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소설。

미라클
- 작성일
- 2013.5.17
타이니 스토리
- 글쓴이
- 야마다 에이미 저
민음사
아르's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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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 탑에도 무신경하던 동생이 이 책을 들고 있는 나를 보고서는, “언니 이 책 엄청 예쁘다, 무슨 내용이야?” “응? 아직 안 읽어서 모르겠는데, tiny니까 뭐 단편 모음집 일거야. 내용을 읽어보고 알려줄게.” 라며 오랜만에 책에 호기심을 보이는 동생을 위해서라도 빨리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유로우면서도 소소한 재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각각의 특색이 있으며 그 안에 또 작은 웃음도 배치해 놓았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 만도 않고. 소재의 한계도 없고 그렇다고 전반적인 느낌이 다 동일하지도 않은. 정말 말 그대로 종합 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슬플 것만 같은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오고 서글픈 현실에 에로틱한 모습도 드러내고 분노 속에서도 관용을 보이는, 어찌 보면 단편 속에 숨어있는 다중인격을 만나는 기분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게 이제는 없는 당사자뿐이라니 이 얼마나 얄궂은 일일까. 어느새 여기 있는 모두가 울고 있었다. –본문 엄마의 죽음에 대한 추모를 위해 모인 날 갑작스레 엄마가 남긴 쪽지가 발견되면서 애도의 현장은 엄마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으로 초점이 전환되면서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망자의 그 날의 의도에 대해 다들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결혼 전에 썼다는 이 메모 하나를 두고서 슬픔이 비극의 순간으로 치닫다 다시 웃음으로 마무리 되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꼭 실없는 하루를 보냈을 때의 적막함이 느껴졌다. 나와 비슷한 나이에 어머니는 자신의 죽음이 만우절 농담 취급을 당할까 봐 무섭다고 적었다. 하지만 정말 죽어 버린 지금은, 이렇게 친척들이 모여 준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그렇기를 바라며, 우리는 아마도 제일 멋진 농담을 준비해서 시차가 준 만우절을 앞으로도 매년 소중히 할 것이다. 아니, 아마가 아니라 분명. –본문 전봇대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부분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미분과 적분의 이야기를 보면서 왠지 모를 계속 마음이 갔다. 아마도 동생이 보면 격하게 공감하며 읽어 내려가지 않을까 싶은 내용이다. 언제나 집에서 모든 혜택과 지원을 받으며 자랐던 나와 나 때문에 모든 것을 누리지 못했던 동생. 학생 신분에서 시험이라는 숫자 때문에 오가는 문제이고 마냥 그러해 왔기에 별 다른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보며, 동생의 시각으로 본 형의 입장을 보면 괜히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아련함이 남는다. 그렇다고 동생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건만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숫자가 주는 의미에만 모든 기회를 온전히 던져 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그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내가 무섭게 느껴진다. 나는 입시 학원에 다니며 매일 열심히 공부한다고 되어 있었다. 확실히 쉬지 않고 수업을 받고 필기를 하고 시험도 쳤다. 하지만 아무런 공부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잘 알았다. 흥미 없는 것들을 머릿속에 꾹꾹 채워 넣는 것을 가지고 공부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내 머리는 이삿짐센터의 종이 상자 같은 상태였다. 남의 물건을 솜씨 좋게 하나씩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 나중에 어떻게 짐을 풀어야 할지 조금도 예상 할 수 없었다. –본문 내 이름의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인생을 초콜릿 상자에 비유했던 생각이 문득 든다.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는. 안에 쓰디쓴 럼이 들어있을지 아니면 달콤한 충전물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 초콜릿 상자이기에 다 먹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읽는 동안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때론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딱 삼순이가 말하던 초콜릿 상자 같은 느낌이다. 어느 초콜릿이 당신에게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골라 먹는 재미도 나름의 매력이니 그 설레이는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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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 정지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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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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