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6.6.16
사소한 것들의 과학
- 글쓴이
- 마크 미오도닉 저
MID 엠아이디
제목은 ‘사소한 것’이라 했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쓰고 있고, ‘과학’이라고 했지만, 과학 이전의 것, 과학을 넘어선 것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마크
미오도닉은 재료과학자이다.
재료과학자란 세상 사물의 바탕이 되는 재료를 새로 개발하고, 개선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런 재료과학자가 세상 사물을 보는 관점이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나, 다른 분야의 과학자와 다른 것은 당연할 터이다. 당연히 우리는 생각하지 않거나 대충 넘어가는 사물을 이루는 재료가 무엇인지, 그것의 특성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더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다른 어떤 재료를 쓴 사물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런데 마크 미오도닉이라는 재료과학자는 좀 별나다. 재료의 과학뿐만 아니라 그 재료의 역사에 대해서, 그 재료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어쩌면 좀 깊은 과학자라면 자신의 하는 분야에 그런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사실은 그런 관심을 갖는 과학자가 흔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이렇게 솜씨 좋게 글로 표현하는 일은 더더욱 흔한 일은 아니다.
글을
풀어가는 방법도 재밌다.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하고 있다. 바로 자신이 자신 집 옥상에서 찍은 사진. 좀 의식한 듯한 사진이긴 하지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진 한 장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모든 재료가 포함되어 있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바로 이렇게 재료가 역사 속에서 현재로, 과학을 통해 우리 삶에 침투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방법이다.
또한
글마다 서로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마치 저자가 굉장히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어떤 글을 일반적인 글이고, 어떤 글은 그 재료(이를 테면 종이)가 이루는 사물들을 단편적으로 나누어 간략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고, 또 어떤 글은
<내일은 쏴라>라는 영화를 흉내 낸 시나리오 형식과 그것에 대한 해설(플라스틱에 대해)의 형식을 띠고 있다. 어떤 글은 부모의 결혼식에서 시작하고 있고(자기), 어떤 것은 자신의 집 근처 거대한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고 있다(콘크리트). 그래서 재료의 특성을 설명하면서는 결코 쉽지 않은 물리화학적 설명을 포함시킬 수 밖에는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절대로 지루하지 않은 그런 ‘스타일리쉬’한(옮긴이가 글 첫머리에 그렇게 썼는데, 읽으면서 점점 이해가 된다) 책이 되었다.
이제
이 책을 읽었으니 어떤 사물을 볼 때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물리화학적 특성을 갖는지(그래서 그 사물이 그 재료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지), 그 재료가 어떤 역사를 거쳐 저 사물에까지 쓰이게 되었는지 등 사물의 속까지 투시하는 능력, 혹은 습관이 생겼다고는 할 수 없다(그건 온통 그것만 연구하는 이를 모독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 하나로도 우리를 둘러싼 사물이 역사를 가진 재료로 이루어져 있고, 그 재료가 쓰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으며, 또한 우리 역시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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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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