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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4.1.1
93년 (상)
- 글쓴이
- 빅토르 위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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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을 구입하고 나서 이전에 사놓았던 빅또르 위고의 <93년 - 상,하>. 이 작품은 빅또르 위고가 마지막으로 쓴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바로 <레 미제라블>과 비슷한 배경인 프랑스 대혁명인데, 방데 지역에서 일어난 방데 반란을 소재로 삼고 있다. 솔직히 장발장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고, 아직 <레 미제라블>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레 미제라블>이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파리의 시민들의 입장에서 서술한 작품이라면 <93년>은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1789년) 이후 1793년에 왕당파의 세력에 의하여 발생한 방데 반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고는 이 작품에서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방데 지방은 프랑스 지도를 놓고 보면 프랑스 서북쪽 해안가를 접하고 있다. 1793년 방데 지역에서는 반란이 일어난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하여 처형된 루이 16세의 복수를 꾀하면서 동시에 다시 왕정 복고를 위하여 왕당파들이 일으킨 반란이었다. 왕당파와 공화파의 협의로 입헌 군주제의 형식을 띄었으나, 루이 16세의 처형으로 인하여 결국 왕당파는 반발하여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로써 프랑스 혁명 정부는 오스트리아와 프러시아를 비롯한 프랑스 왕정 복고 세력과 내부의 왕당파 세력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지원을 기대하면서 순양함 한척이 은밀히 방데 지역으로 접근을 한다. 이 순양함에는 우후죽순 반란을 이끌던 왕당파 세력의 구심점이 될 지휘자를 태우고 프랑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의 첩자로 인하여 이들의 계획이 이미 프랑스 혁명 정부에 알려져 순양함 클레이모어호는 프랑스 해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게 된다. 그러나, 왕당파의 지휘자가 될 방데 지역의 후작인 랑뜨낙은 평민인 알말로와 함께 보트로 탈출에 성공하여 결국 방데 지역에 잠입을 하게 된다.
알말로는 랑뜨낙의 지시로 방데의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당파의 부대에게 랑뜨낙의 명령을 전달하러 떠나게 되고, 랑뜨낙 후작은 홀로 접선 장소로 떠난다. 그러나, 이미 곳곳에 랑뜨낙 후작의 몸에는 커다란 상금이 걸려 있고, 혁명군 부대에 의하여 포위가 된 상태였다. 다행히 뗄마르라고 하는 한 노인의 도움을 받아 그의 거처로 피신을 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랑뜨낙 후작. 그의 정체를 알고 있던 뗄마르는 과거 그가 후작 시절에 뗄마르에게 적선을 한 기억을 떠올리며 랑뜨낙의 도망을 돕게 된다. 랑뜨낙 후작은 왕당파 반란 부대와 합류하여 그를 포위했던 혁명 부대가 있던 마을을 불태우고, 부대에서 키우고 있던 어린 삼남매를 포로로 데려간다.
한편 혁명 정부는 고뱅을 토벌 사령관으로 하여 랑뜨낙 후작의 반란을 진압하도록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씨무르댕이라는 사제 출신의 주교구 대표를 고뱅의 감독관으로 보낸다. 사실 고뱅은 원래 귀족 출신으로서 랑뜨낙 후작의 종손(랑뜨낙이 고뱅의 작은 할아버지인 셈이다.)이었으며, 씨무르댕은 고뱅의 가정 교사 출신이었다. 특히, 혁명 이전에 사제 출신이었던 씨무르댕은 철저한 혁명 지지자이면서 동시에 고뱅을 아들처럼 교육시켜왔고 이번 토벌을 기회로 재회를 하게 된 셈이었다. 고뱅의 뛰어난 지휘로 인하여 방데 반란은 서서히 진압이 되고, 랑뜨낙 후작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결국 랑뜨낙 후작은 자신의 가문의 거성인 라 뚜르그에서 최후의 일전을 다짐한다.
고뱅도 자신의 어릴 때의 추억이 담긴 라 뚜르그를 보면서 추억에 잠긴다. 그러나, 고뱅은 비록 자신의 종조부이지만, 혁명 정부의 반역자인 랑뜨낙을 반드시 처단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고, 랑뜨낙 역시 자신의 의지를 꺽지 않고, 어린 삼남매를 포로로 하여 끝까지 대항을 한다. 랑뜨낙은 고작 19명이었기에 패배는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지만, 끝까지 항전하기로 결심한다. 결국 라 뚜르그에 대한 대규모 공세가 벌어지면서 랑뜨낙의 세력은 계속 밀리게 되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된다. 그 순간 이전에 자신이 심부름을 보냈던 알말로가 비밀 통로로 들어와서 후작에게 도망칠 것을 권하고, 랑뜨낙도 역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하여 비밀 통로로 탈출을 감행한다. 비밀 통로의 존재를 몰랐던 고뱅은 랑뜨낙을 아쉽게 놓치게 되고, 포로로 잡혀 있던 삼남매의 서재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발을 동동 구르지만, 서재로 향하는 철문의 열쇠는 랑뜨낙이 가지고 있기에 대책없이 바라만 보게 된다. 그 사이 랑뜨낙은 성채에서 빠져나와 반란군의 진지로 향하려다가 서재 창가에서 울부짖는 삼남매의 모습과 아이들을 발견한 어머니의 절규를 듣게 된다. 자신의 부하가 최후의 수단으로 불을 질러서 발생한 이 사건을 보고 랑뜨낙은 결국 다시 성으로 들어간다. 혁명군은 다시 돌아온 랑뜨낙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그 사이 랑뜨낙은 열쇠로 철문을 열고 아이들을 창가로 하나하나 대피시키고 나서 혁명군에게 포로로 잡혀간다.
고뱅은 고민을 한다. 애당초 랑뜨낙을 혈족이라는 이유로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하고 추구하던 혁명의 참 모습이 공포정치로 인하여 과연 그것이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이었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도망간줄 알았던 랑뜨낙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구한 장면에서 혼란을 겪게 된 것이었다. 다음날 처형날짜를 기다리던 랑뜨날을 지하감옥에서 접견하는 고뱅. 랑뜨낙은 그러한 고뱅 앞에서 자신의 확고한 근왕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피력하고, 그동안 국왕 아래에서 이루어졌던 자랑스러웠던 프랑스의 역사를 설명하고 나서 어서 죽이라고 당당하게 말을 한다. 이에 고뱅은 그저 말없이 랑뜨낙을 탈옥하게 하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다음날 씨무르댕은 랑뜨낙 대신 아들처럼 여겨왔던 고뱅을 발견하게 되고, 혁명재판을 통하여 주저없이 고뱅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다. 길로틴에서 고뱅의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한발의 총성이 울린다. 사형을 주관하던 씨무르댕이 고뱅의 죽음과 동시에 자결을 한 것이었다.
꽤 많은 분량의 장편 소설이었다. <레 미제라블>의 배송을 기다리면서 읽은 빅또르 위고의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 역시 대작이라 손꼽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만 요약하였지만, 책의 곳곳에서는 빅또르 위고의 박식한 프랑스의 역사와 문학적 지식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책의 각 장의 이야기를 진행하기 이전에 마치 신문 기사를 쓰듯이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장면이라든지 실제 역사적 인물인 당시 프랑스 대혁명의 주요 인물이었던 로베스피에르, 마라, 당통의 대화는 실제 역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실제적인 사건이 허구의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더욱더 사실성을 부각시키면서 허구의 인물인 고뱅과 랑뜨낙, 씨무르댕을 통하여 당시의 복잡한 상황과 이념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고뱅과 랑뜨낙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였고, 씨무르댕은 고뱅의 사부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으며, 랑뜨낙에게 고용된 전력이 있던 인물이다. 랑뜨낙 후작은 구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왕당파의 입장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고, 로뱅은 귀족 출신의 젊은이로서 혁명의 이상을 좇던 인물이고, 씨무르댕은 엄격한 혁명주의자(공포 정치 옹호)의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씨무르댕과 고뱅은 혁명이라는 공통의 입장을 취하지만, 그 이상과 현실에 대하여 입장차를 느끼게 되고, 고뱅은 랑뜨낙와의 대화를 통하여 결국 그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진정한 이상은 바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랑뜨낙이 보여준 인간애였음을 깨닫게 되는 모습과 혁명 정부의 엄격함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렇게 아끼던 고뱅을 처형하면서 동시에 목숨을 끊는 씨무르댕의 모습은 죽음으로써 밖에는 극복할 수 없는 당시의 복잡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 <레미제라블>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생각되는 <93년>. 하지만, 이 책에서 랑뜨낙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하여 다시 적진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장발장이 자베르 앞에서 마차에 깔린 마부를 구하는 장면과 유사하며, 또한 씨무르댕이 자결하는 모습도 역시 장발장을 풀어주면서 자결하는 자베르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93년>은 <레 미레라블>의 등장 인물들이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이념하에 개인의 갈등을 표방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그러한 개인적인 갈등을 넘어선 이념적인 갈등의 극한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레 미제라블>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도 한번 비교해보면서 읽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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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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