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데이비드 테넌트, 올리비아 콜맨

 

 

 

 

  영국 드라마로, 단지 '닥터 후 Doctor Who'에서 꽤나 멋진 닥터로 나왔던 배우가 출연한다기에 보게 되었다.

 

  브로드처치라는 영국의 해변 마을이 있다. 전국 최저의 범죄율을 몇 년째 보유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서로 친분이 있는 작은 마을이다. 게다가 멋진 절벽과 해변을 갖고 있기에 관광객들도 끊이지 않고 오는 곳이다. 그런데 그 해안에서 대니라는 소년이 시체로 발견된다. 너무도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소년이었기에, 누가 그를 죽였다는 사실은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누가, 왜 겨우 열한 살밖에 안 된 대니를 죽여야 했을까?

 

  총 8부작인데, 각 편마다 의심스러운 인물이 하나씩 등장한다. 그 자를 수사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드러나는 구조이다. 그러니까 겉에서 봤을 때는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을이지만, 물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악취가 나는 물건들이 버려져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로 나온 데이비드 테넌트의 연기 변신이 놀라웠다. 닥터로 등장했을 때는 너무도 익살맞고 장난끼많은 사람으로만 보였는데, 여기서는 완전히 달랐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지병으로 고통 받는, 피곤하고 지쳤지만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고 결심한 사람이었다.

 

  드라마는 잔잔하고 진지했다. 무덤덤하고 조용하게 사건이 진행되고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노을 지는 마을 풍경이 아름다우면서 어쩐지 처연해보였다. 대니 가족이 절규하는 장면에서 소리를 완전히 빼고 배경 음악으로 대체했었는데, 그게 더 와 닿았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제일 슬픈 비명과 탄식 그리고 외침을 넣을 수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1화에서 대니 아빠가 시체 보관실로 아들의 시체를 확인하러 가는 장면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고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여긴 어쩐 일이야?", "시간 있지?"라고 물을 때, 대니 아빠는 아무 일도 없다는 투로 대꾸를 하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그 속마음이 어떨까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는데,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마을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구성은 예전에 보았던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 Twin Peaks, 1990'와 흡사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더 현실적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착잡하고 슬펐는지 모르겠다. 너무도 평범하고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마을이어서, 다들 그냥그냥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어서 더 아팠나보다. 솔직히 미국 드라마에 비해서 여주 주인공격인 여형사의 외모가 그리 뛰어나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괜찮은 설정 같았다. 다들 평범한 데 그녀 혼자 튀면 현실감이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대니를 죽인 사람의 정체는……완전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미국에서 리메이크 한다는데, 어떤 색을 띌 지 궁금하다. 참, 초반에 너무 잔잔해서 지루할 수도 있는데 그것만 잘 극복하면 몰입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