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소설

책읽는베토벤
- 작성일
- 2016.3.12
흑백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가끔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싶어지는 때가 생겼다. 가벼운 중독처럼, 이끌림이다. 배경과 소재는 좀 무서운 느낌도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라는 갈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귀신이든 저승이든 소설 안에서는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책이 아니고 몇 년 전에 나온 책이므로 나에게만 새로운 것일 수도 있겠다. 늦게 이 작가를 알게 된 셈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출간한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고 내게 오는 대로 읽는 것이어서 작가가 펴낸 시점과는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 기억력은 늘 얕아서 이어지는 소설 속 배경의 앞뒤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굳이 연결시켜 읽지 않아도 읽는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건 하나하나에만 집중해서 읽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바이지만, 이 작가가 글 속에 품어 놓고 있는 주제는 색다르면서도 뜨끔거리는 데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곤 하는 내 마음 속 허물이나 허위를 조곤조곤 끄집어 내어 살짝 아프게 한다. 크게가 아니라 살짝, 건드리는 것 같은데 따끔할 정도로. 의도적으로 넘겨 버렸던 과거의 숨기고 싶었던 기억, 특히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던 것 같은 잘못을 저지른 일. 그랬던가 아니었던가 확실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뭔가 죄의식을 살풋 남기고 말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어떤 잘못의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반성하게 한다. 모른 척 하지 말라고, 아닌 척 하면서 영 잊어버리고 살지는 말라고.
그래서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종종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영 못된 사람으로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다고나 해야 할지. 지금도 그런 비슷한 잘못을 은연 중에 혹은 알면서도 저지르지는 않는지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에. 쉽게 읽히는 문장 사이사이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그릇된 언사가 부서져 나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심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즐긴다는 괴담, 우리네 정서와는 맞는 것도 있고 동떨어진 것도 있지만 인간 본성의 착한 면을 지키려고 하는 쪽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 책과 이어져 있는 '안주'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즐거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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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