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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lee25
- 작성일
- 2015.10.16
그림 수업, 인생 수업
- 글쓴이
- 김준희 저
나무를심는사람들
<그림수업 인생수업>
사람에게서 위안과 희망을 찾게 해주는 책
요즘 뉴스 보기가 싫었다. 뉴스에 나오는 인물들 때문이다. “저 사람이 과연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일까?”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람들뿐이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심 가득한 정치인,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소유하려고 불법과 편법을 일삼는 경영인.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꽉 막힌 공공기관장.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암담했다. 아니 당장, 내 인생도 걱정이었다. 이제 백 세까지 산다는데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저런 무리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어떻게 버티나….
그런 고민과 불만이 가득하던 중에 <그림수업 인생수업>을 만났다. 오랫동안 기업의 CEO로 일했던 저자가 퇴직 후 삼 년 동안 화실에 다니면서 그린 열 여덟의 인물화가 이 책에 등장한다. 우선 저자가 선정한 인물 리스트가 마음을 채워주었다.
“감옥 문을 나선 뒤에도 계속 그들을 증오한다면, 나는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롭고 싶어서 나는 증오심을 내려놓았습니다.” –만델라
“지금은 내가 너의 희망이겠지만, 조금 지나면 네가 나의 희망이란다.” –오드리 헵번
“대단한 사업 아이디어, 능력과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는 시각을 알려 주지만, 영속하는 기업의 경영자나 위대한 기업가는 자신이 없어도 남은 사람들이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 준다.” –짐 콜린스
저자가 정한 인물의 기준은 ‘진정성’이다. 진정성 있는 사람이란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고, 영성과 통찰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가 맡은 일이나 함께한 사람들에게 무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만델라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 법륜 스팀, 마더 테레사 수녀 등 진정성에 있어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분들이다. 여기에 저우언라이 총리, 이재철 목사, 장기려 박사,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처럼 일반인이 제대로 알기 어려웠던 인물의 진정성을 저자의 시선으로 설명해 준다. 그 설명이 따뜻하고 진심 어리다.
그렇다면 왜 그림일까? 저자는 고등학교 미술 시간 이후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고 한다. 더구나 사진으로 보아왔던 유명인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은 잘 그렸다는 소리 듣기 어려울 것이 뻔하다. <그림수업 인생수업>을 읽다 보면 그 해답을 자연스레 얻게 된다. 저자 김준희는 이 인물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림이었던 것이다. 군대간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뜨개질을 하는 스무 살의 여학생처럼, 저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인물을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얼굴을 표현하면서, 자료를 읽으면서 열여덟 명의 인물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 책의 곳곳에 드러난다. 김준희 작가가 그린 인물화는 그린 이의 애정이 덧칠해져 있어 그림의 완성도를 높인다. 저자의 그림을 보면서 인물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은 잘 지은 밥과 정갈한 반찬으로 차린 밥상을 받는 것처럼 품위가 있다. 눈에 착착 감기고,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의사가 되려는 딸이 실력이 부족해서 환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쁘더라도 환자와 가족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좋겠습니다. 돈과 사람이 부딪힐 때 최종적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준희
“저는 나이롱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제 신념과 신앙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을 100% 옳다고 주장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틀렸다고 말하지도 않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한두 번 이야기해서 듣지 않으면 더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 상대가 비록 제 자식들이라도 말입니다.” –김준희
“교훈적인 말을 하는 어른은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말한 대로 사는 어른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세상은 옳은 말이 부족해서 엉망이 되는 것이 아니고 옳은 것인 줄 알면서도 따르지 않고 지키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무질서해지는 것입니다. 간디는 어른질 하지 않는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 속의 위인이 되었습니다.” –김준희
이 책에 등장하는 유명인 중 몰랐던 인물은 거의 없다. 늘 언론을 통해, 책을 통해 만났던 인물이다. <그림수업 인생수업>을 읽고 나니 그 분들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성이 요근래 어디서도 찾기 힘든 멸종식물처럼 되어 버려서인지, 그 분들이 격하게 그립다. 여기 계신 분들 중 서너 명만 지금 우리 사회로 와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전에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인물화를 그리라고 하면 자신을 닮게 그린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책을 읽다 보니 김준희 작가도 자기 닮게 인물화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진정성을 갖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으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없었을 것이다. 임원 시절 사장님으로 팔 년을 모셨던 상사, 스물네 살에 결혼해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아내의 그림과 글에 작가 자신의 진정성이 투영되어 있다.
“나는 이 사람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그들이 살았던 방식, 추구했던 이상, 느꼈던 감정, 타인과 맺었던 관계를 간접 경험했다. 그들의 얼굴을 그리면서 다시 만난 그 감정과 생각들을 되새김하면서 내게 남은 삶의 시간을 맞아들일 것이다." 유시민
저자의 대학 후배라고 하는 유시민 작가가 추천사에서 저자를 대신해 이런 대답을 해주셨다. 논리와 통찰로 똘똘 뭉친 유시민 작가님, 족집게 선생님처럼 정답을 콕 찝어주시네!
<그림수업 인생수업>에 등장하는 열여덟 분을 따라 하기는 힘들어도, 적어도 이 분들을 생각하면서는 살아야겠다. CEO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도 4B 연필로 세 시간 동안 줄긋기부터 시작해 삼 년을 그렸다고 하니 그 겸손과 성실을 배워야지.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낡아서 잊혀졌던 꿈이 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바이올린으로 멋지게 연주하는 것.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김준희 작가가 친절하게 조언해주셨다.
“너무 많은 것을 염려하지 마시고 지금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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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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