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 좋은 책★★★★★
행복한왕자
- 작성일
- 2013.6.9
고리오 영감
- 글쓴이
- 오노레 드 발자크 저
열린책들
오래전 소설인데, 지금의 이야기로 각색을 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시대상황이나, 등장 인물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읽으면서 문득 세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떠올랐다.
물론, 리어왕에 비교되는 인물은 바로 고리오 영감이다. 책을 읽는 중에도, 이렇게 올인하다 큰 코 다치지 싶었는데...역시나, 죽는 순간까지 딸들은 저들의 이런 저런 사유를 빙자하여 콧배기도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고리오 영감의 지나친 집착이 빚어낸 결과이리라.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고리오 영감의 두 딸들 나지와 덴피..그리고 그 남편들이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측면을, 하숙집 주인인 보케부인과 그 하숙생들 역시 똑같이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뭐..비인간적인 측면이 좋았다기 보단..보편적으로 등장하는 한 두명의 근본부터 착한 사람이 마구잡이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왜냐면, 그렇게 되면..너무 리얼리티가 떨어지니까.)
그래서, 오래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사람은 착하다,라는 뻔한 편견을 깔고 있지 않다는 것은 나름 신선했다. 물론, 막판에 고리오 영감의 비참한 말로에 살짝 착한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 외젠의 모습에선 조금 작위적인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눈앞에 펼쳐져 있는 빠리를 두고, 결투(?)를 다짐하는 그의 모습에서...아마, 그 역시... 고리오 영감처럼 돈의 희생자가 되었거나, 아님 악착같이 출세했거나...하는 쓰여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여지도 괜찮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나의 아버지와 고리오 영감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모든 부모..아니 대다수의 부모는 어쨌거나 자식을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내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도 간과하고 있는 것은...항상 돈이 문제의 시발점이고 해결점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에..물론, 돈도 중요하지만...다른 그 무엇도 중요하니까.
책 중간에...좋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언제나 나의 신념 같은..."좋은 감정이 있으면 상대방이 알 수 있다" 뭐 그런건...어느 글에서나 확인되는 것이 좋다.
책 속의 인물에 대해서 본인을 대입해 볼 수 있을텐데..아마 그렇다면, 나는 보케 부인과 닮아 있을 것이다. 은근 사람 무시하고, 돈 밖에 모르거나, 사람이 당장 죽어가도 내 이익을 챙기는...뭐, 나는 빵과 돈에만 목숨걸고 살기로..한때는 작정을 했던 사람이니까.
이 책은...문학과 예술이 어떻게 사회화되었는지,에 대한 이해하고자하는..나름 큰 마음먹고 시작한 독서이다. 작가의 의도가 있던 없던...그 시대를 반영하는 글 속에서 뭘 건져내야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인데..어쨌거나..책을 이렇게 뜯어먹을 정도로 차분하게, 재미나게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차츰 차츰... 책 한 권을 읽고 나서의 그 여운은 예전보단 더 진하게 오래 남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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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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