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갓구운빵
- 작성일
- 2015.9.7
꿈꾸는 책들의 도시
- 글쓴이
- 발터 뫼어스 저
들녘
왜 중고등학교 때
학기 말이 되면 선생님들이 자기 할일에 치여서 수업은 안 하고
학생들한테 자습을 하라고 할 때가 있잖아?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과 와이파이의 결합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야.
그래서 딱히 웹툰이라든가 SNS라든가 그런 할일이 없었어.
물론 삐삐라든가 흑백TV를 보던 그런 세대는 아닌데.
다른 애들은 끼리끼리 모여앉아서 수다를 떠는데
나는 수다떠는 것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
업드려자면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어.
자도자도 오지않는 종례시간.
할일은 없는데 잠도 안오고
계속 업드려 있자니 팔이 너무 저리고 힘들었어.
더 자기 힘들 때는 아침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신문에 있는
스도쿠라든가 낱말맞추기 등으로 지루함을 보냈었어.
그때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공부했으면 나는 달라졌을까?
그렇게 며칠 동안 지루하게 업드려서 시간을 보내다가
책이라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에
도서실을 들어가게 되었어.
솔직히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뭔가 하나 골라서 읽어보자니 엄두가 안 났어.
그저 시간떼우기용으로 무슨 책이 있나
제목만 훑고 있었는데
같은 반 도서부인 아이가 나한테 읽어보라면서 책 하나를 내밀었어.
그게 바로 <꿈꾸는 책들의 도시>라는 책이야.
처음에는
뭐 이렇게 두껍고 어려워보이는 책을 줬을까
다른 책을 골라볼까도 생각도 잠깐했어.
근데 앞서도 말했듯이 자습의 시간만 계속되고
종례시간까지는 꽤나 많이 남았으므로
두꺼운 책으로 읽는게 낫다고 판단해서 읽기 시작했지.
첫장을 펼치고부터
부흐하임, 단첼로트, 차모니아 등등
작가가 만들어낸 판타지 속 세계의 이름들과 싸워야만 했어.
작가가 독일사람이라 그런지 이름들이 조금 어렵더라고.
그렇지만 점점 책을 읽을수록
작가가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문장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하나의 판타지 세계를 만들었어.
작가가 그렸다는 삽화들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내 머릿속 세계의 모티브가 되고
작가가 묘사하는 어떤 것들은 이미지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마침내 맨 마지막장까지 도달하는데
뒷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거야
이제 이 책과도 끝이라니.
내가 책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어본 게 얼마만인가?
내가 책을 이렇게 즐겁게 읽어본 게 얼마만인가?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읽은 책은 1권이었던 거야
지금은 합본으로 나왔지만 그때는 1권, 2권 분리되어 있었거든.
그때 작은 히열을 느꼈을까
더 읽을 수 있다는 기쁨?
어서 도서실로 달려가서 2권을 빌렸어.
2권은 1권에 비해서 좀더 웅장한 모험이 시작되었어
내가 마치 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내가 마치 주인공처럼 느껴졌지.
비록 중간중간에 수업을 하러 들어온 선생님과
오지 않을 것 같은 종례시간도 보냈어.
집에 가져가서 읽지는 않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일도 마찬가지로 지루한 자습시간만 계속 할 것 같았기 때문이야.
지금 생각해보니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그렇게 그냥 흘려보내야만 한다는 게 정말 아까워.
그 시간들을 저장을 해두었다가 지금 꺼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중간중간
읽었기 때문에 책의 흐름이 끊기기는 했지만
다시 한장한장 넘기면서 몰입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순간
소름이 돋고
'우와'라는 감탄을 할 수 있었어.
미로처럼 얽힌 모험이었지만
헤매지 않았고
외계언어 같은 느낌이었지만
읽을 수 있었거든.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기도 했어.
작가의 상상력에 흠뻑 빠진 시간이었어.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낸 게 처음이라면 처음일까.
그후로 작가가 낸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중간중간 검색도 해서 신간이 나왔는지 확인도 해봤다.
지금 속편으로 <꿈꾸는 책들의 미로>가 출간된다는데
너무 기대돼!
그 시절 너무 지루하고 답답했던 시간을 사는 나를 구원해준
<꿈꾸는 책들의 도시> 작가님께 감사해!
물론 이 책을 건내줬던 그 친구에게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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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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