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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딸
  1. 책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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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글쓰기
글쓴이
피터 엘보 저
토트출판사
평균
별점9.2 (25)
신의딸

 



 



 





누가 시키지 않아도 썼던 것은 일기였어. 비밀일기. 사춘기였기 때문인가. 늘 무엇인가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렸지. 마음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생각을 쏟아놓아야 할 곳이 필요했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늘 똑같은 표정, 다문 입. 그러나 마음으로는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고, 울고 있어고, 소리치고 있어고, 화내고 있었어. 그런 것들을 쏟아놓을 곳이 필요 했어. 누가 몰까 몰래 몰래 감추어 두었지만 또 누가 읽어주기를 바라기도 했고, 그러면서 또 누가 읽을까봐 미처 쓰지 못한 말들도 많았는데, 그걸 오빠가 읽는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날도 갈기갈기 찢어버렸어. 그래서 내겐 남아 있는 일기장이 없지. 그때 이후로 노트에 쓴 적이 없으니까. 지금은 무엇인가를 쓰고 싶을 땐 화면을 마주하고 앉아 있지. 그런데 커서만 깜빡깜빡.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절주절 늘어놓는 허튼소리는 낙서가 최고인데, 어쩐지 컴퓨터로는 낙서같은 끄적거림이 잘 되지 않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삭제가 시워서 그런가. 단추 하나만 오래 누르고 있으면 깨끗해지니까. 요즘은 글을 써도 내가 보이지 않아. 아니 내가 보이지 않는 글을 쓰려고 애쓰지. 내 글에서 내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 글을 읽고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버거워. 내 글에 대해 이렇쿵 저렇쿵 말하는 것도 싫고. 그래서 가장 무난한 글쓰기를 하지. 지루한.



화면을 마주보고 앉아 한 2-3분간 멈추지 않고 쓴 글입니다.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더 자유롭게, 더 마구, 더 오래 계속 쓸 수 있었을텐데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적고 있으면 저자의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일단 쓰기 시작하라. 멈추지 말고 계속 쓰라. 오타가 있어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다. 멈추지 않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소리를 받아적듯이 그냥 써내려가라."



 



 



 



"10분간 멈추지 않고 쓰도록 정기적으로 연습하면, 언어에 힘이 되돌아올 것이다"(59)



 



<힘 있는 글쓰기>를 읽고 난 뒤, 매일 10분간 멈추지 않고 쓰는 연습을 시도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왜냐하면 이 글쓰기의 대가가 "10분간 멈추지 않고 쓰도록 정기적으로 연습하면, 언어에 힘이 되돌아올 것이다"(59)라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쓰기 시작하는 것도, 멈추지 않고 쓰는 것도, 아무 말이나 쓰는 것도, 틀린 글자가 보여도 멈추지 않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 무슨 말로 시작하지?' 글을 쓸 때 가장 힘든 부분이 이것입니다. 무슨 말로 시작할지를 알면 나머지는 쓱쓱 나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서평을 계속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을 계속 고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한 줄 쓰고 고치고, 한 줄 쓰고 고치고. 나의 이런 버릇이 내 글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아냈습니다. 습관적인 어투, 무난하고 그럴 듯한 표현으로 고치느라 생생함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자의 지적이 정확히 나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에 뜨금했습니다. 그러나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이 신화는 유창하게 그리고 심지어 명확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 적절하면서도 오류 없이 자기가 하려는 말을 하는 사람이 - 왜 그렇게 가망 없을 정도로 따분한 글을 쓰는지 이해하는 단서다. 그의 글에는 저항이 없는 것이다. 뭔가가 극복된 느낌이. 어떤 고약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놀라움도 없다. 언어도 비굴할 정도로 순종적이다. 반면 정말 좋은 글은 말words이 그 안에 내재된 힘을 필자에게 빌려준다. 등을 돌렸다가는 긁히거나 물릴 위험을 느끼면서 말words을 통제하는 것이다"(58).



 



<힘 있는 글쓰기>가 말하는 글 쓰기 과정은 크게 쓰기와 퇴고로 나눕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피드백'입니다. 힘 있는 글쓰기를 위해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한 가지는 "자유롭게 쓰기"입니다. "일단 쓰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막연한 예감이나 무르익지 않은 생각이나 일화, 이미지만 있을 뿐 어떤 형태로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뛰어들어 날것 그대로 쓰는 편이 최선이다. 그러면'원고'가 아니라 거친 재료들이 수북이 쌓인 뭔가가 나올 것이다"(122).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원고를 써내려 하지 말고 일단 쓰기 시작해서 날것의 재료를 잔뜩 쌓아놓으라는 것입니다.



"힘 있는 글"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글을 유려한 문장으로 쓰여졌지만 독자에게 아무런 감흥도 남기지 못하는 글이 있습니다. 저자는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쓰면서 자꾸 멈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멈추어서 자꾸 수정하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글의 생명력을 죽이는 행위라고 합니다. "글에 아무런 목소리가, 심지어 가짜 목소리조차 없는 일이 많은 까닭은 사람들이 문장을 써나가는 도중에 너무 자주 멈추고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걱정하고 이리저리 재기 때문이다"(380).



 



사실 이 서평도 거의 날원고입니다. 저자의 가르침대로 하면 이렇게 써넣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는 일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저자는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합니다. (이 글은 퇴고를 거치지 않은 글입니다. 퇴고에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짬도 없지만 지금은 멈추지 않고 써내는 에너지를 계속 유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독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말을 시작하고 그럼으로써 독자를 마비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얘기를 듣지 않고 가버리지 못하게 하고,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고, 우리의 말을 모조리 경험하게 하는 힘말이다. 이 힘을 가장 빠르게 얻는 방법은 세세한 기법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458).



 



 처음부터 잘 쓸 수는 없으니 어차피 지금 내 글은 나쁜 글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좋은 글을 쓰려고 애쓰기보다 일단 시작하는 것, 멈추지 않고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그래야 자신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힘 있는 글쓰기의 마법이 될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나쁘게 쓸 줄 알아야 하고,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 쓸 줄 알아야 한다"(463).



 



<힘 있는 글쓰기>는 그 어떤 글쓰기 책보다 실제적인 도움을 돕니다. 일단 쓰게 하니까요. 글을 쓰는 일이 겁이 나고,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면 저자의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단 손 끝에서 나오는 대로 쭉쭉 써나가는 것이 힘 있는 글쓰기의 시작이자, 근본이자,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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