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작은사람
- 작성일
- 2016.9.19
작가란 무엇인가
- 글쓴이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외 1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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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세트를 구매할 생각은 애초에 별로 없었다. 소설을 쓰겠다는 마음이 없던 건 아니지만, 작가들의 인터뷰에서 글쓰기 비법을 배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잘 쓸 수 있다는 말을 하지는 못할 테니까. 설사 잘 쓸 수 있는 비법을 독자에게 고백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비법을 읽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어느 날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다시 방망이질 하기 시작했다. 궁금했다.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작품을 완성하는지. 가능하다면 글쓰기 팁도 배울 요량으로 과감하게 세트를 구매했다.
1권에서는 얼마 전 작고한 움베르트 에코를 시작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밀란 쿤테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소설가들의 소설가’인터뷰가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소감을 말하자면, 언급한 작가들의 책을 모두 읽어본 건 아니지만 이들의 인터뷰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어떤 도움이 됐는지 한 번 주절거려 보려한다.
모든 작가가 그렇게 언급한 건 아니지만, 규칙적 생활을 유지하면서 글을 쓴다는 작가가 많았다, 일상을 규칙적으로 운영한다는 건 건강 또한 신경쓴다는 말과 같다. 움베르트 에코의 경우 정해진 규칙 없이 아침에 시작해 새벽까지 글을 쓰기도 하다가, 어떨 때는 전혀 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말했지만, 자신의 시골집에서는 일정한 시간대에 글을 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대학 강의를 하는 중에는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시간없이 글을 쓴다는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터뷰하면서 남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소설을 쓸 때는 네 시에 일어나서 대여섯 시간 일합니다. 오후에는 10킬로미터를 달리거나 1.5킬로미터 수영을 합니다.....아홉시에 잠자리에 들지요. 이런 식의 일과를 변함없이 매일매일 지킵니다. 반복 자체가 중요해지지요.”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영역에 속한 사람들이 자유분방하고 자유분방함이 곧 창의력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작가들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규칙과 질서과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작가들이 직접 언급한 말을 보고 더 확신할 수 있었다. 결국, 어떤 일을 하든 정해진 질서 안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게 중요한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도 한 번쯤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가슴에서 피어올랐다. 아무래도 규칙적인 걸 좋아하는 성향이니까.
작가들에게 팁을 얻고자 책을 집어든 나로서는 이들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들의 소설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이어갈 때는 크게 집중하며 읽지 않고 가볍게 보고 넘겼을 뿐이다. 그러나 작가를 좋아하고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을지, 인물의 관계나 특성을 왜 그렇게 정했는지 궁금했던 독자가 있다면 내가 느낀 책의 장점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렇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깊은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던 건 아니지만,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 등을 통해 생각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세상을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소년같은 모습이 보이다가도 모든 걸 통달한 까칠한 할배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 없지만 어느정도 일치하는 작가들의 성향이다. 세상과 소통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다시 떠올려봤다. 1차적인 사고에 다가가는 것, 더 본질적인 문제를 글로 써내는 것, 이런 게 작가의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거다. 소설가는 거짓을 통해 진실을 드러낸다는 폴 오스터의 말이 그동안 미뤄왔던 일을 하게끔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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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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