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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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
글쓴이
민병일 저
문학판
평균
별점9.1 (9)
어진동그라미

 

내면의 자아를 찾아 떠나는 이리의 여행
"황야의 이리"라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서 제목을 차용한 것 같다.
자아의 내면으로 형상화 되는 황야에서 진정한 야성을 잃지 않는 이리처럼 저자는 그렇게 예술을 지키고 싶었나 보다.
저자는 국내외 여행길에서 만났던 창을 소재로 한 사진과 사유의 흔적들을 모아 놓았다.
사진 또한 저자가 여행길에서 직접 찍었다고 한다. 읽는 내내 나는 그 풍경 속,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

 

곂에 두고 싶은 맘에 맞는 친구를 만난 듯 하다.
한번 읽고 던져 놓을 친구가 아니다.
늘 가까이 두고 한단어 한단어 곱씹어 꿀꺽 꿀꺽 삼겨낼 사유의 소재이다.
663쪽의 책을 단숨에 읽을 수 없을 뿐더러 그림과 만나는 글들이 자꾸 시선을 잡아 끈다.
익숙한 풍경, 낯선 풍경, 유화속 풍경, CD자켓속 풍경으로 평상시 같으면 무심코 지나쳐 버릴 묘한 감정들이 일어남을 알아차린다. 여행길에 무심코 지나쳤던 그 창들이 문득 떠오른다. 일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다시한번 두드린다. 수많은 생각들을 일어나게 한다. 무엇으로 사는지 무엇때문에 여기에 서 있는지 묻고 또 묻는다.

책의 목차를 가만히 바라보니 또 다른 버전의 목우십도송이다.
소를 발자욱을 찾고, 소를 발견하고, 소를 길들이고, 소를 놓아 두고, 종국에 이르러 소도 없고 나도 없는 그 경지에 이르러, 비로소 현실로 돌아와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수도승의 모습을 본다.

 

- 나를 두드리는 문장들
p14
" 어느 날 이리가 나타났다. 나귀를 타고 무중력 공간을 걸어가듯 방랑을 하는데 잿빛 털을 반짝이는 황야의 이리가 은사시나무 숲을 지나오고 있었다. 창에 사는 이리는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했다. 이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순간이라는 황야를 질주했다. 아, 눈부신 이리의 출현! 한 줄기 빛에 의지해 캄캄한  우주를 지나온 고독한 시간이 모습을 잘 드러내는 찰나는 아름답다."
p97
"몽골초원의 창은 초원이다."
p148
"몽골 초원에는 신이 내려와 산다. 신의 이름은 무지개이다.
초원에 내려온 신을 만나기 위하여 언덕을 넘어 달려갔다. 무지개를 보기 위하여 심장이 터지도록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초원에서만 가능한 경이였다."
p165
"지구에서 4600광년 떨어진 백조자리 근처에 위치한 코호텍 4-55 별은 태양과 거의 같은 질량과 에너지를 가졌다고 한다. 이 별은 현재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사라져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 역시 고온의 핵을 드러낸 채 마지막 에너지를 뿜으며 사라져갈 것이고, 그즈음이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맏은 별들이 불타는 태양에 의해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50만 년 후에는 일어날 일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50만 년이라는 시간은 우주의 역사에서 먼지만도 못한 흔적이다."
p200
"여행이란 삶의 멜랑콜리를 찾아가는 길임을 여행자는 알고 있다.
운명, 사랑, 절망, 회한 같은 것들이 낯선 그리움의 집을 짓고, 타레가의 <눈물>이 기타 선율에 묻어나 슬픈 눈동자를 끔벅이게 할때, 여행자는 삶의 멜랑콜리를 찾아 방랑을 한다. 우수를 느끼지 못하는 삶과 애수를 추억하지 못하는 여행이 어디 있으랴."
p463
"햇빛에 반사된 유리창이 천장에 또 하나의 창을 냈다. 천장에 난 창은 우리 마음속의 유토피아이다."
p480
"문門이 창窓이다."
p507
"그해 봄 5월 스무날, 선생님은 와온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있다. 선생님은 "내가 없을 때"란 먼 미래의 일로 여겼다."
p523
"스님의 빈방에서 '잠자는 집시' 여인을 보았다. 스님이 집시인지 집시가 스님인지 알 수 없었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뜬 사막을 맨발로 여행하던 집시 여인은 곤하게 잠이 들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흙으로 빚은 물병과 만돌린, 입고 있는 옷 한벌, 잠들면서도 한손으로 꼭 움켜쥔 나무 지팡이가 전부이다. 맨발의 빈자이면서도 잠든 집시 여인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p644
"이 책은 독자에게 다채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에 담긴 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창에 비친 사물의 내면과 나의 내면이 하나의 풍경 속으로 녹아드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울러 창의 영상을 통해 자유연상처럼 펼쳐지는 심미적 자유를 접하면서 우리는 고흐에서 요제프 보이스에 이르는 현대미술의 중유한 이정표를 따라 저자와 함께 산책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섬세한 필치로 아우르는 에세이는 루카치가 에세이의 본질이라 일컬었던 영혼과 헝식의 합일에 이른다. 요컨대 이 책은 일찍이 바그너가 꿈꾸었던 현편의 종합 예술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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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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