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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리커버] 어린 왕자
글쓴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
열린책들
평균
별점9.3 (559)
일본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황현산 역, [어린 왕자], 열린책들, 2015.


Antoine De Saint-Exupery, [LE PETIT PRINCE], 1943.



  드디어 [어린 왕자]를 읽었다. 국내에 여러 번역이 있지만, 불문학을 전공하고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는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간했다는 이유로 황현산 역을 선택했다. 저자는 레옹 베르트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지금은 이 어른이 되어 있는 예전의 어린아이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p.5)라고 하는데, 개인적인 감상은 어른이 되기 전에 읽었더라면... 이라는 회한이 남는다(그러면 나는 달라졌을까?). 흔히 어린아이를 가리켜 순수하다고 하지만, 어쩌면 어린이는 이미 인생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공교육 체제로 들어가서는 국가가 요구하는 시민의 덕목을 익히면서 이전의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비약한 것일까?



  나는 이렇게 진심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사람도 없이 혼자 살아오던 끝에, 여섯 해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만났다. 모터에서 무언가가 부서진 것이다. 기관사도 승객도 없었던 터라 나는 그 어려운 수리를 혼자서 감당해 볼 작정이었다. 나로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였다. 겨우 일주일 동안 마실 물밖에 없었다.(p.10)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로 군 복무를 하고 나서 민간인 조종사로 툴루즈-카사블랑카, 다카르-카사블랑카 노선의 항공 우편 업무를 담당한다. 현대의 기술과는 다르게 당시의 비행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는데, 몇 번의 심각한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1935년 12월에는 파리의 부르제 공항을 떠나 이집트로 가다가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하여 5일 동안 사경을 헤매며 걷다가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이 작품의 동기가 되었던 것일까? 1943년 [어린 왕자]를 세상에 선보인다.



  "저...... 양 한 마리만 그려 줘!"


  "뭐?"


  "양 한 마리만 그려 줘......"(p.10)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 사고를 당했을 때, 누군가가 불쑥 다가와 무턱대고 양을 그려달라고 한다. 잠시 꿈을 꾸는 것처럼, 아니 무언가에 홀린 듯이... 갑자기 나타난 어린 왕자와 함께 적막한 곳에서 일주일간의 동거를 하게 된다. 보아뱀 그림, 사하라 사막, 비행기 고장, 양 그림, 소행성 B612, 바오바브나무, 장미꽃... 여우, 우물, 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동화처럼 다가온다. 그동안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는데, 왜 그토록 어린 왕자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나는 말이야, 중요한 일을 하느라고 바쁘단 말이야!"


  그는 깜짝 놀라 나를 노려보았다.


  "중요한 일이라고!"


  그는 손가락에 새까맣게 기름을 묻힌 채 손에 망치를 들고 그에게는 매우 흉측해 보이는 물건에 엎드려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저씨도 어른들같이 말하네!"(p.31-32)



  "수백만 또 수백만이 넘는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저 하늘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 이렇게 혼자 말하겠지.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에겐 그 모든 별들이 갑자기 꺼져 버리는 것 같을 거야! 그래도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p.33)



  낮에는 뜨거운 열기와 밤에는 찬 바람을 내뿜는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고쳐야 한다. 그래서 어린 왕자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기를 꺼렸는지 모르겠다.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느라고 바쁘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몰상식한 어른의 모습으로 보였나 보다. 꽃의 가시가 어떤 의미인지, 나는 사랑하는 꽃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그에게는 이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그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을 때, 연장을 던져두고 다가가 달래주어야 했다. 목마름도 죽음도 안중에 없이...



  '어른들은 참 이상해.' 어린 왕자는 여행을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p.48)



  "사람들은 어디 있니?" 마침내 어린 왕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막은 좀 외롭구나......"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역시 외롭지." 뱀이 말했다.(p.73)



  소행성에서 홀로... 세상 전부를 다스린다는 왕, 사람들로부터 박수와 숭배를 받고 싶어 하는 허영쟁이,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이것을 잊으려고 다시 술을 마신다는 주정뱅이, 5억 162만 2,731개의 별을 가지고 있다는 바쁜 사업가, 매 순간 가로등을 켰다 끄는 쉴 틈없는 가로등지기, 서재를 떠나지 않는 지리학자... 어린 왕자는 여행하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한 것으로 여기고 바쁘게 사는 어른들을 만난다. 그의 눈에 어른들은 참 이상하다. 그리고 일곱 번째 별 지구에 왔다.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그건 모두들 너무나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여우가 말했다. "너는 아직 내게 세상에 흔한 여러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네가 필요 없어. 너도 역시 내가 필요 없지. 나도 세상에 흔한 여러 여우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 한 여우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지. 너는 나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고......"(p.84-85)



  "잘 가." 여우가 말했다. "내 비밀은 이거야.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기억해 두려고 되풀이했다.(p.90)



  어린 왕자는 정원에서 똑 닮은 5천 송이의 꽃을 보면서 자신이 가진 한 송이 장미꽃이 그냥 흔한 꽃이라는 초라함과 상실감으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곧이어 나타난 여우에게서 '길들이다'라는 의미를 배우게 되는데,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마치 현자와의 만남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인데, 그는 여우를 길들이며 좋은 관계를 맺는다. 그가 가진 장미도 관계를 맺었기에 더없이 소중한 것이고... 여우는 중요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밀을 알려주고 헤어진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p.97)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그 별들 중의 어느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아저씨에겐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으로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지!"(p.110)



  물은 다 떨어지고, 여드레째 되는 날에 그들은 우물을 찾으러 간다. 이어서 어린 왕자는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한다...



  어린 왕자가 나타난 것은 절망 가운데 희망이었던 것일까? 잠시 꿈을 꾸는 것처럼, 아니 무언가에 홀린 듯이 보낸 일주일은 어른이 되어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밤하늘의 별들 사이에서 웃고 있겠다는 그의 마지막 선물은 나에게도 전해지는 기분이다. 어린 왕자의 순수한 시선, 아름다운 은유로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어른이 되고 나서 잊어버린 것을 떠올리게 하는... 점점 꼰대처럼 말하고, 이상한 어른으로 행동해 가는 시기에 잠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해야 하나... 밤하늘의 별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오늘 밤에는 어린 왕자의 미소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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