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경영/자기계발

김진철
- 작성일
- 2014.6.1
멀티플라이어 이펙트
- 글쓴이
- 리즈 와이즈먼 등저/변봉룡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개인적으로 저는, 일단 리더라면 본인이 유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을 무슨 요령과 원칙에 의해 처리할 것인지는, 일단 시키는 자신이 그 모범을 보여야 부하가 따라서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이유에서입니다. 어떤 모범과 본을 보여 주지 못하는 리더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나아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보스와 상사의 첫째 조건은 일단 그의 개인적 능력이라고 여겼더랬죠.
2년 전에 이 저자의 역작 <멀티플라이어>를 읽고, 그 생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리더라는 사람이 너무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차 있어서, 사사건건 아랫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부하들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 적잖은 위축을 유발한다면, 그런 상사는 "개인기"가 차라리 부족한 것만도 못한, (조직 입장에서는) 오히혀 재앙에 가깝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조직, 소모임, 태스크 포스를 많이 봐 왔습니다. 분명 리더가 대단히 뛰어난 사람인데, 주위의 예상을 깨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 못 하고 무너지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았어요.
이런 경우, 그저 케미가 잘 안 맞았다거나, 리더가 너무 깐깐하고 매너 없이 몰아붙여서(바꿔 말하면 인덕, 인망이 부족해서), 밑에서 따라가지를 못 해서 실패했다, 혹은 더 나아가 그냥 운이 없었다 정도로 간단히 치부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뭔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잘 몫 되고 있다는 인식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같은 잘못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었죠. 유능한 리더 밑에 팀을 잘 꾸렸는데도 엎어지는 일은 그래서 연레 행사와도 같았습니다.
저자 와이즈먼은 "조직은 개인 플레이가 아닌, 말 그대로 팀웍의 발휘를 해 내야 한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서는, 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펴 나갑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리더는 좀 무능해도 상관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유능해서, 아랫사람들 기를 죽여 조직의 원활한 작동에 방해가 된다면, 그런 유능은 차라리 무능함만도 못하다는 거죠. 이 주장을 다소 곡해하면, "무능한 사람 밑에 유능한 부하들이 능력 발휘를 하게 해야 최상의 결과가 나온다"는 역설도 도출될 법합니다(물론 저자는 그런 결론을 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후술하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현대 기업의 업무가 개인 단위가 아닌, 조직 단위로 작동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개인 단위로 벌어지는 경쟁이라면, 그저 처음도 끝도 능력일 뿐입니다.
저자는 그의 전작에서 "디미니셔/멀티플라이어"의 이분법 프레임을 설정한 후, "아무리 유능해도 자신이 맡은 팀 분위기를 가라앉혀서 팀웍을 방해하는 리더는, 이미 무능한 사람이다."라는 논의를 폈습니다. 이 책은, 그 전작의 실전 응용편, 시퀄, 혹은 워크북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누가 디미니셔이고 누가 멀티플라이어인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지적합니다. 리더가 절대 지양해야 할 디미니셔 타입에는, 놀랍게도 우리가 여태 바람직한 상으로 여겨 왔던 모습도 꽤 들어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이어 맨입니다.
아이디어맨은 보통 조직에서 서로 모셔 가려 애쓰는 인재입니다. 이런 아이디어맨이, 왜 리더로서는 별로라는 걸까요? 아이디어는 물론 샘솟듯 나와 주는 게 중요하지만, 그렇게 양(量)적인 면이 중요시되는 건 아이디어라는 게 유산율 또한 높아서, 제대로 니즈를 맞추는 녀석이 비율상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상사 자신이 마치 부하들더러 따라해 보라는 듯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남발한다면, 그건 팀에 실패의분위가나 산만함만 전염시키기 좋다는 이유에서이죠.
사실 자기 잘난 맛에 설치다가, 본연의 목적을 달성 못하는 가장 좋은 직업례는 (비즈니스맨이라기보다)교사입니다. 교샤와 학자가 다른 것은, 창조적인 업적을 자기가 내어야 하는 처지가 아닌, 다른 사람(어린 학생)을 깨우치고 그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데에 그 본연의 사명이 있습니다. 훌륭한 교사는 자기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을 똑똑해지게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이 차이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이 교사 직종군의 예가 대단히 많이 나오며. 그 중에는 우리의 상식과 벗어나는 예도 있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교사가 무능하다는 건 우리가 다 동의합니다. 문제는, 자기 혼자 골돌히 생각에 잠겨 있는 아이에게 가서, "이건 어떻겠니, 저건 어때?"하며 나름으로는 자상하게 가르쳐 주려 드는 교사도 문제라는 것입니다. 왜? 가장 효율적인 학습은, 바로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공부이기 때문이죠. 스스로 께우치는 학습은, 아무리 고난도이고 오랜 시간이 들어도 깨우치는 희열이 있기 때문에 학습자가 지치질 않습니다. 반면, 남을 따라가는 공부는, 아무리 좋은 요령이 있어도 자기 의지의 수행이 아니므로, 짧은 시간 안에 지치는 게 당연합니다.
기업도 이와 같습니다. 좋은 리더는, 직원에게 세부적으로 잘 지시해 주는 유형이라기보다는, 업무를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수행하게 곁에서 조력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리더가 무능하면, 부하의 잠재력을 끌어 내 주는 일도 못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무능한 사람은, 자기 무능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논리라고는 조금도 없는 억지로 타인을 깎아 내리기에만 급급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사람은 디미니셔 축에도 차라리 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책의 결론은, 무능한 리더를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 유능한 사람이라면, 이제 네트워크의 개별 특서을 잘 파악하여, 그 최대한의 포텐이 터지게 조율할 줄 아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는 주문을 하는 거죠. "잘 풀 뿐 아니라, 잘 가르치는 교사 노릇까지 해야 한다!" 시대가 이렇게 바뀐 것은, 혁신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까닭입니다. 유능한 사람을 깎아 내릴 때, "저 사람은 나를 불쾌하게 만드니 디미니셔다!" 같은 중상모략 분위기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능하면서 양심까지 없다면, 이미 답이 없는 상태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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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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