철강, 공장, 투자 자본 부문에서 독립적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미합중국이 미국 동북부와 중서부 또 태평양 연안의 세 지역에 가공할 산업 기지를 가지게 됨에 따라 태평양과 대서양 사이에 매달려 있던 추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767



대륙과 태평양을 횡단하는 지식의 교환은 아직도 대개는 일방통행이다. 즉 베스트셀러, 소설, 역사책, 사회과학 서적, 전기, 자기개발 책 등 엄청난 양의 일본어와 한국어 또 중국어로 번역되지만, 그 역방향의 소통은 미약하다. 키신저, 헌팅턴, 후쿠야마의 말은 동아시아의 중심 지역에서 자세히 분석되고 비평되며, 동아시아의 외교 문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론을 사용해서 세계를 이해한다. 최고의 동아시아 문헌은 늦건 빠르건 번역되기는 하나, 일반 독자가 소비하는 다량의 문헌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역사 같은 분야에서는 동아시아의 그 어떤 것도 영어로 번역돼 여기서 출판되지 않는 한 거의 일반 독자 대중에게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동아시아의 문헌은 독자층 자체가 작기 때문에 거의 번역되지 않는다. 아시아인은 거의 모든 우리 영화를 보지만, 우리는 그들 영화 가운데 한 줌 정도만 보며, 대개의 경우 전국에 걸쳐서 그 목록은 축소되고, 주로 예술 영화로 제한된다. 아시아를 주제로 해서 크게 장사가 되는 영화는 대개 이국적 취향을 충족시키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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