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128)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14.5.11
최초의 인간
- 글쓴이
- 알베르 까뮈 저
열린책들
알베르 카뮈는 1913년 11월 7일, 그의 아버지가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프랑스계 알제리 이민자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아버지가 마른 전투에서 전사하자, 귀머거리인 어머니와 카뮈의 어린 시절 위에 철저히 군림하는 할머니와 함께 빈곤 속에서 성장한다. 초등교육 시절 제르맹 선생님을 만나 큰 영향을 받았고,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서는 평생의 스승이 된 그르니에를 만난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 신문기자가 되었다. 소설 속에서는 베르나르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초고인 덕분에) 중간 부분에 제르맹 선생님이라는 실명을 밝힌 부분도 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카뮈의 문장은, 한 번 시작하면 끝날 줄 모르게 숨 가쁘게 이어져 가는 문장의 호흡 속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이는 감당할 길 없는 뜨거운 상상력의 질주일 것이다. 카뮈는 알제리의 가난한 거리에서 자란 열일곱 살 소년이 어떻게 하여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한다. 앙드레 드 리쇼의 책 한 권으로 말미암아 창작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진실된 어조로 서투름을 인정하고 발표한 최초의 산문집 <안과 겉>이 발표된다. 카뮈는 소설 속에서 가난 속에 보냈던 어린시절을 꽤나 유쾌하게 서술했다. 말쑥한 옷차림은 모자람이 없어보였고, 얼굴에는 낙관적인 마음이 쓰여 있었으니 그를 세심하게 관찰한 제르맹 선생도 가정 형편을 짐작조차 못했다고 부록으로 실린 편지에 쓰고 있다.
알베르 카뮈는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 최초의 본격적 장편소설 『최초의 인간』을 집필하기 시작했던 1960년 1월 4일 상스에서 파리로 가는 국도 7번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원래는 기차를 타고 갈 예정이었으나 절친한 친구 미셸 갈리마르 부부의 자동차에 동승하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인도된다. 자동차가 가로수와 충돌한 순간 튕겨 나간 검은 색의 작은 가방 속에 담긴 육필 원고가 바로 『최초의 인간』이다. 프랑신 카뮈 부인이 육필 원고를 바탕으로 타자본을 완성하여 카뮈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출판 여부를 묻지만 모두 출판하지 않는 쪽으로 충고했다. ‘미완성 원고’도 아닌 ‘초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34년 동안 출판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전적인 내용이 전혀 여과되지 않은 상태로 실명 그대로를 노출한 점을 미루어보면 초고임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신 카뮈 부인이 사망하고, 문학 교사 출신인 딸 카트린이 부친의 전 작품을 관리하게 되면서 카뮈의 작품 관리에만 몰두하기에 이른다.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의 공격 대상이 되곤 했던 카뮈의 사상을 옳게 생각하는 다수의 움직임에 힘입어 최적의 시점임을 알고 1994년 4월 13일에 『최초의 인간』을 출간한다. 출판된 책은, 아무런 정치권 공격도 받지 않았고 카뮈가 쓴 미완의 고백을 여러 매체에서 대서특필하고 열광하기에 이른다.
『최초의 인간』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아버지 찾기'라는 모티브로 출발한다. 자크 코르므리는, 스물아홉 살에 사망한 아버지의 묘비 앞에서 마흔 살이 된 아들인 자신보다 훨씬 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정다움과 연민의 물결로 채워지고, 억울하게 죽은 어린아이 앞에서 다 큰 어른이 느끼는 기막힌 연민의 감정이 된다. 그리하여 그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사람들을 찾아 알제리로 향한다. 그러나 그가 찾아낸 것은 아버지의 철저한 부재와 어머니의 침묵뿐이었다. 가난과 고통, 무지와 기억 상실, 무관심의 세계였고, 無의 세계였다. 그래서 부재와 침묵 속에 서 있는 카뮈 자신이 <최초의 인간>이 된다. 아버지를 모르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혼자 삶을 개척해야 했던 카뮈 자신과 그의 소설 속 인물인 자크 코르므리가 최초의 인간인 것이다. 프랑스계의 알제리 이민, 혹은 식민이었던 자크 코르므리의 조상들 역시 뿌리 뽑힌 채 황무지뿐인 척박한 땅에 처음으로 발 디딘 최초의 인간들이었다. 그들에게는 추적할 수 있는 역사도 기억도 문헌도 없는 최초의 인간이었다. 따라서 최초의 인간은, 아버지 없이 자란 카뮈 자신이며, 소설 속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이며, 너무 젊은 나이에 죽음과 마주한 아버지이며, 그 모든 조상들이며, 역사도 전통도 재산도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는 가난을 짊어진 모든 사람들이기도 하다.
소설은 자크의 현재와 유년시절을 교체로 보여주지만 어린시절에 비중을 더 많이 두고 있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반귀머거리였고,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생활엔 오락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가슴 설레이는 대상이 잠시 등장한다. 에르네스트(자크 외삼촌)와 막연히 아는 사이인 앙투안 씨라는 사람이 저녁식사 전마다 규칙적으로 집에 찾아오곤 했었는데, 어느 날 돌연 머리를 자르고서 더 젊고 신선해진 모습의 어머니였으니, 할머니는 모두가 있는 그 자리에서 어머니를 갈보 같은 꼴이 되었다고 말하는 통에 어머니는 부엌을 뛰쳐나가 슬퍼했고,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말도 걸지 않았다. 옹색하고 잔혹한 궁핍의 대표자인 할머니는 가족들을 두루 아프게 했다. 자크는, 할머니 자신이 인색하기 때문이 아니라 궁핍이 가져온 소산일거라 그녀의 채찍질과 성냄을 속 깊게 이해했다. 하지만 자크의 외삼촌인 반벙어리인 에밀 삼촌에게만큼은(소설에서 에티엔(에르네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언제나 약했던 것 같다. 하지만 카뮈는 이러한 편애조차 삼촌이 가진 불구 때문이며, 잘 차려입은 대단한 미남자였기에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린 것이라며 너그러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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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