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읽은 책..

져니
- 작성일
- 2013.7.1
나라는 여자
- 글쓴이
- 임경선 저
마음산책
여는 때처럼 제목에 이끌려 책을 사고, 책을 펼치고서는.. 어? 이 사람?! 하고 깜짝 놀랐다. 작년인가 재작년쯤에.. 역시 제목이 맘에 들어~ 빠져들 듯이 읽었던 [어떤 날 그녀들이]를 쓴 사람이었다. 그리고 든 생각이.. 난 또 낚였어~~^;;;ㅋ
임경선, 그녀의 소설이.. 내겐 그리 썩~ 재밌진 않았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눈이 갔다. 무슨 내용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책장 한 켠에서 내 시선을 자꾸만 멈추게하던 이상야릇한 책..^;;ㅋ
이 책.. [나라는 여자]도 그랬다. 썩~ 재미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자꾸만 눈이 가고 자꾸만 끄적이고 싶어지는..;; 뭔가가 자꾸 적고 싶어졌다. 서른셋, 내 삶의 시작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고 싶었다. 솔직히.. 그렇게 막~ 뭔가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거에 비해, 나의 실행 횟수는 참으로 어이없지만..^;;;ㅋ 그래도 기뻤다! 뭔가가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는 게.. 참으로 오랜만에 있는 일인지라~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정말 좋았다!!
막~ 재미나지도, 뭔가 흥미진진하지도 않았지만,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 아주 고마운 책이였다.
p.50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내게 지난 일 년 사이에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완벽하게 계획된 인생에서의 탈락. 유학 생활을, 무엇보다도 공부를 그만두기도 할 것. 대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그런 상황에 놓인 것. 사람은 크게 아팠다고 해서 생명과 건강,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개과천선…… 따위 하지 않더라. 다만 좀 더 씁쓸해지고 체념이 빨라지는 거라면 모를까.
p.55
호텔을 나와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메마른 자갈밭 해변을 혼자 거닐었다. 과거의 모습을 전혀 알 길이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어쩐지 내 모습 같았다. 눈을 감으니 바람 냄새가 났다. 비릿하면서도 매운 냄새, 세상 끝의 냄새였다.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이 장소에 있다는 현실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이질적이었지만 여기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p.91
바보가 아니니깐 머리로는 먼저 연락하거나 사랑한다 말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든다고 감정이 잘 통제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 나이가 돼서도 매번 조바심 내고 애간장을 태웠다. 가정을 표현하고 내지르고 싶어 안달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참 사람은 지긋지긋하게 안 변하는구나'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 후에 남는 것이 서로의 실체에 대한 실망과 몰이해, 그리고 마침내 이별이라 할지언정, 최소 매일 반나절은 그 사람과 몸과 마음을 꼭 끼운 채로 보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이런 정신 상태가 파멸을 보다 확실하게 가져다줄 걸 알면서도 나도 나를 어쩔 도리가 없었다.
p.144
학교를 다니다 보면 짝짓기는 은근히 많은 곳에서 필요했다. 버스에 두 사람이 나란히 타야 할 경우, 과학 시간에 실험을 할 경우, 포크댄스를 배울 경우, 체육 시간에 짝 맞춰 운동을 해야 할 경우. 어떨 때는 '너 나랑 같이 짝하자'라고 사전에 이심전심으로 예약을 해야 안심이 되었다. 우왕좌왕 누구도 나에게 먼저 냉큼 다가오지 않는데 어느새 다들 둘씩 꼭 붙어서 짝을 이루는 것을 보면 정신이 혼미해졌다. 혼자 남게 된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짝수로 남을 경우 겉도는 아이들끼리 하는 수 없이 짝을 맞춰야 하는 절망감도 그에 못지않았다.
p.188
관계에 대한 낙관성은 그 남자가 나를 놓고 가버림으로써 내게 주고 간 선물이었다.
p.248
이른바 청춘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 가면 예외 없이 받는 질문이 있다.
"지금껏 특별한 의식 없이 남들 따라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와서 시간이 좀 지나니 이젠 뭘 하며 살아야 할지 걱정됩니다. 내 적성과 재능이 무엇인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인생을 어떻게 살면 되는지, 자신을 어떻게 하면 발견할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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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