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
  1. 소설 /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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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릴케 시집
글쓴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저
문예출판사
평균
별점8.8 (47)
간서치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 (), ()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중에서 시인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등장한다. 나는 그때부터 언젠가 그 시인들의 시를 읽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윤동주 시인이 이렇게 고운 시에 그들을 등장시킬 만큼 팬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시는 윤동주 시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릴케의 시집을 손에 들었을 때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뇌리에 스치며 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시집이라니! 하는 감격이 들었다.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었다.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었다.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불안했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다가왔다.


 


나는 불안했다. 아주 상냥히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그리고 동화에서처럼


은은히 밤이 울려 퍼졌다.


 


(34)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보다 어쩌면 오감으로 기억하는 날이 더 정확하고 몸에 새긴 것 마냥 다시금 기억을 떠올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의 맛을 영영히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하얀 국화가 피어나는 날, 어쩐 지 불안감이 드는 날, 늦은 밤 조용히 다가온 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 순간, 불안함을 느꼈는데 너는 상냥하게 다가왔다. 네가 오면 모든 순간은 동화처럼 빛나고 밤조차도 은은한 소리를 내는 것 같다. 라이너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육군학교에 입학했었다는 작가소개를 볼 때 그는 남성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성적인 목소리로 다가오는 연인을 표현하고 있어 놀라웠다. 무엇보다 시각으로 기억되는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이라는 표현과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은 하얀 국화를 봐도 너가 연상되는 만큼 기억하고 싶고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고백과도 같아 읽으며 내 얼굴이 다 발그레 지는 표현이었다.


 


 


한 번만이라도 아주 조용해졌으면


 


한 번만이라도 아주 조용해졌으면.


뜻밖의 것이, 우연한 것이


그리고 이웃의 웃음이 갑자기 침묵한다면.


나의 감각이 내는 소음이


내가 망보는 것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러면 오만 가지 상념으로 당신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생각하고


(미소 한 번 지을 동안만) 당신을 소유하겠습니다.


모든 생명에게 감사의 표시인 양


당신을 선사하기 위하여.


 


(120)


 


사랑하는 이를 보는 순간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를 지켜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닐 때도 있고, 홀로 사랑할 때도 그렇다. 그 때에 잠시 잠깐 만이라도 집중해서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있다면, 그 미소를 잠깐만이라도 소유할 수 있다면, 마지막에 당신을 선사하기 위하여를 볼 때 왠지 누군가에게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하는 순간 같기도 하다. 어쩌면 사랑하는 이는 꼭 연인이 아닐 수도 있다. 친구나 친척이 결혼해서 떠나야 하기에 보내는 마음으로 선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유하고 싶은 미소를 가진 이를 나도 만나보고 싶어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는 독특하게도 시의 첫마디가 제목이었다. 마치, 일기를 짧게 쓴 것 같은 것이 그의 시였다. 두 시의 표현 중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미소 한 번 지을 동안만) 당신을 소유하겠습니다.” 라는 표현은 직접적이고 공감할만한 사랑의 표현이기에 사랑의 표현에 있어 릴케를 따라갈 만한 시인이 있을까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 왜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는지 알 것 같았다. 시와 걸맞은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릴케의 시집이 전기 시집에 이어 후기 시집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시는 전체적으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 같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시를 읽고 있으니 사랑이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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