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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4.4.19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 글쓴이
- 백승영 저
책세상
[독서노트] 백승영의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백승영의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를 읽었다. 앞서 읽은 정동호 『니체』에 이어 두 번째 독서목록이다. 정동호의 책이 600쪽 양장본이라면 백승영의 것은 700쪽에 달한다. 두 권을 포개면 목침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내 인생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완독한 일은 처음이다. 저녁 때 화타오금희를 하고 나서 읽었다. 졸려서 마루에 서서 읽은 적이 많았다. 술을 덜 마시기 위한 독서 습관이 거의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정동호의 책이 평생 니체를 연구한 점잖은 원로교수의 저작물이라면 백승영의 책은 끈덕지게 니체의 사유를 좇아가는 패기 있는 젊은 학자의 결과물처럼 보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백승영은 여자교수였다. 싸움바둑을 즐기는 곱상하게 생긴 여류프로기사를 연상케 했다.
「총 6부로 구성한 이 책은 니체 자신의 글을 독자에게 직접 보여주고 그 글을 분석하는 형태로 제시되었다. 니체 철학에 대한 초보적 입문서나 개괄서가 아니라, 니체의 글을 직접 맛보고 싶은 독자나 니체와의 직접적인 맞대결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니체 철학을 포장지가 아닌 사다리로 활용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이런 작품 내재적 니체 읽기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22-23쪽)
니체를 읽어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책의 내재적 니체 읽기 방식 덕분에 간신히 니체 사상의 윤곽 정도는 그려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전까지만 해도 니체를 문학적인 사상가로 여겨왔다. 니체의 촌철살인의 아포리즘을 자주 인용하는 문인들 영향 탓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니체 관련 저서를 읽어보니까 니체의 사상은 단장취의로 옮겨 심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 절대 아니었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사유의 산맥이라고나 할까. 사유의 마그마 아니 사유의 블랙홀이라고나 할까. 대단했다.
영원회귀나 힘에의 의지와 같은 스케일도 스케일이려니와 관점주의 인식론이나 계보학적 고찰과 같은 섬세함도 인상적이었다. 왜 니체를 벗어날 수 없는지 짐작이 됐다.
성긴 1회 독으로는 아는 체를 했다. 하지만 절주용 독서에서 적당한 만용은 다음 책을 읽기 위한 촉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쉽고 가벼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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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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