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아그네스
  1. 문학

이미지

도서명 표기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글쓴이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1 (52)
아그네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중에 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더 좋아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을 읽을 때는 지루할 틈이 없다. 읽다 보면 어느새 빠져 들고 만다. 무엇이 그토록 빠져 들게 하는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이 가진 매력은 뭘까? 아니 매력이라기 보다 거의 마력에 가깝다. 사실, 나는 지금껏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무언가에 황홀하게 빠지면 이성은 마비되고 한껏 들뜬 감성과 직관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언젠가 책을 다시 읽고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야 기회가 됐다.


 


  도스토예프스키 작품 가운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 세 권을 꼽으라 한다면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악령>일 것이다. 이 가운데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내가 다시 읽고 싶은 책 1순위다. 난봉꾼인 아버지와 아들 세 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졸한 가정사와 부친 살해 사건이 이야기의 소재다. 어릿광대 같지만 교활하고 음탕한 아버지 표도르는 두 명의 아내로부터 세 아들을 얻었다. 그리고 마을에 떠돌아다니는 백치 여인을 건드려 얻은 아들이 하나 있다. 호색한 표도르는 세 명의 여자에게서 아들 넷을 둔 홀아비로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는 자신의 아버지 표도르를 가장 빼닮은 아들이다. 그 둘은 비슷한 기질과 색욕을 지니고 있기에 아름다운 여인 그루센카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사이다. 드미트리에게 결정적으로 부친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따뜻한 품성의 소유자라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따뜻한 인간성은 종종 도발적인 행동과 격정적인 언행으로 가려지고 오해받기 일쑤다. 그리고 그의 이런 성격은 결국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한몫 하게 된다. 부친 살해의 누명을 쓰고 재판정에 섰을 때 무죄를 주장하는 그를 두고 끝내 유죄로 마음을 굳히는 배심원들은 그의 난봉꾼에 가까운 행각을 잘 아는 농부들이었다. '성격이 곧 운명이다'라는 말은 드미트리에게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둘째 아들 이반은 배 다른 형 드미트리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다. 드미트리가 열정적인 외향적 감정형이라면, 이반은 냉철하고 지성적인 사람으로 내향적 사고형이다. 무신론자이면서도 종교에 관심을 갖는 그의 이중성은 부친이 살해되는 과정에서도 역시 본의 아니게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 형과 아버지가 재산과 여자를 사이에 두고 말썽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이반은 한 발 떨어진 방관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버지 표도르에 대한 그의 무의식적 혐오감은 형 드미트리 못지않다. 그리고 그의 이런 무의식은 아버지 집의 요리사이자 실은 자신의 배 다른 동생이기도 한 스메르쟈코프에게 전달되고, 스메프쟈코프의 실행으로 인해 살인 교사자가 된다. 드러난 분노보다 드러나지 않은 잠재된 분노가 더 무서운 법이다. 잠재된 분노는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반과 이반이 경멸해마지않는 스메르쟈코프는 서로의 무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공범자이자 머리와 손발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셋째 아들 알료사는 가장 온화하고 다정다감한 인물이다. 첫째 형 드미트리가 가슴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행동파라면, 둘째 형 이반은 냉정한 머리를 가진 이론가다. 이에 반해 셋째인 알료사는 가슴과 머리가 골고루 발달한 휴머니스트다. 종교적인 분위기가 많이 묻어 있지만 교회 안에서 보다는 교회 밖에서 할 일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아마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애정을 가지고 살려내려고 노력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선과 악을 모두 알면서도 선을 택할 줄 알고, 그 가운데 자신의 신념을 따라가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개성이 때로는 우유부단하게 보여서 주인공의 자리를 뺏기지 않을까 우려될 만큼 선명하지 않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두 작품인 <죄와 벌>과 <악령>처럼 살인 사건이 중심 소재로 등장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부친 살해사건이라는 점이다. 인륜을 저버리는 이 사건은 단순한 살인 사건보다 더 흥미로운 게 사실이다.도스토예프스키가 부친 살해라는 중심소재를 선택한 데는 계기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자신의 부친이 부리던 농노의 아낙들을 데리고 술판을 벌이며 음탕한 짓을 서슴지 않다가 분노한 농노들한테 맞아 죽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차마 생각할 수 없는 비극이지만 작가적 상상력이 결합하여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탄생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이 갖는 마력은 바로 이러한 현실과 현실적 가능성을 토대로 개성있는 인물을 설정하고, 인간의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극과 극을 오가며 첨예하게 체험하게 하는 데 있지않나 생각한다. 한 마디로 그의 작품에서는 성인과 극악무도한 불한당, 인간에 대한 신뢰와 배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좌절을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누가 뭐래도 재판정에서 드미트리의 변호사가 변호를 하는 장면일 것이다. 유능하고 사리분별이 밝은 드미트리의 변호사가 이성과 감성, 크리스트교의 사랑에 호소하는 마지막 장면은 장장 몇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데, 내가 지금까지 만난 문학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변론에도 불구하고 무죄임을 입증받지 못한 억울한 현실을 통해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04.26

댓글 2

  1. 대표사진

    꼼쥐

    작성일
    2014. 9. 24.

  2. 대표사진

    아그네스

    작성일
    2014. 9. 24.

    @꼼쥐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7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7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9
    좋아요
    댓글
    52
    작성일
    2025.5.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