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문

일냥
- 작성일
- 2015.7.30
나란 인간
- 글쓴이
- 황상민 저
푸른숲
심리학은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묘한 기대 때문인지, 전공을 불문코 누구나 한번쯤은 배워보고 싶어하는 학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하지만 눈에 보이고, 명확한 실험이 가능한 자연도 아직 완벽하게 알아내지 못한 우리가, 숨기고 속이고 연극되어질 수 있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다양한 심리검사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한번쯤은 경험이 있을 MBTI, 에니어그램을 넘어 이 책은 황창민교수가 개발한 우리나라의 문화에 맞는 심리검사인 WPI를 소개하는 책이다. 다만 다른 심리검사 서적과 다른 점은 이 책은 기교를 소개하여, 스스로 분석해볼 수 있게 했다기보다는 자신이 집단상담을 했던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WPI는 로멘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리얼리스트, 에이전트의 다섯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나 두가지 영역에서 질문지가 제공, 10가지의 수치를 표로 그려서 자신의 현재를 분석한다. 아무래도 이들의 장사속에 당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심리검사를 결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심리검사를 한다고 해도 해당 상담사를 만나보기 전까지는 자신을 그리 썩 잘 알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니, 충동결제는 하지말기를 당부한다. 나의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 그래프가 그려져서, 유사사례조차 찾아볼 수 없었기에 (심지어 책에서는 그 두가지가 동시에 높은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과를 고이 묻어버렸다. 사실상 내 현실적인 고민을 직접 상담사에게 가져가지 않는 이상,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자신의 유형을 98%까지 스스로 맞출수 있다. (심리상담이라는게 대게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은 '당신이 나의 이야기에 불편한 이유는, 당신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해서입니다. 내가 하는 말을 진리요.'라는 듯한 뉘앙스의 강한 어조로 진행되고 있어 조금 불편한 기분까지 드는데, 심리를 하시는 분이 소심한 태도를 취할 수는 없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긴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자는 이론 상 역시 묘한 자기모순에 빠져있다는 느낌은 역시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을 재쳐두고 내가 이 책이 썩 마음에 드는 이유는,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받아들이자. 그들을 내 입맛대로 제단하려 하지말자'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나는 그것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것의 출발점이 굳이 강한 어조의 한 심리상담일 필요는 없지만, 이것으로라도 모두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바꾸려고 하지 않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꽤 긍정적인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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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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