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읽으면서 한 가지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씁니다. 이미 리뷰는 썼지만 (http://blog.yes24.com/document/7191994), 리뷰와는 상관없는 내용이라 따로 쓰게 됩니다. 

바로 '옮긴이 주'에 대해서입니다. 

다른 나라의 번역서는 어떤지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옮긴이의 후기가 들어가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만의 일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그런 관행이 보편적이지는 않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프라하의 묘지』에서도 번역한 이세욱씨가 '옮긴이 후기'에서 그런 관행에 대해서 잠깐 쓴 것도 기억나네요.)

그게 보편적인 관행이 아니지만, 책을 읽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나라의 책을 우리가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과도한 경우가 있습니다. 옮긴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도(예전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새는 전문 번역가가 많이 생겼습니다) 책을 평가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경우가 보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책읽기를 자신의 의도에 맞춰 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처럼 보여 좀 불쾌할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번역가의 이름을 보고 책을 고르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원래의 책을 쓴 사람의 글을 읽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고, 번역가의 의견을 읽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옮긴이 주'는 글의 맥락을 끊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옮긴이는 걱정이 들었겠지요. 워낙에 전문가들의 짧은 글들이다보니까 전문적인 용어라든가, 우리는 잘 모르는 사건을 문맥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것을 이해해야 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한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한 것은 알겠지만, 적지 않은 경우 내가 원래 저자의 글을 읽는 것인지, 옮긴이의 글을 읽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었습니다. 너무 독자들을 아래로 보고, 가르치려 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옮긴이의 주를 읽으면서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깔끔한 번역과 함께 번역가가 아닌 원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