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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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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로큰롤
글쓴이
오쿠다 히데오 저
은행나무
평균
별점7.3 (11)
둘이라서

<공중그네>와 함께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하여 최근에 읽은 <나오미와 가나코>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 이름이면 모든 게 OK가 되곤 했다. 한 번도 그의 작품에 대해 일말의 실망을 느낀 적이 없었으므로. <<시골에서 로큰롤>>의 표지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 가지는 특유의 유쾌함이 물씬 풍기는 삽화였기에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제2의 <공중그네>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아날로그 레코드를 사들이는 데 푹 빠져 있다.'로 시작되는 문구 역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보다는 90년대 감성을 더 사랑하는 옛날사람(?)인 탓이다. 이렇게 무한 기대감을 가지고 오쿠다 히데오가 오디오를 구입하고 음질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오디오에 푹 빠지게 되고 아날로그 음반을 듣고는 터무니없이 좋음을 느끼고 좋은 음질로 녹음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십대 때 듣던 록이며 팝을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은밀한 즐거움을 즐기다가 최근 편집자에게 아날로그 음반 이야기만 늘어놓자 "그럼 오쿠다 씨의 십대 시절 음악 체험을 한번 글로 엮어내 보죠"하고 추어올려주는 바람에 쓰여진 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음악 하나만으로도 그 세대를 하나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힘을 발휘한다. 얼마 전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프로그램이 큰 이슈가 된 것을 비롯하여, KBS <1박2일>의 '영화 OST 로드' 역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었다. 헌데 이 음악의 힘을 느낄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동시대'를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 내가 <응답하라 1998>보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내 젊은 날을 추억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고, '토토가'로 행복했던 것은 90년대에 내 젊은 날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며 '영화 OST 로드'로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아무리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 할지라도 <<시골에서 로큰롤>>이 전혀 공감대 형성이 안 되었고 처음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위함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혹은 청춘시절 록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충분히 어린 날을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나는 그 시절의 가요를 사랑했으며, 연예인에 열광하기도 했지만 올드팝에 심취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중학시절 (이하 오쿠다) 방송부에서 틀어주는 건 클래식과 이지 리스닝 레코드 혹은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전부였기에 방송부원의 검열을 통과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는 이지 리스닝보다 좀 나은 정도의 음악이라고 경멸했던 오쿠다와 달리 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를 사랑했고 클리프 리차드에 열광했으며 비틀스에 푹 빠져있었다. 음악의 대부분을 좋아했지만 록이라는 것이 시끄럽고 괴팍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은 불과 얼마 전 <PAINT IT ROCK>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 록을 사랑하는 오쿠다의 이야기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음악을 통한 성장,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기에 어느 정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중학생이었던 오쿠다에게 외국 영화와 외국 팝송과 청바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 시기의 감동 체험이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오쿠다의 인생방침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였다는데 반항기 가득한 십대시절 누구나 가져봤음직한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그는 록 영상을 <영 뮤직 쇼>로 처음 체험하면서 더더욱 록에 빠져들었지만 오디오가 없어서 고군분투했으며, 라이오를 듣다가 외국인이 말하는 교재 테이프에 덮어씌워 녹음하면서 컬렉션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나 역시 중학생 시절 녹음 테이프를 사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애쓰곤 했는데, 테이프가 늘어나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쓰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 그리고 비틀스. 오쿠다가 비틀스에 빠져든 이야기는 나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미 해산한 밴드의 음악에 푹 빠진 것은 중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알고 싶은 나이에 비틀스는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들어서 즐겁고, 이야기해서 즐겁고, 배워서도 즐겁다. 즉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전국시대 무장이나 신센구미에 빠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비틀스에 빠져든 것이었다. (본문 82p)


 


 


 


<<시골에서 로큰롤>>은 1972년에서 1977년까지 오쿠다 히데오의 팝송 청춘기를 그린 에세이로 오쿠다는 록이 무구했던 시대에 청춘기를 보냈다. 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쿠다 자신은 말한다. 이 에세이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이 녹아있으며 시종일관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은 만국 공통언어라는 말에 실감했다. 비틀스라는 공감대가 있고, 음악을 통해 발견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도 함께 느끼게 되니 말이다. 올드 팝에 빠져 가사를 한국말로 받아적느라 리플레이와 정지 버튼을 연신 눌러댔던 기억들, 좋아하는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숨죽이고 있다가 DJ의 음성이 들리면 한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들, 혹 내가 보낸 엽서가 소개되지 않을까 라디오에 귀기울였던 기억들, 음악에 빠졌던 그 10대 청춘이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흐뭇해졌다.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 <<시골에서 로큰롤>>이야기는 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쿠다와 동년배인 이들에게 정말 행복한 추억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가요와 올드 팝이 문득 듣고 싶어진다. 내 소녀 시절의 감수성을 마구마구 채워줬던 사랑하는 비틀스, 카펜터스, 카펑클 그리고 클리프 리차드여~


 


(이미지출처: '시골에서 로큰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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