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노트

부린이
- 작성일
- 2014.12.30
가족의 발견
- 글쓴이
- 최광현 저
부키
그래도 비빌 언덕은 가족뿐인 거다!
편집자 노트 『가족의 발견』
원고를 읽다가 문득 묻고 싶어졌다. “아빠는 요새 뭐가 제일 힘들어?”
왜 지금까지 ‘아빠도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좀 잘 해보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오랜만에 네 식구 모여 외식할 때, 아빠랑 소주 한잔을 하면서, 정말 어렵게 “아빠도 힘든 게 있지?”라고 물었다.
“이야, 우리 딸 다 컸네. 그런 것도 묻고. 아빠도 힘든 게 있지 그럼, 아빠는 말야….”
이런 식의 대답과 함께 훈훈한 부녀간 대화가 오고가는 상황을 상상했지만,
역시나 그런 건 드라마 속에나 있지!
아빠에게서 돌아오는 건 박장대소에 “왜, 힘들면 네가 아빠 뭐 도와주게?”같은 놀려대는 농담조의 대답이었다!
갑자기 성질이 팍 났다.
“아, 됐어, 됐어!”
기분이 상했다. 괜히 민망하기도 해서 표정을 구기고 밥만 먹었다. 내가 뿔난 티를 냈더니 서로 눈치 보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식구들이 그러니 나는 또 나대로 갑자기 미안해졌다. 그렇지만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무조건 나만 잘하려고 하니 서운한 거다
나는 왜 뿔이 났을까? 단지 내 질문에 아빠가 웃어서? 웃는 게 이상하면 왜 웃냐고 물으면 될 것이지 한순간 그렇게 픽 토라질 정도였을까?
나는 서운했던 거다.
이 원고를 편집하는 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나는 아빠를 생각하면서 질문을 생각하고 오랜만에 외식 자리도 만들었고, 어색하지만 물었는데, 내가 이만큼 애썼는데 그걸 농담으로 받아치다니.
『가족의 발견』의 저자 최광현 교수는 “행복하려고 애쓴 가족일수록 갈등 상황에 빠진다.”고 말한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혹은 가족의 갈등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특히 애쓰는 가족 구성원은 대부분 자기보다 가족을 더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집에 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상태와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부터 읽고,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책
잠깐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나도 아빠도 나머지 가족들도 잘못한 게 없었다. 누구도 누구에게 상처를 주려고 의도했던 것도 아니었다.
아빠는 그저 평소 까불거리던 딸이 그런 말을 하니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웃음이 나왔고, 또 그런 상황이 처음이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것뿐이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고 그러고 나니 아빠가 이해가 되고 가족들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니.
『가족의 발견』이 나에게 정말 큰 걸 가르쳐 줬구나!
요즘 중년 부부들이 손잡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많이 보러 간다기에,
최근 들어 부쩍 서로에게 서운한 게 많은 우리 엄마 아빠께도 표를 예매해 드릴까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변치 않고 사랑하는 노부부의 영상만큼이나, 이 책이 아내를 남편을 우리 가족을 새로 보고 사랑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보, 그동안 그래서 그랬던 거야?” “당신이 그 땐 힘들었겠네.”라는 마음이 절로 들테니까 말이다.
부키 편집실 아라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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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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