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제목 [ㅊㅋㅌㅍㅎ]

아자아자
- 작성일
- 2016.12.23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
- 글쓴이
- 민병일 저
문학판
<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파란 표지였다.
읽고 보니 오랜 시간의 흔적만이 자리하는 이발소의 창문.
그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창이 천장에 비친 모습이다.
제목마저도 낭만과 철학이 심오함으로 다가오더라는.
<이책은>
리뷰어클럽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민병일 ---발췌하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팝송 '딜라일라'를 잘 부르던
유학시절 해인사의 '고려대장경'을 학술적으로 집필하고 새로운 시각의 예술사진에 담아, 독일 및 국제적으로 상을 받은 함부르크 Material
독일에서 "유럽의 독자들에게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으며, 민병일 씨는 두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데, 훌륭한 기획력과 좋은 주제
소설가 박완서 선생과 함께 티베트, 네팔을 여행하고 출간한 기행산문집 「모독」의 사진을 찍었다. 동덕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및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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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느낀 바>
내가 무슨 복이 있어서 첫 만남이 되는 저자, 출판사와 인연이 닿았는고. 비선호 장르에 과감히 응모한 건 낭만적 느낌과 심오한 철학이 접목된 듯한 제목 때문였다. 파란 표지의 부피 방대한 책을 검색해 보곤 미칠듯 끌렸다. 꼭 읽어보고 싶다는 선망은 들어맞았다. 휘리릭 넘겨 본 후 강렬한 흡인력으로 빠져들었다. 많이 접하지 않았던 것들을 저자의 시각과 관점 나아가 지식으로 만나는 시간이었다.
사진들 크기도 만족스러웠고 같은 장소 여러 포즈를 통해 같은 느낌과 다른 느낌도 공존함을 보았다. 시간차를 두고서 같은 물체를 찍어낸 것으로 같은 듯 다른 모습도 보여줬다. 저자가 매우 섬세한 사람이구나, 무엇보다 놀랐던 건 해박한 지식이다. 막힘없이 술술 넘어가는데 어떤 걸 이야기하면서 화가나 음악가 또는 시인이나 소설가를 같이 등장시킨다. 보여지는 형상에다 어울림이 되는 것들을 끌어와 듣다보면 그렇구나가 된다.



창문에 작은 창이 하나 더 있는 스타일.
흰색 테두리를 한 창문은 공통적이다.
보기가 처음인데 저 작은 창으로 황야의 이리는 들고 났으리라.
샤갈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비텝스크의 집도 창문 속에 여지없이 작은 창이 나 있으며 흰색 테두리였다.

희미한 무지개가 있고, 하얀 물체는 게르다.
척박함과 광활함 그 자체인 고원은 텅 빈 고요함이자 무한 안정감이다.
가보지 않았어도 '러브 인 아시아' 를 통해 약간의 동경이 있었다.
몽골 상세묘사는 김형수 작가의 연재글 '조드' 에서 읽었었다.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면 다녀간 줄도 모르겠는 황량한 아름다움이 펼쳐지겠다.
구름이 두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
메마르다 못해 삭막해 보이는 고원에 낙타가 있다.
하나는 좋은데 혼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인 두 마리.
척박한 환경에 맞게 진화한 몽골 고원을 가장 잘 아는 생명체리니.
이런 저런 책 속에서 언급되던 바이칼 호수가 거기 있었다.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자작나무나 은사시나무는 어쩜 한 번 들어도 잊히지 않는지.

홋카이도는 눈 많이 내리는 곳으로 기억된다.
여러 읽은 책들에서 흰눈을 만났었다.
빈 집의 낡은 창문으로 내다뵈는 바깥 설경은 겨울날의 진수다.
고목과 흰눈의 조화는 설경의 최고봉이다.
남해의 줄배 타는 모습이란다.
노를 젓는게 아닌 매어놓은 줄을 당겨야 배가 움직이는 것.
잊혀진 삶이자 알지 못하는 삶이 한 장의 사진에서 생명력을 낳는다.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그리운 풍경일런지.
뒷간의 창으로 내다뵈는 풍경은 산수유 핀 모습이다.
노오란 산수유가 구접스런 창과 맞물려 고향 같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던 말이 맞았다.
봄에는 어디나 꽃들이 만발해 허름함을 희석시킨다.
고인인 작가가 그토록 좋아했다는 와온 바다.
고 박완서 작가와 저자는 친분이 깊었던 것 같다.
박 작가가 아끼던 카페, 그네 타는 모습, 해당화밭에서 소녀 웃음을 머금은 컷 등.
외로움이 절절히 밴 작가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추억이 있었다.
법정 스님의 방 창문이다.
내 어릴 적에 저런 문살의 방문을 사용했었다.
창호지 바른 문에는 저런 문고리가 달렸었다.
추운 겨울날 마당 우물가에서 세수하고 문고리를 잡으면 찰싹 달라붙던 경험이 있다. 데운 따듯한 물에 씻은 손이 찬 기운인 쇠와 만나 떨어지기 싫었겠지.
법정 스님의 '텅 빈 충만'을 읽으며 그 제목이 시사하는 지점을 더듬기도 했었다. '오두막 편지'를 읽었었고...
창호지 정갈하게 바른 창문 하나 있고 앉은뱅이 책상만 있는 아무것도 없는 방 하나 갖고픈 소망을 가졌었드랬다.
동시대를 산 사람만이 같이 할 수 있는 추억이나 기억은 그래서 눈물겹고 그래서 애틋하다. 아궁이에 불때야 난방이 되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나니. 물질적으론 결핍했어도 정서적 풍요는 지금까지도 충만한 것을.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들은 하늘에서도 필요한 모양.
무소유의 삶은 갖지 마라 보다는 필요없는 걸 소유하지 마라 라는 의미라지.
엘리자베스 키스. 원산
목판화가인 엘리자베스 키스는 원산/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는데 보여지는 모습만 아름답지 예측되는 속사정 아림까지 헤아릴 수 없었나보다...
그림으로만 보자면 집안에 걸고 싶은 만치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론 무채색으로 보이는단순한 그림이건만 화려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별들과 물에 비친 별빛은 얼마나 기막힌 조화로움인지.
하지만,
어둑한 저녁에 아낙네는 나뭇단을 이고 내달리는 포즈다. 다급한 모습에서 저녁에 쓸 땔감인 모양이다. 나뭇단을 만들기 위해 들였을 힘겨움이 전해온다. 가슴이 싸하다. 땔감은 남자들몫인데 아마도 아낙이 가장인 모양이다.
목화꽃은 어릴 적 봤었을텐데 처음 본 듯 기억에 없다.
목화솜은 기억이 난다.
일상에서는 보기가 드문 목화꽃의 진화 과정이 오롯이 한 페이지에 담겼다.
꼭 창이 아녀도 소통되는 것들이 실린 책은 알차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질좋은 종이에 오탈자는 단 한 개만을 발견했다. 664쪽의 행복함을 이렇게 밖에 알릴 수 없음이라. 실력이 없으면 정성이라도 들이자는 마음으로 포토리뷰를 썼다. 저자를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곧 숨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숨통은 숙명일지라도 그 안에서 순응하며 사는 삶, 현명하게 사는 삶은 저마다의 몫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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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