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하늘
  1. 자연과학.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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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글쓴이
이은희 저
살림출판사
평균
별점9.2 (32)
맑은하늘


 


 부모의 슬하를 떠나 혼자가 되어 밥과 국,반찬에 신경 쓰기 시작했을 때가 대학1학년 때이다.시골에서 사립대학에 보낼 형편이 되지 않았지만 기어이 내 고집을 관철시켜 사립대학으로 유학오게 되었던 셈이다.부모님은 지방 국립대학에 다니라고 힘줘 말했건만 나는 나대로 포부가 있어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다녔다.그런데 문제는 먹고 자는 문제였다.당시 인천에서 미혼이었던 이종 사촌형이 자취를 하고 있어 어머니가 이모에게 의논하여 이종 사촌과 한 방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사촌형은 꼭두새벽에 일 나가면 늦은 밤에 귀가하기에 먹는 일은 내가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당시 사촌형이 살던 곳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미개발지역으로 버스 타고 전철 갈아타서 대학교까지 가려면 2시간 가까이 걸려 꼭 아침은 거느지 않으려 노력했다.집에 오면 반겨줄 사람도 없는 가운데 밥은 그럭저럭 해결하지만 늘 입에 들어가는 밑반찬과 솜씨 없는 국물은 질리게 되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라면도 한 두번이지 자꾸 먹다 보니 속이 쓰리면서 멀리하게 되었다.


 


 대학 1학년 시절이 금방 지나가고 다음 해 조그만 방 하나 얻어 할머니와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다.할머니께서는 옛날 분이시지만 음식 맛은 나름 입맛을 당기게 하면서 질리지 않은 묘미가 있다.살짝 데쳐 조물조물 무친 음식,조림과 구이,겉절이,된장찌개는 영양학적 관점을 떠나 할머니표 음식이라 할 만하다.포근하고 아낌없는 자애심이 음식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중간,기말고사가 다가오면 도서관 자리를 잡기 위해 해가 뜨기 직전에 자리를 잡고 해가 동산(東山)에 떠오르기 시작하면 자취집으로 달려 간다.허리를 굽히고 할머니는 밥,국,반찬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미 만들어 상(床)에 차려 놓고 나를 기다리신다."식기 전에 얼른 먹어라,맛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시며 솥단지에 물을 붓고 숭늉을 만들어 주신다.나는 할머니께서 음식 만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터득하면서 배우게 되었는데 처녀작은 돼지 불고기였다.돼지고기,고추장,찌은 마늘,참기름,양파를 잘 버무려 1시간 정도 재운 다음 팬에 중불에 가까운 화력으로 볶아 낸다.다 익게 되면 상추나 깻잎에 불고기와 마늘,쌈장을 섞어 먹는다.정확한 레시피 공식은 없지만 눈짐작으로 재료 비율을 맞추는 편이다.이가 거의 없는 할머니께서는 어금니와 잇몸으로 오물오물 불고기를 드시면서 "참 맛있다!"라고 칭찬해 주신다.할머니와 함께 자취하던 3년 정도의 서울 생활은 내 인생에 있어 잊기 어려운 시절이다.수강 관계로 학교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식을 차려 놓고 나를 기다리는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늘 마음은 자취집에 가 있었다.그리고 조그마한 상에 상보가 둘러져  솔솔 맛과 향이 밖으로 퍼져 나갔다.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맞대고 결합한 상태를 하리하라하고 한다.이은희 저자의 필명이 하리하라로 월별의 특징(절기 중심)을 설명하면서 달과 계절에 어울리는 한국 전통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3년 전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생활상을 담은 동국세시기/홍석모 저를 읽었다.이 도서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대표적 음식군을 소개하고 있는데,저자가 생물학,신경생물학,과학언론학이라는 다양한 학부 전공이 말해 주듯 24절기의 특징 즉 농경 문화가 주가 되었던 조상들의 삶은 사계에 따라 변화하는 날씨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재배하고 거둬 들이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이은희 저자는 월별,계절별 절기 음식에 대한 해박하고 섬세한 필치로 목마른 지식,정보를 채워 준다.음식과 영양소의 설명이 끝나면 저자가 평소 체득한 다양하고 영양 만점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일명 하리하라 레시피이다.잊혀져 가는,무관심하기만 한 절기별 전통 음식과 음식 속에 담긴 인체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의 특징을 과학적으로 세심하게 분석해 주고 있다.전통,건강,영양소를 챙기면서 서양 음식 문화의 난입으로 경시되고 있는 전통 음식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게다가 자신의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되짚어 보고 야무진 통찰력으로 내일을 대비하는 과학적 교양을 소양하는 시간이기도  했다.저자의 생물학적,유전학적,의학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도서다.이제 무엇을 왜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를 챙기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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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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