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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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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글쓴이
김동진 저
서해문집
평균
별점8.8 (38)
꽃들에게희망을

 

아..1923년!  스펙타클한 첩보영화같은 이 내용들이 실제 우리 역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이라니.현실이 영화나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말은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말들을 속으로 삼켜야했다. 사실이 아니었다면 흥미진진한 소설 읽는 기분에 빠져들 수 있었을텐데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것도 거사에 실패하고 많은 열사들이 죽음 혹은 체포된 사건이라 흥미롭다는 생각을 갖는 것조차 왠지 죄스러웠다.

 

'1923년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의 중심에는 의열단이 있었다.1923년에는 1919년 삼일운동 후 몇 년이 흐른 뒤  독립운동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의열단이 분연히 나선 것이다. 단원이 경성에 잠입해 암살과 폭탄 투쟁을 시도했고, 이는 사그라들어가는 국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독립운동의 의지를 재점화하고자 한 것이었다. 또 직접적으로 일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폭력활동이었다.

종로 경찰서 폭탄투하 사건,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의 거사였지만 독립운동사상 유례없는 다발적 폭탄투척, 만약 이 계획이 제대로 성공했다면 삼일운동 이후 소강상태였던 독립운동에 새로운  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일제를 혼란에 빠트리며, 결코 굴복하지 않는 조선인의 기개를 만천하게 드러내 보였을 것이다.

 

때는 1923년 1월 12일 금요일 저녁 7시 반.  종로사거리에서 느닷없이 거리를 뒤흔들만큼 큰 폭발음이 들렸다. 한 사나이가 종로경찰서의 서쪽 창문으로 느닷없이 사제폭탄을 투척하고 유유히 빠져나간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사망자는 없었고 몇명의 부상자만 발생했지만, 이 사건으로  종로 뿐 아니라 경성의 경찰은 발칵 뒤집혔고 비상이 걸렸다.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됐다. 경성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종로, 그것도 일제의 첨병이고 삼일운동 때 33인의 민족 대표를  비롯해 수많은 항일투사들을 잔혹하게 고문한 종로경찰서. 그곳에 폭탄이 투하된 것은 조선인들에게는 쾌거였지만 일제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본진에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

이 사건은 보도 통제로 기사화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식이 퍼지는 걸 막을 길이 없었다. 소문은 방방곡곡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조선인들 사이에선 묘한 긴장감과 생기가 감돌았지만, 반대로 일본은 이런 조선인들의 민심반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경성의 중심부, 종로 경찰서에 폭탄을 투하한 이 담대한 이는 김상옥이었다. 고생 끝에 '영덕철물상회'라는 공장을 가질만큼 기반을 다졌지만 미련없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던 인물이었다.

김상옥이 일제의 집요한 추적을 받게 된 것은 불문가지였는데,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보면 실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체력적으로도 뛰어났지만 그만큼 정신력 또한 남다른 인물이었던 것이다.

체포 직전 포위망을 뚫고 도망쳐 나왔던 그는, 일제의 추격을 피해 은신했지만 결국 다시 일본의 포위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투항하라는 일본의 권유를 마다하고 죽음을 택했다. 그 많은 일본경찰과 대치하면서, 마지막 세 발의 총알을 남기고 자결하는 순간까지도 총격전을 벌였던 것이다.

 

단신으로 그 많은 경찰과 대치했을 그..경성 효제동 일대에 퍼져갔던 총성. 서른 넷 짧은 생애를 장렬하게 마감한 김상옥의 최후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죽은 뒤에도 둘째 손가락으로 권총의 방아쇠를 쥐고 놓치지 않았을만큼 결사항전한 모습은 강인한 인간 김상옥의  마지막 투혼이었을 것이다.

 

김상옥은 자결했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의열단에서는 또다른 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대규모, 다발적인 폭탄공격을.

이 작전의 중추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안그래도 비범해보였던 그를 몇배는 더 평가하게 되었다. 그는 일제입장에선 조선인으로 최고의 현상금을 내걸만큼 흉악범이었고, 베일에 가려진 사나이였다. 어찌나 보안에 철저했는지 얼굴이나 이력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걸 보면 그만큼 주도 면밀했고 신중했던 것이다.

 

폭력을 독립운동의 방법으로 확실하게 활용한 그다웠다. 대규모 다발적 폭탄 공격의 위력은 상상해보면 알 것이다. 고성능 폭탄을 비밀리에 국내로 반입해서 조선총독부,동양척식회사,조선은행,경성우편국,경성전기회사 등 주요시설에 타격을 가하고, 암살을 한다면...일제가 받을 충격이 얼마나 엄청날 것인지.

최근에 일어난 유럽의 폭발사건들을 떠올리게 된다.

의열단은 고려공산당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 작전에 만전을 기했다. 문제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폭탄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제 경찰이었던 황옥이 협조하게 된다. 그는 비록 일본 경찰에 몸담고 있었지만 평소 독립운동에 참여하고자 했던 의지가 있었던 인물이었기에 기꺼이 참여했건 것이다.

 

이 계획의 성사 여부는 폭탄을 성공적으로 반입하느냐와 사전에 계획이 누설되지 않게, 보안을 유지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내가 다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국경에서 검문에 걸릴까, 국내에선 경찰에 발각될까, 일촉즉발의 순간들.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긴 한숨이 나왔다. 마지막단계에서 폭탄이 일제에 발각되면서,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니. 그리고 황옥을 비롯해서 작전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들이 대거 체포되고 말았다.

 

거사 직전 단계에서 하필 밀정에게 폭탄을 보관해달라고 부탁한 것에서 경찰에 꼬투리를 잡혔고,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많이 허무했다. 수많은 고비를 넘긴 끝에 겨우 폭탄을 국내로 들여왔는데..마지막 단계에서 부주의로 작전을 그르치고 만 것이었다. 거기에 황옥, 김시현 등 계획에 참여했던 열혈 독립활동가들마처 체포되고 말았으니..그 인적 손실과 그동안 들어갔던 경비며..의열단의 출혈이 막심했다.

 

앞의 김상옥도 밀정이 경찰에게 제공한 단서로 체포된 것인데, 이번에도 밀정의 염탐으로 인해 몇년동안 준비했던 계획이 모두 헛수고가 돼버린 것이다. 이 순간 왜 하늘은 조선을 돕지 않은 것일까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저 고비만 넘겼다면,폭탄을 옮기지만 않았어도.. 장기간 작전을 준비했던 김원봉은 얼마나 맥이 빠졌을까. 실패한 안타까움 때문에 만약에, 만약에 하는 가정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조선이나 독립군 활동지에는 밀정이 많았다. 자나깨나 밀정 조심을 외치고 싶을만큼 그만큼 일제의 감시망이 촘촘하게 짜여져있었다는 말인데, 밀정들의 암약은 독립군의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에서는 한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스펙타클한 활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않은 시도였다. 단발적인 폭력투쟁이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가라앉은 국내 분위기를 일신하고, 조국 독립에 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는 효과는 있었을 것이다.

이 거사가 발각된 것에서 그만큼 일제의 감시망이나 조직이 치밀해서, 철저하게 항일 운동이 막혀있던 당시 조선 사정을 파악하게도 된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신문 보도나 논문 등을 바탕으로 저술된 것인데, 소설처럼 긴박하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에  방점이 찍혀있다. 김원봉은 물론이고, 김상옥, 황옥, 김시현 등 목숨을 걸고 이 거사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들의 동선을 좇아가면서 거사 과정을 풀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체포된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황옥이나 김시현은 잔혹한 고문을 견뎌야 했고,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말고 체포된 이 중에는 고문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동지를 자백한 죄책감을 못이기고 자살한 이도 있었다. 실제로 김상옥의 체포에 협조해야만 했던 인물도 있었던 것을 보면 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그 이상의 의지와 인내심이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이런 엄혹한 식민지를 거치고 살아남아 독립이 된 뒤였다. 김원봉은 친일파 경찰의 대명사 노덕술에게 취조를 받는 모멸감과 환멸에 북한으로 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에서도 6.25를 반대하는 등 김일성 노선에 전적으로 동조하지 않자 돌아온건 숙청이었다. 장개석 중국 국민당 스파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죄명으로 숙청되면서 북한 역사에서도 그의 존재는 삭제되고 말았다.

황옥은 내내 병마에 시달리다, 밀정인지 투사인지 논란을 남긴 채 한국전쟁이후에는 그의 행적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김시현은 더욱 파란만장했다. 김구 암살 사건에 격분한 나머지 이승만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전력으로 인해 그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저 뜨거운 심장으로  일제에 맞섰던 이들이라 시류에 영합하지 못하고 돈과 권력과는 상관없는 길을 선택했던 것일까.  해방 뒤 그들의 삶에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분단과 외세에 의존해야 했던 한반도의 비극은 이렇게 1923년 뜨겁게 일본에 저항했던 독립투사들의 말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게 했다. 아마 그들에게도 분단이나 친일파 득세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1923년 부분을 읽으면서 뜨거워졌던 내 가슴이 해방 뒤에 와서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1923년 펼쳐졌던 작전을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이 죄스럽다고 여겼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존경과 예우를 받아 마땅한  독립투사들의 해방 뒤 삶에서 또, 이분들도.. 하는 생각에 통과의례처럼 슬픔을 느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1923년의 거사, 그 치열했던 과정과 조국 독립을 향한 간절한 심정으로 그 작전에 뛰어들었던 투사들이 있었음을, 죽음을 당하고 체포되고..그 고난조차 감내했던 투사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해야 한다고 외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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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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