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게스
- 작성일
- 2016.1.28
종이달
- 글쓴이
- 가쿠타 미쓰요 저
위즈덤하우스
굳이 착각해본다. 자신이 그들과 같은 20대의 입구에 있는, 미래에 대책 없는 희망을 품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으면서,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쉽게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몸을 허락하고 쉽게 미래를 약속하는, 이름 없는 누군가라고 착각해본다. 오랜 세월 남편의 손길을 받은 적 없는 불쌍한 아내가 아니라, 앞으로 실컷 성을 구가할 분방한 젊은이라고 착각해본다. 고타의 어깨를 안은 왼손 약지에 반지라곤 껴본 적이 없다고 착각해본다. (237/558)
리카는 혼잡한 출근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놀라며, 폭신폭신한 돈의 순수성이라는 역설을 생각한다. 폭신폭신한 돈방석에 앉은 사람들은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와, 그 인간 뒈졌으면 좋겠어 하며 깔깔대는 십대들과 혀를 차며 어깨를 부딪치고 밀어내는 사람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사람들이다. 돈은 사람을 선하게 만들고, 아늑하게 만들고, 반대로 돈의 부재는 사람을 악하고 드세게 만든다. 리키의 눈에, 경쟁의 악다구니 속에서 하루하루를 채우는 사람들에게 해맑은 웃음은 사라진 것이다.
확실시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통장을 리카에게 맡긴 나고 다마에, 야마노우치 부부 등. 해맑게 웃고, 목소리가 거칠어지지 않고,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쉽게 사람을 믿고, 악의 같은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을 상처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돈이라는 폭신폭신한 것에 둘러싸여 살아왔을 것이다.(39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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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