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비주얼 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악을 하는 밴드 혹은 가수의 무대에서의 분장이나 퍼포먼스로 음악을 나눈다는 것만큼 난센스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주얼 록이 시작된 일본의 경우에도 예전에 비주얼 록으로 불렸던 이들이 지금은 그렇게 불리지 않는다. 그들의 대부분은
예전의 메이크업을 지우고 무대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은 음악 자체로 다시 평가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주얼 록이라는 말이 상당히 어긋난 표현이라는 것은 그 음악을 했던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하나로 묶이기에 상당히 차이가 났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X JAPAN과 루나 씨 그리고 글레이는 그 외향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상당히 다른
음악적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비주얼 록이라는 분류는 음악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10여년만에 나타난
비주얼 록 밴드라는 것을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운 로아의 경우에도 사실 비주얼 록이라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음악에 집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은 비주얼 록이라는 분류보다는 스피드가 살아있는 과거의 헤비메탈의
느낌을 더 먼저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 음악을 듣고 난 다음에 비주얼 록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그 헤비메탈의 느낌이 많이
희석이 된다. 이들의 음악은 그렇게 희석이 되어도 괜찮을 정도로 부족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잘 만나지 못했던 훌륭한
전통적인 헤비메탈 밴드의 반가움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은 사실 상당히 잘 만들어질 앨범이다. 기본적으로 상당히
마스터링이 우리나라에서 잘 듣지 못하는 스타일로 되어있다. 물론 최근 몇년동안 확실히 우리나라의 마스터링 기술도 많이 발전을
했지만, 보컬보다 연주에 조금 더 집중하는 그 스타일은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온다. 로아의 연주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그러한
마스터링은 이 앨범에서 우리가 음악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물론 이들의 연주를 깊이 파고들면 다양한 선배
밴드들을 떠올리게 된다. 유럽의 스피드한 메탈을 연주하던 이들에서부터 이들이 마케팅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X JAPAN까지 모두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듣는 이의 취향이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그들의 색깔은 로아가
단순히 마케팅의 측면에서 보여주는 비주얼 록이라는 울타리보다 조금 더 넓은 영역에서 록과 메탈을 연주하는 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주얼 록이라는 말에 갇히기에는 로아의 음악은 더 많은 것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