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티샨티
  1. 독자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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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글쓴이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8.8 (324)
샨티샨티

   13년 남짓 지병으로 고생하다 피안의 세상으로 떠난 시동생의 기제사를 지내고 오는 길,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상기하던 남편은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죽은 동생이 안됐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에서 습기는 묻어나고 평소 그가 좋아하던 술 한 잔 부어 놓을 공간도 없이 사각형의 상자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생긴 대로 병이 오고 먹은 대로 병이 온다는 말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술 한 잔을 마시고 싶은 생각을 떨쳐 버리기가 힘들다.


 


    건강 검진을 받을 때마다 의사는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기에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다. 2년에 한 번은 어김없이 검진을 해야 하는 국민 건강 복지 협회의 방침대로 근무하는 기관의 문책을 피하려면 올 연말이 되기 전에는 필히 건강 검진을 마쳐야 한다. 술을 좋아하는 딸에게 칠순이 넘은 어머니는 늘 걱정 어린 표정으로,


   “여자 간은 남자들 간하고 다르다. 술 엔간히 먹고 좀 줄여라.”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모임에 나서는 딸은,


   “술 때문에 건강 해치는 게 아니라 엄마 잔소리로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커서 아프겠네.”


웃음으로 얼버무리지만 알코올 역시 중독성 물질이기에 가급적이면 입에 대지 않는 게 좋을진대 쉽지 않은 일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의 시간을 오랫동안 지켜봐서인지 죽음이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알아차린다. 주말마다 친구들의 부모님 부음을 듣고 조문을 다녀오는 횟수가 늘고 지인들의 돌연한 죽음에서부터 예정된 죽음까지 음울한 기운은 도처에 자리한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중년에게 학력의 높고 낮음보다는 연륜에서 풍기는 삶의 지혜에 자꾸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쩌면 예기치 않은 일을 겪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능력을 발휘하는 태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해서인지 자유로운 영혼으로 인생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내는 조르바는 동경하는 인물로 자리한 지 오래다. 며느리, 엄마, 아내, , 누나, 선생님으로 불리는 생활에 의무에 책임을 다하느라 고군분투하며 지내던 시절은 잿빛으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부부 교사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경영자라는 말로 질시하는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 역시 선생다운 품위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증을 더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절제해야 할 때가 많았고, 떠나고 싶은 곳이 있어도 쉽사리 떠나지 못한 채 일상에 매어 살아야 하는 운명은 높이 뛰어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지만 기둥에 매인 줄 때문에 다시 내려와야 하는 그네를 닮았다. 골치 아프게 앞뒤 생각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며 세상을 배회하며 살아온 조르바는 갖가지 제약에 자신을 묶어 두고 살던 시절 막연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투자한 탄광이 무너져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도 춤을 추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조르바에게서는 인간의 욕망조차도 붙들고 사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산투르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빈털터리로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순간, 마음이 오히려 가벼워졌음을 춤사위에 담아 물욕에 찌들어 지내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성과를 내고 인정받기 위해 바동거리며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을 냉소하는 조르바의 호탕한 웃음은 하고 싶은 일을 유예하고 가슴속에 자리하는 잠재적 소망을 이성적으로 짓누르며 살아왔던 삶에 전환점을 준 촉매로 자리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공명함으로써 일상의 틀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일로 자유를 이뤄가고 싶은 날 생각한 대로 움직이며 살았던 조르바를 다시 만나고 싶다. 여자 나이 마흔 아홉 완경을 앞두고 하루가 다르게 열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동안 감정선 역시 우줄거리며 춤을 춘다.


  


  ‘사는 게 뭔가?’


  생활 속에 매몰되어 본질을 잊고 살아가기 위해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길에만 빠져 지내는 게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고 여긴 순간 일상은 괴로움으로 차올라 어떤 것으로라도 상쇄해가야 했다. 지금 여행을 가지 않으면 이후 생활이 너무 힘들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다섯 살 아들과 열 살밖에 안 된 딸을 남편에게 맡기고 떠난 인도 여행이었다. 그 후로 간간이 네팔과 라오스, 뉴질랜드, 대만 등을 여행했지만 여전히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크게 자리한다. 내년 11일에 시작될 한 달 간의 인도 여행을 앞두고 갈등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으로 향한다. 어영부영하다 이럴 줄 알았다는 버나드 쇼의 묘비명 구절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것은 중년을 넘어 초로의 나이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걸림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을 표출한 조르바의 춤사위는 미답의 공간을 찾고 싶은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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