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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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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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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앨런 닐슨 편/김영범 역
유유
평균
별점9 (6)
조르주

미국이라면 인치(人治)의 낡고 후진적인 형태가 아닌, 철저한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통제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점 우리는 누구나 동의한다(만약 미국이 그 자격에 미달한다면, 이 지구상에 시스템 통치로 작동하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만은 아니다). 그런 미국에서, 공적 수사기관의 장 직위를, 한 사람이 물경 60여 년 간 혼자 독점했다면, 그것도 직전 세기에 있었던 일이라면, 놀라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국이라면 덮어놓고 악다구니식 근거 없는 비난을 퍼붓는 게 습관이 된 멍청이라도 (정작 팩트를 모른다는 점에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친미건 반미건, 놀라운 건 그저 놀라운 것이다.


경우가 많이 다르긴 하겠으나, 하버드 대학이라면 새삼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봉의 상아탑이다. 그런 지성의 전당에서 한 사람이 총장직을 수십 년간 수행했다면, 그 역시 뭔가 일반의 통념에는 의외로 다가올 구석이 없지 않다. 찰스 윌리엄 엘리엇(1834~1926)이 바로 이 예외적 케이스의 주인공인데, 따지고 보면 어느 한 사람이 직위를 장기 보유했는지, 그렇지 않고 인적 교체가 수시로 이루어졌는지의 여부는 시스템의 건강성 판단에 절대적 기준이 못 됨을 우리는 알 수 있다(물론 이 말이, 저 앞 문단의 그 인물과 해당 수사 기관을 두고도 타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니 괜한 오해는 하지 말 것).


찰스 엘리엇 총장의 행보와 이력은 단지 '장기 집권'이라든가 '재직시의 공적' 면에서만 특이성을 보이는 건 아니다. 이 사람이 사망할 즈음 미국 전역을 강타했을 대공황의 재앙적 잔재를 청산하려 제 일생의 만년과 정력을 다 쏟아 붓다시피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경우, 미국 전체에서도 내로라하는 명문가 태생이었던 만치, 그의 반(反) 귀족적, 친 대중적 정책 시행은 상류층으로부터 "제 출신 계급을 배반한 자"라는 거센 비난과 냉소를 받기도 했다. 이 엘리엇 역시, 출신 배경으로 보아 어느 누구에도 뒤떨어지지 않은 혁혁한 명문 소생이었지만, 특히 그의 총장으로서의 행보는 '교육과 지식의 대중화', '진입 장벽의 철폐'와 같은, down to earth, 지극히 소박하고 격의 없는 'open policy'의 전형이었다. 아무도 의심 않을 귀족적 배경과 출신이 주는 특권 의식 따위를 떨치고, 진정 기만 요소 없는 '브나로드'를 실천에 옮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역사적 모범을 보인 위대한 교육자의 자취로써 그 일생을 채운 것이다. 요즘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혁신적 발달에 힘입어 TED 강의 같은 '열린 교육'이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엘리엇 같은 이는 무려 두 세기를 앞서 열악한 분위기와 개인적 한계를 극복하고 인류사적 정의의 실현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대학 출판부에서 고전 총서를 발간하는 사업을 벌이는 것은 이제 흔하게 보는 일이며, 이 저서처럼 고전 총서 일체의 해제문 구실을 할 가이드를 그 총서에 끼워 넣는 것도 이분의 모범 이후에 유행처럼 통하는 사례가 되었다(실제의 집필은 정보에 나와 있듯 당시 그 밑에서 하버드 교수로 재직하던 윌리엄 앨런 닐슨이 책임자였으며, 그는 이 외에도 미리엄 웹스터 사전의 편찬자로 유명하다). 한 세기도 훨씬 전의 저술이니만치 그 내용의 out-of-date함이 문제될 수 있겠으나, 내용보다는 그 속에 스민 정신을 바르게 파악함이 이 '고전'을 읽는 오늘의 보람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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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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