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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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오이디푸스 왕 외
글쓴이
소포클레스 저
을유문화사
평균
별점8.4 (10)
게스

오이디푸스는 소포클레스의 희곡이다. 고대 그리스의 희곡가 특정한 형식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뒤편에 설명되어 있지만, 그 부분은 크게 관심이 없어서 꼼꼼히 읽지 않았다. 다만, 여기 나온 세 개의 비극에서 코러스가 차지하는 역할이 상당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예술의 전당 매거진 2005년 2월호 유재원 교수가 쓴 글에 그리스 비극의 기원에 대해 간략하게 나와있었다. 기원전 7세기 정권을 잡은 페이시스트라토는 민중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민중 축제를 대대적으로 지원했는데, 이 때 생긴 놀이마당에 음유 시인이 디오니소스의 전설을 읊고 음유시인의 지위에 따라 코러스들이 춤과 노래를 도맡아 하면서 점점 연극적인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 후 배우의 수는 아이스킬로스 대에 이르러 한명에서 두명으로 늘어났고, 그 다음 세대인 소포클레스에는 배우의 수를 셋으로 바꾸어 고대 그리스 비극의 형식을 완성했다고 한다. 


특히 부자간의 갈등을 설명하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로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 왕>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스토리이지만 막상 작품으로 읽었을 때 기대하지 못했던 디테일 속에서,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희로애락은 물론 먼 시대의 낯선 문화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오이디푸스 왕은 당시에도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온 신화로서 누구나 알고 있는 스토리였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만큼 그들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TV 앞에 앉아 비슷비슷한 내용의 막장 드라마를 매일 들여다보며 울고 웃는 것처럼 그들도 이미 알고 있는 신화의 이야기를 공연하는 극장으로 모여들어 울고 울었을 것이다. 


같은 것은 내용이고, 다른 것은 이야기의 흐름, 구성, 순서다. 알고 있는 것은 내용이고, 모르고 있던 것은 오이디푸스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청중(독자)은 그가 태어나서 아버지를 죽인다는 신탁을 받아 버려지는 시간상의 처음이 아닌, 이미 (우리가 알고 있고, 그들이 알고 있던) 신탁이 실현되어 테베의 왕이 되어 있는 오이디푸스 왕을 만난다. 이미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모든 서사는 처음으로 관객을 맞은 오이디푸스 왕의 과거 속에 모르는 채로 있고, 독자와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은 어릴 때부터 주워들은 이야기에서 이미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알고 있는 상태지만 오이디푸스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오이디푸스가 통치하는 테베에는 역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코러스는 왕에게 테베의 시민들을 역병에서 구해달라고 노래한다. 신탁을 구한 오이디푸스 왕은 역병이 그 전의 테베 왕 라이오스의 살인자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시점에서 고대 그리스 관객들은 이미 오이디푸스가 찾는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연극은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그의 왕비 이오카스테가 아이를 낳자,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리라는 예언을 듣고 그 아이를 하인에게 버리라고 시키고, 그 버려진 아이가 코린트의 왕 폴리버스에 의해 양육되고, 청년이 된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부모를 죽이고 왕이 되리라는 예언을 듣고 그 사실을 회피하기 위해 부모를 떠나 테베로 가는 길, 친부인 라이오스와 사소한 시비끝에 살해하게 되는 전 과정이 차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정보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꿰어맞춰,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의 끝에서 범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엄청난 사실이 반전으로 밝혀진다는 데 위대함이 있다. 모든 추리 소설의 원형, 모든 심리극의 기원을 이렇게나 잘 알려진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아 혹은 본질을 찾아가기 위한 수많은 문학작품의 원형과 심지어는 잊어버린 과거, 기억상실을 딛고 자신을 찾고자 하는 작품들을 이 작품의 연속성 상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읽어도 여전히 매혹적인 것은, 


이 작품은 당시 비극 각본인가 하는 대회에서 2등으로 수상했다고 한다. 이 때 수상한 1등이 무엇이었는지 모른다. 수천년이 넘도록 전해내려오는 작품은 1등이 아닌 2등의 작품이다. 2등도 3등도 심지어는 꼴등이라 할지라도, 후대에 이르러 위대함이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다. 이 작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안티고네>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도 함께 실려있는데, 시간 순으로 되어 있지 않고 오이디푸스가 죽은 후 그의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가 돌아와서 죽은 오빠 폴뤼네이케스의 매장을 금지한 크레온의 명을 어기고 매장의 관습을 지키고 벌을 받는 내용인 <안티고네>가 맨 처음에 있고, 그 다음 작품이 <오이디푸스 왕>, 그리고 오이디푸스 왕이 장님이 되어 떠돌아다니는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맨 마지막에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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